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교필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승혁 Nov 24. 2021

취재원을 기다리는 시간과 부정을 쫓는 마음

대장동과 백현동 개발사업

타인의 부정에 대해 말해줄 A 간절히 찾았다. A 집에 없었고 교회에도 오지 않았다. A 아파트 앞에서 하릴없이 손톱을 물어 뜯었다. 문을 두드려도 벨을 눌러도 아무 답이 없는 . 복도에 서서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노랗고 붉은 단풍이 불꽃놀이처럼 화려했다. 천당 밑이 분당이라는 부동산 격언이 떠올랐다. 분당을 만든 노태우가 숨진 다음 날이었다.



A가 살고 있는 층에는 모두 6호의 집이 있었다. 경비아저씨에게 물어보니 한 개 집은 비어있다고 말했다. 가을 바람을 맞으며 멀뚱멀뚱 어슬렁거렸다. 얼죽아로서 의무를 다하기 위해 찬 아메리카노를 홀짝였다. 해가 기우뚱 저물고 어둑한 밤이 기지개를 켤 무렵. 집집마다 하나 둘 불이 켜졌다. 아파트 뒤뜰로 나가 베란다를 바라보았다. 6개 집 중 5개 집만 밝았다. A씨의 집은 비어있었다. 나는 빈 집 앞에서 걸어가는 장면을 찍었다. 벨을 누르는 장면을 찍었고, 안에 누구 없냐고, 잠시 만날 수 있냐고, 나는 기자인데 당신의 증언을 필요로 한다고, 연신 여쭙는 장면을 찍었다. 빈 집이라 찍기 편했다.


A의 집에서 사무실에서 교회에서 사흘을 기다렸지만 별무소용이었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A 회사의 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답이 없었다. 결과가 없을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 초조하고 불안한데 내 탓이 아니라고 합리화하다가도 내가 부족했다는 자조가 뒤섞였다. 쉬는 날에도 A 생각이 났고 일하는 날에는 휴식 생각이 났다. 가끔은 부정부패고 피해자고 뭐고 그냥 간절히 뇌가 맑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A회사 부장이 회신한 건 내가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끝낸 직후였다. 부장은 친절했다. 잘 알았습니다. 조심히 전달하겠습니다. A는 아프니까 조금 배려해주시겠습니까. 나는 교양있는 그에게 울 것 같은 말투로 간곡히 부탁한다고 빌었다. 그러니까 모든 일이 다 선의에 기대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팔이 아팠다. 백신을 맞은 직후라 근육통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었다.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얼죽아로서 의무를 다하기 위해 콜드브루를 시켰다. 호주에서 주문한 새 커피머신은 왜 아직도 배달되지 않았을까. 나는 사기를 당한 것일까. 가늠해보았는데 아무래도 좋았다. 그냥 A를 만나고 싶었다.



초조와 불안과 우울도 백신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A는 나를 안 만나주고, 부정부패는 판치고, 나는 도통 일하는 건지 쉬는 건지 무능한 건지 뭔지 모르겠는데 단풍은 태연하게 붉고. 전화기를 들어 단풍 사진을 찍어보았다. 아름다움이 가깝다는 사실이 낯설었다. 오늘의 커피에서는 구운 설탕 향이 났다. 어쩌면 나는 광고문구를 잘 쓰지 않을까 제일기획에는 일자리가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리하여 원티드와 잡플래닛을 열어보는데 내 몫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곳에는 개발자와 개발자와 개발자를 구하는 수천 수만 개의 애원이 들끓었지만 뭔가 끼적이는 인간을 원하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아무래도 나는 무용한 인간이구나 싶어 또 우울해지는 것이었다. 타인의 흠을 잡아내 공개적으로 놀리는 일이란 참으로 괴로운 일이었다. 그리하여 행복은 어디에 있느뇨-

매거진의 이전글 국회는 강 건너 담장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