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그림
사무실은 6층. 가만히 앉아 짧은 문장을 쓸 때면 마음이 가뿐해진다. 다만 한 문장이라도 사실 확인이 안 될 때면 초조한 마음이 두근거린다. 다급히 전화를 돌리는 손이 바쁘다. 오늘은 또 누구를 만나며 어떤 사람과 통화할까. 매일이 달라 순간에 허덕인다. 이따금씩 고맙다는 문자를 받는다. 그보다 자주 뼈를 발라낼 듯 뾰족한 항의를 받는다. 타인의 허물을 읽는 일이 도통 익숙해지지 않는다. 부러지고 불에 타고 숨지고 추락하고. 망치같은 단어를 기사에 꽝꽝 내리치면 왠지 손바닥이 저릿해지는 기분이 든다.
녹음실이 가장 어려웠다. 말을 마구 더듬어 보통일이 아니었다. 신문을 쓰는 마음과 뉴스를 읽는 마음은 이렇게 다르구나. 감각하며 가만가만 혀를 다독여보았다. 제발 시옷 발음 한 번에 해보자. 결심하지만 번번이 '압수수색'에서 무너진다. '세상'도 시옷으로 이뤄졌고 압수수색도, 수사도, 소수도, 다수도, 상수도, 실수도, 상실도, 성실도, 아무튼 뉴스에 나오는 많은 말들이 시옷으로 지어졌다. 당장 '방송뉴스'에도 시웃이 두 개나 들어간다. 뉴스 시청률이 시시한 시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