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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토끼 Mar 22. 2023

가즈아! 전교회장~

부모는 킹메이커

초등 3학년 때부터는 학급 임원을 뽑는다. 요즘은 회장/부회장이라고 칭하고, 학급당 남, 여 각각 1명씩 뽑는다. 한 반에 25명 정도이니 1년에 8명(30%)이 임원을 해보는 것이다. 전교 회장까지 합하면 회장 남, 여 각각 1명씩, 부회장은 남, 여 각각 2명씩 뽑으니 1년에 총 12명이 전교 임원단을 해본다. 


 많은 인원에게 두루두루 경험을 주기 위한 정책인지 임원은 1년에 딱 한 번 해볼 수 있다. 그래서 2학기에 전교회장단에 지원할 예정이면 1학기에는 학급 임원에 나가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1학기보다는 2학기에 임원이 되기가 수월하다.


초등학생 때는 성적이 큰 문제가 되지 않으니, 아이가 스포트라이트 받는 것을 좋아한다면 3, 4학년일 때는 엄마가 부추겨봐도 좋을 것 같다. 고학년이 되면 부추기고 꼬셔도 엄마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말이다ㅎㅎ 그런데 아이가 하고 싶어 한다면?! 그땐 두 팔 걷고 열심히 지원하면 될 것 같다. 요즘엔 사탕 하나조차 돌리지 않는 청렴한 시대이니, 노동력만 부으면 된다든 것!


 우리 큰 아이 경우, 5학년 끝날 즈음 담임선생님께서 전교회장이 되고 싶으면 어떤 준비를 미리 하라고 언질을 주셨는데, 그때 전교회장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전교회장의 뽐뿌를 주시다니, 담임선생님의 역할이 또 한 번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새 학년이 시작하면 바로 일주일 사이에 전교회장 신청서, 포스터, 포부영상을 내라고 하니 미리 준비하라는 것이었고, 우리 가족은 급작스럽게 개학을 앞두고 선거 공약을 준비하고, 포스터를 만드는 등 거실에 급하게 선거캠프(?)를 설치하였다.


 공약을 준비하는 것도 참 어려웠다. FM 삶을 사는 우리 딸은 뻥은 안 된다며 최대한 진심을 담아 학교에서 안 해주면 본인이 해 줄 수 있는 것으로 하향공약(?)을 준비했었다. 교내 쓰레기통 늘리기, 음악방송 틀기 같은 것이었는데, 그걸 본 동생이 '별론데?!' 하는 통에 마지막에 급 공약을 수정하는 난리부르스를 췄다.


인기 공약은 크게 2가지다. 아이들 최대 화두, 급식! 아이들 기호에 맞는 급식을 월 1회 제공한다는 공약. 양심우산, 비 올 때 우산을 빌려주고 회수는 양심에 맡기는 운영안인데, 이건 이미 많은 학교에서 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 있고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공약이지만, 아이 학교는 이미 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 딸이 내건 공약은, 운동장 이벤트 개최 / 점심시간 공 대여 / 양심물품에 머리끈, 연필깎이 등 확대하기였다. 어쨌건, 학교 폭력을 없애겠다. 깨끗한 학교를 만들겠다. 행복한 학교를 만들겠다... 같은 공약은 초6도 안 한다는... 


코로나 전에는 선거유세(?) 운동을 등굣길에 해야 했을 텐데, 정말 다행히도 공약은 영상으로 대체한다고 했다. 일단 아이가 하고 싶다고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기 때문에, 방관하지 않고 엄마는 공약 동영상 편집을, 아빠는 아이 이름과 기호가 기억에 남도록 포스터 구도를 맡았다 -_-; 공약을 일주일 내내 정성껏 준비할 만큼 열성적인 아이는 수십 번 NG 끝에 공약 발표 영상을 완성했고, 포스터도 전적으로 자기가 오리고 붙이고 틀려서 다시 오리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남다르게(?) 준비하였고, 4학년 동생이 친구들 표를 몰이해줬는지(확실히 동생이 있으면 유리함) 압승을 거뒀고, 그렇게 전교 여자 회장이 되었다. 두둥! 쉽게 얘기했지만, 반별로 개표하여 익일 발표하는 데까지 생각보다 긴장이 되긴 했다.


이렇게 회장이 되면 끝 아닌가? 회장이 무슨 일을 하나? 엄마인 나도 그런 생각이었는데, FM 삶을 사는 우리 딸은 교장선생님과의 간담회를 대사까지 써가며 열심히 준비하고,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 아직까지도 계획서인지 기획서인지를 썼다 지웠다 중이다.


 이번 전교회장사건(?)을 계기로 알게 된 것은, 전교회장이 생각보다 권한이 많다는 것! 그냥 가만있지 않고, 계속 계획서를 갖다가 담당선생님께 들이밀고 조르고(?) 차선이라도 계속 계획서를 내면 가능성이 있더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 회장님께서는 운동장 이벤트 공약을 지키기 위해, 학교 운동장 바자회 계획서를 열심히 작성 중이시다. 엄마가 귀띔해 준 대로, 육하원칙에 맞춰 쓰고 사전 준비사항, 사후 정리사항까지 부회장님과 매일 전화회의를 해가며 학교를 위해 애쓰시고 계신다.


뭘 저렇게까지 하나 피식 웃음이 나오다가도, 자기 할 일도 버리고 공약 이뤄보겠다고 이것저것 쫓아다니는 꼴(?)을 보면 화르르 열이 오르기도 한다. 그래도 언제 또 회장 해보겠나 싶어 행복한 마음으로 열심히 응원한다.


우리 회장님 화이팅!


P.S. 만약 초등전교회장에 지원할 생각이라면, 아래 내용을 참고하면 좋겠다.

1. 4학년 이상 투표권을 갖는다는 것 (즉, 3학년 이하로는 필요가 없으니, 공약 시 참조)

2. 모두 투표를 하기 때문에, 안면이 없는 아이들은 의외로 공약을 보고 투표함.

3. 1학기에 후보진이 치열하면, 2학기로 도전 (단, 학급 회장 나가면 안 됨)

4. 포스터에는 번호와 이름이 기억에 남도록 하기

5. 공약 영상에는 억양, 박수(제스처), 효과 중 하나를 선택하여, 아이들 기억에 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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