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버스 싫어요
학교 방과 후 수업은 저학년 때는 자리가 모자라 박터지지만, 고학년이 되면 널널하다. 저학년 때는 학업에 대한 부담이 적고 새로우니 정원이 터져나가도록 신청하는 것이고, 고학년이 되면 국/영/수 학원 시간 때문에 시간이 맞지 않아 자리가 많이 남는 것이다. 방과 후 수업은 학교 수업 시간이 끝나면 연계해서 진행되기 때문에, 유휴 시간 없이 아이가 바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나는 고학년이 될 때까지 할만한 몇 가지 수업을 추천하고 싶다.
추천 강좌
믿기 어렵지만, 우리 아이는 독서토론을 좋아한다. 우리 아이는 특히 토론에 꽂혔는데, 싸우는 게 아니라고 해도 이기는데 목적을 두고 진심으로 토론 전투에 임한다. 심지어 자기주장의 근거를 찾기 위해 검색까지 하며 준비한다.... 게다가 매 수업에 퀴즈를 맞히면 스티커를 모아서 최고 도서상품권 5000원을 받을 수 있다고 열의와 희망이 가득 찬 얼굴로 수업에 충실히 참여한다. 부모로서 나는 그저, 아이의 강좌 선택에 감사할 뿐이다. (우리 아이가 좀 특이한 것 같다)
어린이 요리수업도 좋다. 가능하다면 금요일로! 나는 두 아이 모두 가급적 금요일 요리수업을 보낸다. 요리수업에서 만들어온 (요리라고 하기 어려운) 음식을 금요일 저녁으로 먹는다. 물론 양이 적지만, 다른 것을 좀 곁들이면 멋진 한 끼 별미가 된다. 춘권을 만들어 온 날은 떡볶이, 샐러드 만들어 온 날은 피자, 깍두기 만들어온 날은 부침개, 야끼소바를 만들어온 날은 돈가스 덮밥 이런 식이다. 이번 주는 뭐 만드는지 이제는 내가 더 궁금해서 수업계획표를 찾아본다. 아이 요리수업 덕에(?) 어울리는 요리 하다가 내 요리실력이 늘고 있다!
큰 아이는 체육 계열이랑 맞지 않아, 야외 활동이 적은 편이다. 그런 부족한 운동을 댄스 수업으로 채웠다. 스트레칭도 하고, 최근 가요 안무까지 배우니 시대도 따라가고(너무 따라가서 문제지만). 방송댄스를 일부러도 다닌다는데 월 3만 원 수준이니 저렴하고, 나름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이 좋아하는 것만 할 수는 없는 일. 수학만큼은 내가 아이에게 하자고 졸랐다. 엄마가 매일 해주기 어려우니 방과 후라도 복습하는 마음으로 한다면 엄마가 마음이 좀 편할 것 같다고 하소연하여 주 3회 50분씩 하는 수학 수업을 넣었다. 당장의 예습과 복습만 목적으로 한다면 방과 후 수학은 훌륭하다. 일단 주 3회 규칙적인 일정이 잡히고, 선생님이 모르는 문제를 봐주시고 또 숙제도 있어 집에서도 그만큼은 해주니 적당히 좋다! 물론 학원이 가르치는 숙련도나 아이에게 주는 관심도가 더 좋긴 하겠지만, 우리 아이가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는 아니라서 방과 후 수업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 외 추천하는 방과 후 수업으로는, 저절로 도형이 머릿속에 그려지게 해주는 큐브 수업, 이야기로 풀어주는 한국사도 좋았다.
비추천 강좌
건축, 공방, 생명과학, 미술 수업 등 만들기 종류들은 별로였던 것 같다. 왜냐하면 결과물로 가져오는 작품들이 대부분 부피가 크고 쓸모가 별로 없어 결국에는 버려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우리 집에서는 예쁜 쓰레기라고 부른다. 이런 만들기 수업들은 보통 아이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처음 한 두 번은 어쩔 수 없이 누구나 해보게 되는 것 같다.
나만의 예쁜 쓰레기 처치(?) 방법을 공유하자면, 작품을 박제하듯 사진을 찍고 날짜와 의미를 사진에 삽입하여, 나중에도 아이가 어떤 작품을 만들었었는지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일단 박제 과정을 마치면 작품은 한 달 정도 현관 앞이나 거실에 진열한 후, 깔끔하게 작별한다. 실용적이지 않다는 것을 아이들도 인정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작품을 버리는데 반발하거나 마음 상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품 컬렉션을 얻으니 좋아하는 것 같다. 아이들이 2명 이상이면 꼭 이름도 같이 남기자. 당연히 누구 것인지 알 줄 알았는데, 몇 년 지나니 헷갈린다. ㅋ
느낀 점
방과 후 수업의 최고 장점은 셔틀버스에서 버리는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나는 셔틀을 타고 빙빙 도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한다. 영어 1시간 수업하러 20분을 빙빙 돌아가는 것은 아이도 지치고, 사고 위험도 있고 여러 가지로 실이 더 많다. 그래서 최대한 학교 가까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했다. 고학년이 되면 학교 수업과 방과 후 사이가 한 시간 정도 뜨는데, 이 시간은 학교 도서관으로 해결할 수 있다. 방과 후까지 학교에서 머물기가 불가능한 학교가 혹시 있다면, 과감하게 교무실에 전화하여 건의해볼 것을 추천한다. (내 경우에는, 학교 방과 후 수업이니 교내에서 아이들이 머무를 수 있게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했었고, 이루어졌다!)
방과 후 수업으로 제대로 된 학습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반복하여 몸이 익숙해지는 탁구나 배드민턴, 큐브, 주산, 바둑, 댄스는 초등학교 내내 한다면 상당한 실력에 이르게 된다. 학습적으로 보충이 필요한 과목은 학원이 훨씬 효율적이지만, 학교와 연계되어 시간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방과 후 수업을 잘 이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