p12. 2차원으로 바라보기; 컬러링

"그 순간"

by 그리울너머


전화기만 만지작 거리며 휴대폰을 바라본 적이 있나요? 그러다가 전화라도 걸려오면 기대에 찬 눈동자로 발신인을 확인하죠. 주황색 가로등 아래, 누가 감시하는 것도 아닌데 두리번거리며 고민한 적, 없나요? 당신도 기대에 찬 눈동자로 불쑥 전화기를 꺼내들까요? 마치 멜로영화의 한 장면처럼 말이죠.


매일 볼 수 있는 그런 사이는 아니잖아, 우연히 마주치는 수밖에. 어쩌다 한번 걸어보는 전화는 설레기도, 기대하기도 하겠지. 전화를 걸기에 적당한 시간이 있겠지만, 전화를 걸려고 했을 땐 조금 늦은 거 같기도, 어쩌면 네가 바쁠 만큼 이른 거 같기도. 그래서 두 번 망설이게 되니까, 그래서 더욱 전화를 받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안 받을 거야 하고 후회 짙은 생각을 하지만, 내심 기대를 하느라 전화를 받아줬으면 그런 생각이 돼버렸지.


언제나 익숙한 컬러링에 어느 날 다른 음악이 흘러나올 땐 괜히 무슨 일이 생겼나 생각하게 되더라. 웃긴 일이야 너는 전화를 받지 않았는데, 혼자 신나고 혼자 우울하고. 그만한 관심이겠다.

전화를 안 받았을 땐, 전화를 안 받은 만큼, 전화를 받았을 땐, 전화를 받은 만큼, 장난감을 사러 가는 아이처럼 긴 하루를 보내고 있다.


갑자기 익숙한 컬러링이 끝나고 익숙지 않은 목소리, 당황스러워 뭐 해?라는 말밖에.

익숙한 컬러링 뒤에 전화를 받지 않아도 좋지만, 다시 한번 더 걸어볼 용기는 나질 않는다.


장난감을 사러 가는 아이처럼 알 수 없는 감정들은 지칠 줄을 모른다.


어쩌다 걸려온 전화는 일어나 받게 되더라, 나도 누구 말 따라 한 번쯤은 길고 긴 줄다리기를 해보고 싶었지만,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전화하는 내내 긴 통화가 끝난 뒤에는 추와 같이 한동안 이리저리 맘 둘 곳을 몰랐다. 그렇게 무심코 걸 수 있는 전화가, 그냥 그렇게 가볍게 할 수 있는 걸.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알 수 없는 감정들은 항상 지칠 줄 모른다.’


익숙한 컬러링, "안녕?, 잘 지내?"





무얼 하고 있을까 항상 궁금했었고.

전화를 걸 때면 매번 설레었었고.

받을까라는 기대감에 두렵기도 했었다.

가끔 걸려오는 전화 한 통화에 항상 설레었었고.

통화음 너머로 들려오는 너의 목소리는 무슨 말을 할까 항상 궁금했었고.

걸려오는 대화 내용에 두렵기도 했었다.

가볍게 걸 수 있는걸.

나는 그렇게 항상 설레었고 궁금했고 두려웠고.

때론 기대했다.

그렇게 가볍게 할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항상 복잡했다.





무심코 걸려온 전화가, 무심코 걸어본 전화가 이렇게 복잡할 줄은.

.

어쩌면 관심이겠다.

.

무얼 할까 항상 궁금했고, 너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가볍게 던지는 말 “뭐 해?”, 멋쩍은 미소와 함께 가볍지만, 그렇지 못한 물음으로 너에게 전화를 건다. 익숙한 컬러링, 통화음 너머의 목소리에 항상 호기심이 많았다. 익숙지 않은 목소리, 전화를 받지 않아도 좋지만, 한 번 더 걸어보기엔 용기가 나질 않는다.

‘문방구가 닫아 심연치 않은 아이처럼.’

그럼에도 한 번 더 걸어본다.


긴장이 되는 건지 두려운 건지 알 수 없는 이 감정은 지칠 줄을 모른다.


가끔은 무심코 걸려온 전화, 가벼운 대화와 그저 그런 얘기, 아무에게나 거는 그런 전화.

그냥 그렇게 가볍게 할 수 있는걸. 기대했고, 두려웠고, 궁금했고, 설레었기 때문에 항상 복잡했다.


‘알 수 없는 감정들은 항상 지칠 줄 모른다.’

.

익숙한 컬러링

‘안녕?,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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