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kim_smalll
가난이 많았다
가난은 없다는 말일 진대
없는 게 많다는 어불성설로
누군가에겐 꼴릴 배알조차
내겐 없었다고 설명한다
뻔한 겉치레 웃음에도
그래도 웃는 게 낫다며
환한 웃음 지어 보이며
순간의 영원함을 말하며
니체를 들먹이며
꼬이는 배알을 붙잡으며
나는 기뻐했다
그래서 들꽃의 화사함도
퍽이나 배알 없어 뵌다
필요할 때만 사람을 찾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정작 필요할 때조차 사람을 찾지 못할까 두려웠다.
그래서 언제든 나를 찾아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워 웃음 지었다.
나의 처지가 어떠하든 말이다.
차갑게 굳은 시멘트 균열에 핀 민들레가
배알도 없이 환하게 웃는 모습이, 그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