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냥 다 썼어요...
올 설에도 아이들은 어김없이 세뱃돈을 받았다. 코로나로 방문하는 친척이 줄어도 20만원은 족히 넘는다. 이제 고학년쯤 되니 아이들은 조용히 자기 주머니에 용돈을 챙긴다.ㅎㅎ
아이들이 어릴 때는 내가 받아서 챙기다 보니, 이 돈을 따로 모아서 뭘 해야 하나 머리가 복잡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2만 원씩 적립식 펀드였다. 그것도 내 이름으로... 그렇게 20년이 지나면 불겠지~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제 점수는요... 글쎄, Seed가 적어서 그런가 그렇게 티가 안 난다.
어느 순간 세뱃돈 통제권(?)을 잃은 나는 아이들에게 대답 없는 잔소리를 하게 되었다.
"중학생이 되면 에어팟이나 태블릿 같이 꼭 사고 싶은데, 너무 비싸서 살 수 없는 것들이 생긴데... 엄마가 통째로 사줄 수 있으면 좋지만 그럴 수 없을 때를 대비해서 꼭 모아놓아~ 알았지이??"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누군가 아이가 받는 세뱃돈을 어디에 모으는 게 좋을까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그냥 아이가 알기 전에는 열심히 아이를 위해 쓰라고 얘기하고 싶다.
아이의 돈은 잘해야 10년 정도만 내 돈이다. 아이가 돈을 알고 챙기기 시작하면, 부모가 갖고 있기도 이상하다. 그 10년 동안 받는 돈을 따로 모아 굳이 아이 명의의 자산이 되도록 신경 써준다 한들, 보통의 가정이라면 그 금액이 그렇게 아이의 삶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걸 어떻게 할까 이리저리 고민하기보다는 아이 용품을 살 때, 누가 사준 거라고 이름을 붙여줘도 좋을 것 같다. 고모가 사주는 자전거, 할머니가 사주는 킥보드, 고모할머니가 사 주는 치킨 이런 식으로, 인라인, 동화책, 악기, 신발, 키즈카페, 게임기, 핸드폰, 등 정말 많다.
우리 아이들은 10살쯤 되니, 세뱃돈을 자기가 챙기기 시작했다. 아이 이름으로 계좌를 만들어주자니 입금부터 출금까지 다 내가 관리해야 하는 하나의 '일'이 돼버리게 생겼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전통적인 옷장 서랍 통장을 추천했다;;
견물생심이라고, 돈이 눈에 보이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뭔가 사고 싶을까.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대답 없는 잔소리를 시작했다. 중요한 순간에 써야 한다고, 쓸 때는 엄마한테 뭐 살지 얘기하고 쓰라고, 이 돈은 중학교 가면 교복이 비싼데 보태 쓸 거라고, 없는 말도 지어내 함부로 쓰지 못하게 단단히 일러두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효과가 있었다.
처음엔 30만 원, 그다음 해 50만 원, 이제 100만 원이 넘도록 차곡차곡 모으더니, 아이도 그렇게 모은 돈을 쓰는 게 아까운지 선뜻 뭘 사지 않고 열심히 모은다. 중학생이 되면 통장을 만들어 체크카드를 연결해 주리!! 그때까지는 일단 서랍 통장에... ^^;
아이 돈인데 이렇게 써도 되나? 하는 부모들 마음 십분 이해하지만, 지나 보니 그냥 써도 괜찮더라~고 개인적인 소견을 얘기해주고 싶다 :)
최근에 금리가 많이 올랐다. 연 4% 예금도 있더라. 아이들이 모은 돈을 예금에 넣어놓을까 한다. 예금도 설명하고, 4%가 무엇인지도 설명해야 하겠지만(아휴~), 지금까지 서랍 통장에 죽어라~ 모으기만 한 아이들에게는 '이자'라는 신세계(?)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