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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토끼 Nov 10. 2022

애들이 혼자 유튜브를 본다면,

검열은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요즘은 소파에 앉아서 온 가족이 TV 보는 일이 거의 없을 것이다. 각각 자기 기기를 들고 자기가 원하는 영상을 보고 있을 테니 말이다. 나 어릴 땐 대부분의 친구들이 10시에 하는 드라마를 보고, 다음날 학교에서 그 얘기를 하느라 난리였는데... 얼마면 되냐는 원빈의 말 한마디가 여고를 들었다 놨다 하는 시절이었는데...(이거 공감하면 저랑 같은 세대시군요ㅋ) 요즘은 다양한 기기에서 서로 다른 시간에 다양한 채널로 영상을 즐기니, TV 못 봐서 대화에서 소외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이 자기가 본 영상을 얘기할 때도, 내가 어디에서 뭘 봤는데~로 말을 꺼낸다. 좋아하는 유튜버나 유명인은 같을 수 있지만, 모두 다른 콘텐츠를 소비하는 신기한 세상이다. 아이들의 정신세계가 그런 신기한 세상을 너무 일찍 만나 범상치 않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갈까 봐 걱정되는 건 부모들의 한결같은 마음일 것 같다.


아이들이 보는 것은 다양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찾아보면 넷플릭스는 거의 보지 않는 것 같더라. 유튜브도 전체 화면으로 보지 않고, 오른쪽에 추천 영상을 띄워놓고 보더라. 영상을 보면서 다음에 볼 영상을 보는 거라나... 마치 회전초밥 집에서 초밥을 먹으면서도 다음 초밥을 고르기 위해 돌아가는 초밥 접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과 같으리라. 그러면서도 먹고 있는 초밥을 끝까지 먹지도 않더라, 보는 중간에 끊고 다른 영상으로 넘어가는 일이 부지기수이고, 심지어 2배속으로도 보더라.


나 같은 TV 시절의 어른들이나 전체 화면으로 영상을 음미(?)하지, 아이들은 정말이지 뭐에 쫓기듯이 콘텐츠를 어마어마하게 소비한다. 그러다 보니 틱톡이 대박을 치고, 유튜브에서 쇼츠 영상이 나오나 보다. 엄마한테 걸리면 못 보게 하니까 짧은 영상을 선호하는 건가, 아니면 그 정도도 지루하다고 느끼는 것인가... 그 이유가 궁금하지만 아이들은 자기네가 그런 줄 모른다. 그냥, 재미있다고만 하더라.


다시 TV 시절로 돌아가 보면, 그때는 드라마에 사회적인 이슈(예를 들어, 불륜이나 배신 등)가 등장하면 뉴스까지 그 주제를 다루며 옳다/그르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경고조치를 한다거나 그런 일들이 일어났는데, 지금은 많은 제작자(?)들이 모두 돈 버는데 혈안이라 더 자극적이고, 더 그럴듯하게 만들어 사람들을 유혹한다. 이런 상황이니, 아이들의 영상 시청에 어른의 개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몰래카메라' 같은 주제의 유튜브를 보고 있다가도, 엄마가 '그래도 죽었다고 하는 건 너무 하다. 엄만 저런 건 정말 별로인 거 같아'라고 개입해주는 순간 아이는 현실세계로 돌아오게 된다. 재미있지만 너무 한 건가?라고 자기도 한 번 생각해보는 것이다. 순수하게 모두 믿기 전에, 어른이 개입하여 훼방을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어디 쉬운가?


아이가 보는 유튜브가 뭔지 혹시 아는가? 한 두 개는 아는데, 뭘 검색해서 연관 영상으로 뭘 보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래서 나는 유튜브를 프리미엄으로 구독하여 아이들 기기에도 로그인해주었다. 검열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뭘 보는지 확인하려는 심산이었다. 그랬더니 우리 아이들은 '아기 돌보기'로 시작하여 '출산' 그것도 적나라한 출산 영상까지 흘러가 있더라. 장면들이 내게는 적잖은 충격이었으나, 그게 뭐 나쁜 건 아니니까...; 조용히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더랬다.


나중에 밥상에서 요즘 재미있게 보는 유튜브 이야기를 공유하며, 신난 아이들에게 유튜브에 나오는 이야기는 특이하고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얘기해주며 일례로 대부분의 엄마들은 산부인과에서 출산을 한다고, 물속이나 그네에서 출산하는 경우는 되게 드문 경우라는 말을 덧붙여주었다. 자기는 미끄럼틀에서 낳고 싶다나;; 암튼 아직 세상 돌아가는 물정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영상은 너무 과장된 세상을 보여주기 때문에 내가 너무 귀찮아도 아이가 보는 영상을 한동안은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사생활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 사생활에 개입할 권리(?)가 있는 엄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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