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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토끼 Oct 29. 2022

시력의 충격

feat. 드림렌즈

충격의 기억 | 아이에게 종종 칠판은 잘 보이니? 라고 물어보세요.

아이 2학년 때 학교에서 시력검사를 했는데, 0.3이라고 안과가서 재검사를 하라는 담임선생님 소견을 받았다. 학교에서 제대로 잰 것도 아닐텐데 걱정이 앞섰다. 아이도 칠판이 안 보인다는 말을 이제서야 하더라. 동네 안과에서 근시 소견을 받았다. '아직 9살인데 벌써 시력이...' 우울한 마음을 아이 마음에 드는 비싼 안경테로 달래보아도 앞으로 더 떨어질 시력 걱정에 좀처럼 불안이 가시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아이 반 친구가 드림렌즈를 한다는 말을 듣고 자세히 알아보게 되었다.


드림렌즈, 꿈의렌즈?

드림렌즈는 자는 동안 렌즈가 동공을 눌러서 시력을 올려주고, 낮에는 보정된 시력으로 렌즈 없이 맨 눈으로 다닐 수 있게 해준다. 오해하지 말아야할 것은, 시력을 높여주진 않는다. 그러나 근시 진행속도도 늦춰준다고. 문제는 역시 돈이다. 그러나 세상 어느 부모가 아이의 시력과 돈을 저울질 하겠는가? 한달음에 아이 친구가 다닌다는 압구정 안과를 찾아갔다. 동네에 드림렌즈 경험이 많은 병원이라면 가보겠는데, 드림렌즈라는 것도 새로웠고 검사 몇개로 뭔가를 결정하는 동네 병원이 의심스러워 결국 유명하다는 병원을 찾아갔다.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주기적으로 검진을 가야하기 때문에 가능한 최대한 가까운 병원이 좋다.


좌충우돌, 드림렌즈 경험기

거의 백만원 돈을 내고 드림렌즈를 했다.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아이가 안경을 몇 개월 써 봐서 불편함을 아는지, 어떻게든 렌즈에 적응해보려고 노력하더라. 게다가 3학년 때는 코로나가 터지면서 마스크를 써야했기 때문에 안경을 끼면 땀도 차고 서리도 껴서 무조건 우리 선택은 렌즈였다. 후기글 찾아보면 렌즈끼고도 잘만 생활한다는데 우리 예민이는 이물감이 너무 심하다고 하여 밤마다 힘들어했다. 또 렌즈가 눈을 눌러주려면 바로 누워서 자야 큰 효과를 얻는다는데 헐, 천정을 바로 보고 자야한다니 어른인 나도 할 수 있을까 싶은 미션이다. 그래서 가볍게 포기하고, 유난히 시야가 흐릿한 날에만 특별히 바로 누워 자보기로 했다. 어려워서 그렇지, 바로 누워 자면 효과는 확실하긴 하다... 렌즈는 아이 뿐만 아니라 엄마도 힘들게 했다. 유아기 지나고 편히 자나 싶었는데, 밤마다 렌즈를 끼느라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끼우다 바닥에라도 렌즈를 떨어뜨리는 날이면 바닥을 샅샅이 찾느라 내가 노안이 올 지경이었다.


3년을 렌즈를 꼈고 지금도 끼고 잔다. 처음과 다른 점은 지금은 빼고 끼고를 아이가 혼자 할 수 있다는 것. 렌즈하는 동안 시력이 안 떨어지기도 한다는데, 우리 아이는 시력이 한 번 떨어졌었고, 어쩔 수 없이 렌즈도 한 번 새로 샀다. 또 비염이랑 겹치면 눈도 가려워져서 렌즈끼기를 더 힘들어하기도 했다. 피곤한 날도, 여행가서도, 여행갔다가 집에 늦게 온 날도, 예외 없이 매일 밤 렌즈를 껴야하는 것이 고통이라면 고통이었다.


그래도, 추천

드림렌즈는 활동이 많은 초등학생에게는 안경보다는 훨씬 장점이 많다. 마스크까지 쓰는 코로나 시대에는 더욱더 그렇다. 가격이 사악한 것이 문제인데, 주변에서는 3년도 넘게 쓰는 경우도 있다더라(내 아이는 아니었지만

가장 큰 진입장벽은 렌즈 거부감이다. 우리 아이는 안경을 먼저 꼈던 터라 너무 불편해서 렌즈에 대한 의지가 강했는데, 처음부터 렌즈끼는 것이 너무 힘들어 포기하는 아이들이 태반이다. 진입장벽을 넘었다면 주의할 점은 렌즈 간수이다. 떨어뜨리면 찾기 어렵고, 싱크대나 세면대에서 렌즈를 세척하다가 빠트리면 멘붕이다. 휴지에 올려놓고 이따 치워야지 했는데, 까먹고 버리는 일도 일어난다. 그 때마다 입에서 돈돈 아쉬운 소리가 안 나올 수가 없는데, 아이가 그걸 들었는지 짠하게 렌즈를 떨어뜨리면 '비싼건데'라며 찾더라(맴찢)


렌즈 구매 비용 외에도 주기적인 검사&검진(3만), 렌즈 세척액(3달에 6만), 식염수(3달에 1만) 정도의 유지비용이 들어간다. 그리고 8시간의 수면시간이 확보되어야 교정시력이 보장되다보니, 길게는 중학생정도까지 할 수 있다고 한다. 렌즈가 잘 맞으면 일주일에 하루는 끼지 않아도 시력이 유지되기도 한다던데...(역시 내 아이는 아니었다)


4학년이 되면 안경쓰는 아이가 반에 1/3이 될 만큼 근시는 흔하다. 일단 시력이 떨어지는지 빨리 캐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아이가 뭘 볼 때 미간을 찌푸리면, 시력을 한번 체크해봐야 함) 안경을 써야한다면, 친구의 안경이 약간은 부러웠을 수 있는 아이에게 안경을 영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가... 불편하다는 얘기가 나올 때 렌즈라는 것이 있다고 제안해보는 것이 아이가 좀 더 자발(?)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떨어진 시력을 되돌릴 방법이 없으니 어쩌겠는가, 좀 더 커서 성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시력이 너무 떨어지지 않게 유지하다가 어른되면 라섹해줘야지.. 이제 그만 우울한 마음을 접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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