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계절이 바뀌는 온실

— 은의 이야기

by 시더로즈



— 은의 이야기





은이 유리온실의 계절을 처음 의식한 것은 웃은 날이었다.

그날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퇴근길에 세탁소 앞을 지나는데 할머니가 빨래를 개고 계셨다. 햇볕에 바싹 마른 하얀 시트를 반으로, 또 반으로 접으시는 손이 느리고 정확했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누군가 하루를 정성스럽게 마무리하는 장면. 은은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골목으로 들어설 때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온실 문을 열자 봄이었다.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다. 어제까지 연한 초록뿐이던 풀들이 일제히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름 모를 꽃들. 보라색, 흰색, 노란색 — 하지만 어떤 식물도감에서도 본 적 없는 형태의 꽃들. 꽃잎이 별 모양인 것, 꽃잎 대신 작은 방울이 달린 것, 줄기 전체가 색을 바꾸며 천천히 숨을 쉬는 것. 유리 천장의 이슬빛이 유독 따뜻한 금빛으로 내려앉아, 온실 전체가 오후 세 시의 햇볕 속에 잠긴 것 같았다.

공기가 달랐다. 비 온 뒤 흙 냄새가 아니라, 빨래를 갠 뒤의 청결한 따뜻함 같은 냄새.

은은 온실 한가운데 서서 천천히 한 바퀴를 돌았다.

"여기 봄이야?"

셀리를 보았다. 셀리도 달라져 있었다. 네 장이던 잎이 여섯 장으로 늘었고, 줄기 옆에서 새로운 가지가 하나 뻗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잎 사이, 아주 조심스럽게 — 무언가 동그란 것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꽃봉오리라 부르기엔 너무 작고, 잎눈이라 부르기엔 너무 동그란 것.

은은 화분 앞에 쪼그려 앉았다. 셀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웃었다.

"너 많이 컸다."

그 말을 하는 순간, 온실의 꽃들이 일제히 한 뼘씩 더 피었다. 은은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꽃들이 은의 웃음에 반응하고 있었다. 은이 웃자 봄이 더 깊어진 것이다.

그제야 은은 이해했다.

이 온실의 계절은 날짜가 아니라 은의 마음이 정하는 것이었다.

그 뒤로 은은 주의 깊게 관찰했다.

회사에서 야근을 하고 지쳐서 온 날, 온실은 늦가을이었다. 풀들의 잎이 갈색으로 바래 있었고, 공기는 건조했으며, 유리벽에 서리 같은 것이 끼어 있었다. 하지만 차갑지는 않았다. 가을의 서늘함에는 여름의 뜨거움을 견딘 뒤의 고요함이 있었다. 은은 그 서늘한 공기 속에서 오히려 숨이 쉬어졌다. 뜨거운 것을 감당하느라 지친 사람에게 가을은 쉬어가도 좋다는 계절이었다.

주말에 오랜만에 늦잠을 자고 여유롭게 찾아온 날은 여름이었다. 온실 안이 초록으로 가득했다. 풀들이 사방으로 뻗어 유리벽을 덮을 듯 자라 있었고, 공기는 습하고 진했다. 생명이 소리를 낸다면 이런 소리일 거라고 은은 생각했다. 웅웅거리는, 살아 있는 것들의 낮은 합창.

그리고 수진에게 답장이 온 날은 — 봄도 여름도 아닌, 이상한 계절이었다.

수진의 답장은 짧았다.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다음에 커피 마시자." 그 한 줄을 읽었을 때 은의 가슴에서 여러 감정이 동시에 움직였다. 고마움, 안도, 그리고 아직 남아 있는 작은 서운함. 그날 온실은 봄인데 비가 내리고 있었다. 꽃이 피어 있는데 비가 오는, 모순된 계절. 하지만 모순되기에 아름다운 계절.

은은 따뜻한 비를 맞으며 피어 있는 꽃들 사이에 서서, 이것이 자기 마음의 풍경이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고마우면서 서운하고, 안도하면서 불안한 것. 그것이 은이라는 사람의 계절이었다.

그날 은은 셀리에게 처음으로 긴 이야기를 했다.

화분 앞에 앉아, 비 내리는 봄날의 온실에서,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꺼냈다.

어릴 때 소풍 가는 날 아침에 울었던 이야기. 기대가 너무 커서, 그 기대가 실망이 될까 봐 미리 울었다. 엄마가 왜 우느냐고 물었지만 설명할 수 없었다. 기뻜서 운다는 것도 아니고, 슬퍼서 운다는 것도 아닌, 감정이 너무 많아서 몸이 감당을 못 해 운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었을까.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받았는데 도망친 이야기. 좋아한다는 말이 너무 크게 들렸다. 그 말의 무게가, 그 말에 담긴 기대가, 그 기대를 저버릴 수도 있는 미래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도망치고 나서 한 달을 후회했다.

최근에 회사에서 있었던 일. 팀장의 한 마디. "현실적이지 않다"는 말. 그 말이 은에게 왜 그렇게 아팠는지. 현실적이지 않다는 건 네가 세상을 잘 모른다는 뜻이고, 세상을 잘 모른다는 건 네가 어디에도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은의 마음은 그렇게 번역했다. 한 마디가 열 문장이 되고, 열 문장이 하나의 결론이 되는 과정을, 은은 멈출 수가 없었다.

"나는 왜 이렇게 복잡할까."

은이 말했다.

셀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잎 여섯 장을 활짝 펼치고 있었다. 비를 맞으며. 은의 이야기를 들으며.

은은 셀리를 바라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셀리는 은의 감정을 판단하지 않았다. 과하다고 하지 않았다. 현실적이지 않다고 하지 않았다. 복잡하다고 하지 않았다. 은이 울면 비를 맞았고, 웃으면 봄을 살았고, 지치면 가을 속에서 함께 쉬었다. 어떤 감정이든, 셀리는 그것을 양분으로 받아들였다.

은의 모든 계절이 셀리에게는 자라는 계절이었다.

"너한테는 나쁜 계절이 없구나."

은이 웃으며 말했다. 비 속에서 웃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지만, 이 온실에서는 이상한 것이 자연스러웠다.

봄비가 조금 더 따뜻해졌다.

그날 밤 은은 집에 돌아와 창가의 빈 컵을 바라보았다.

예전에 무언가를 키울 자리를 만들어두겠다며 놓아둔 컵. 아직 비어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안에 물을 채웠다. 수돗물이었지만, 은은 그것이 어떤 계절의 비인 척했다.

아마도 봄비. 비가 오는데 꽃이 피는, 모순된 계절의 비.

은은 컵을 창턱에 올려두고 침대에 누웠다. 오늘은 하루의 장면들이 되감기되지 않았다. 대신 온실의 계절들이 떠올랐다. 봄, 여름, 가을 — 겨울은 아직 오지 않았다.

겨울이 오면 온실은 어떻게 될까.

은은 그 생각을 안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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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감정은 없습니다. 모든 감정에는 계절이 있고, 모든 계절에는 자라는 것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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