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학년 때 줬습니다만...
스티브 잡스는 아이들에게 핸드폰을 주지 말라고 하던데, 나는 그 당부를 비웃듯이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일 때 집에 안 쓰는 폰을 쥐어주었다. 워킹맘이라서 아이가 필요할 때 엄마에게 언제든지 연락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아니, 내가 아이가 어디 있는지 확인이 필요할 때 연락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키즈폰이나 키즈워치도 아니고, 어린이들이 그토록 바라는 스마트폰을 줬다. 요금제를 가입하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워서 6개월 3만 원짜리 선불 유심을 끼워줬고 계정도 내 계정으로 입력하여, 앱 설치도 제한하였다. 전화 통신만 허용한 것은, 길에서 혹여 카톡이나 게임을 하다가 사고라도 날까 봐서였다. 적어도 와이파이가 되는 곳은 실내공간일 테니 돌아다니면서 폰을 하느라 문제가 생기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폰을 줬으니, 아이의 행선지를 파악하기 위해 전화를 해본다. 그러나 아이는 폰에 전화가 올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인지, 학교에서 선생님이 비행기 모드로 해놓으라고 하셔서 그런지 한 번도 전화를 제대로 받은 적이 없다. 그때마다 엄마는 속이 타다가 화가 난다. 그리하여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 아이들에게 전화를 하는 시간을 정해주었다. 수업이 끝나는 하교 시간에 엄마한테 무조건 전화하기! 전화는 전혀 받지 못하던 아이들이 내가 해 놓은 프로그래밍대로 하교하면 꼬박꼬박 전화를 걸어왔고, 그때마다 중간에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평화를 맞이하였다.
아이들에게 있어 독이 되는 휴대폰의 기능은 여자아이들에게는 카카오톡, 남자아이들에게는 게임이란다. 그런데 저학년일 때는 폰 사용이 서툴러서 그런지 알림에 신경을 거의 쓰지 않아 걱정할 것이 없었다. 어른들이야 분신처럼 갖고 다니지만, 아이들은 어디 팽개쳐놨는지 모를 만큼 신경을 쓰지 않더라. 그러다가 고학년이 되니 달라졌다.
4학년쯤 되니까 반톡이 생겼다. 더 신기한 것은 아이들이 나름 반톡 안에서 규칙을 만들어 지키더라. 9시 이후에는 톡쓰지 않기, 욕쓰지 않기 이런 것들을 정해서 유지하는 모습이 어른으로써 굉장히 대견했다. 어떤 아이는 지금 주식을 사야 된다더라는 둥, 어떤 범죄가 있었다는 둥 사회적인 이슈도 공유하더라. 어른의 입장에서 카톡이 가져오는 단점만 잔뜩 염두에 두고 사용을 제한하려고만 했지, 이런 선한 사용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사용하다 보니, 오히려 규칙을 만들고 어떤 얘기를 공유해야 할지 아이들이 방향을 찾아가는 느낌이 들었다(물론, 이성친구 관계에 크게 활용되는 날도 오겠지만 말이다)
만약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면 조언해주시라, 아이들이 몰라서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니. 톡이나 전화는 너무 늦게 하는 게 아니야, 욕을 말로 하는 것과 달리 톡에 쓰면 남게 되니 내가 그걸 나중에 봤을 때 부끄러울 거야. 그러니 욕이나 뒷담화는 톡에 쓰는 게 아니야. 가족들이 다 나오거나 동생의 웃긴 개인적인 사진을 공유하면 안 돼, 그 사진을 전송하면 누구나 그 사진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게 되거든. 그 사진을 네이버 같은 데서 이 사람 저 사람이 보는 것을 원하지 않으면 사진을 전송할 때는 신중해야 해. 너무 당연하지만, 폰의 세계에 입문하는 아이에게는 꼭 한 번 얘기해주면 좋을 것 같다.
학교에서는 저작권에 대해서는 교육을 하는 것 같은데, 사이버 에티켓이나 공유나 포스팅에 대한 주의사항은 다루지 않는 것 같다. IT 업계에 종사해서 그런지, 폰 사용과 관련하여 걱정되는 것이 산더미이긴 하다. 일단은 아이 계정을 별도로 생성하여 나랑 연결하여 콘텐츠와 앱을 제한하는 정도로만 관리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기기에 느린 아이들이기도 해서 처음에 큰 걱정 없이 일찍 폰을 줄 수 있었는데, 기기에 능한 아이들이라면 하루에 폰 사용 시간도 제한하고, 자주 사용한 앱도 확인이 필요해 보이기는 하다. 언제든 폰은 줘야 하는데, 시기가 너무 늦으면 그건 그것대로 폰에 대한 비상적인 열망도 커지고 부모와 갈등도 생길 수 있으니, 아이가 중독될 수 있는 것에 대해 통제할 방법만 마련하고 아이가 너무 갈망하기 전에 준비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