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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토끼 Nov 03. 2022

이가 안 나와요

매복치, 빨리 치과에 가 보세요

 우리 아이는 2학년 내내 앞니 하나가 빠진 채 지냈다. 그냥 좀 늦나 보다 했는데, 그것이 문제였다. 사실은 이가 나올 공간이 없어서, 잇몸 안에서 엄청난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이가 나올 길을 찾지 못하고 옆으로 누워버린 사건. 일명 건치(송곳니) 매복이라더라. 유치 송곳니를 밀며 나와야 하는데, 미는 이가 없으니 자기가 영구치인 듯 버텨야 된다고 생각하고 끄떡하지 않으니 여기저기 막혀서 길을 잃은 송곳니는 점점 누워 다른 이들의 뿌리를 건드린다고 한다. 그리하여 생각지도 못한 교정을 하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교정하는 유난 떠는 부모는 되지 않으리! 했었는데, 이건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었다.


 앞니가 한참 빠질 때(7,8세), 아무 문제가 없어도 엑스레이 한 번은 찍어보자. 영구치들이 어떻게 줄 서 있는지 보고 대략적으로라도 문제가 생길지 예상할 수 있다. 매복치는 3% 정도 발생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내 아이가 100명 중 3명에 해당한 것이다. 다니던 소아 치과 의사 선생님이 서울대 치과 출신이셔서 소견서를 들고 서울대 소아치과로 가게 되었다. 대학병원이 거의 그렇듯이 시간과 돈을 물 쓰듯 쓰게 되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경험이 많아서 매복치를 보고도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습은 뭔가 믿음직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건치 매복 상태에서는, 잇몸을 뚫어 숨은 이에 장치를 달아서 어디로든 밖으로 나오도록 당기는 교정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밖으로 나와야, 본격적인 교정을 한다고... 아이가 잘 참아서 부분 마취로 진행했는데, 보통은 못 참고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전신 마취를 한다고 한다. 이렇게 이를 당기는 장치를 했을 때, 이가 잘 움직이면 그다음 진도를 나가는 것이고, 만에 하나 움직이지 않는다면 지금 있는 유치를 영구치로 써야 할 수도 있다는 무서운 경우도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수술하고 입 안에 금속 줄(?)을 달고 있는 게 너무 안쓰러운 와중에, 뚫어놓은 잇몸이 아무는 약 일주일 동안 지혈을 위해 입안에 압력을 넣으면 안 된다고 해서 빨대나 가글도 제한되어 너무 불편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양치는 그냥 물을 머금고 머리를 흔들어 헹구고, 입을 벌려 물을 쏟아내는 것처럼 했다; 


 다행히!! 만에 하나는 피했다. 3개월 후인가 엑스레이로 이가 잘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여, 본격적으로 교정기를 꼈다. 한 번 교정기를 끼면 2년은 기본이라는데, 교정기 낀 상태로는 이를 깨끗이 닦기도 힘들고 그럼 충치도 생길 거고... 이걸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걱정이 태산이었다. 다행히 아이가 순하기도 하고 덤덤하기도 해서 그렇게 지금 2년이 되어간다. 아직 성장기 어린이라 이가 금방금방 움직여서 2년 만에 끝이 보이고 있다!!!


교정기 하는 동안 거의 매달 그 먼~ 병원에 가서 경과를 봐야 하고, 다녀오면 이가 당기니 아픈 아이 비위도 맞춰줘야 하고, 교정기 끝 마감이 뾰족하거나 아이가 불편해 하면 다시 그 먼 병원에 가서 손을 봐야 하고, 교정기에 쓸려 입 안이 멀쩡하기 힘들고, 카레 먹으면 교정기에 착색될까 봐 바로 양치하고, 고기는 유아기 때만큼 잘게 썰어줘야 하고... 아, 정말 힘든 2년이었다. 이 모든 것을 이겨낸 아이에게 가장 큰 박수를 보낸다. 끝나도 유지장치를 낀다고 하는데, 그건 설마 한결 편하겠지...


요즘엔 아이들의 턱이 좁아서 덧니는 기본이고, 매복치도 늘고 있다고 한다. 미리 엑스레이를 찍어도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긴 하다. 그래도 자리가 좁은 것을 미리 알면, 적어도 의사 선생님과 상의하여 좀 힘들지만 옆에 멀쩡한 유치를 뽑아서라도 자리를 확보하거나 다른 이가 자리를 좁히지 못하게 장치를 한다거나 교정보다는 훨씬 수월한 방법들이 있을 수 있으니, 혹시 이가 빠지고 바로 이가 잘 내려오지 않으면 꼭 엑스레이를 찍어보라고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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