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자주 산다. 좀 많이 산다. 어른책도 사고 동화책, 동시집도 사고 그림책을 제일 많이 산다. 내가 읽고 싶어서 사는 책들도 비용이 상당히 드는데 지인들이 작가와 출판계쪽에 있는 분이 많아지다보니 그들이 신간을 낼때마다응원 구매를 하면 솔직히 부담이 될 때도 있다. 한 두명이 아니라서... 하우스푸어가 아니라 책사다가 텅장이 텅텅되는 북푸어가 될까봐 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작고 소중한 내 월급 미워). 오늘도 대체 몇 권을 주문했는지 모른다.
이렇게 수시로 사다보니 사라 스튜어트의 <도서관> 그림책의 주인공처럼 금방금방 책 무더기가 여기저기 쌓인다. 책은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게 제일 문제지만 어쩔 수 없다. 수업할 때도 쓰고 나를 위해서 다시 읽어야 하고 어떤 책은 책등만 봐도 좋다. 내게는 책이 위로이자 친구라서 사서 소장해야 한다. 인생의 고민도, 알고 싶은 분야도 책에 기댄다. 정말 가벼운 책은 빌려보지만 대부분은 구입한다. 빌려보는 책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서 읽어도 내 안에 안 들어오는 것 같다.
책덕후로 사는 일이 힘든 점도 많지만 부지런히 점을 찍다보면 어느샌가 선으로 연결되더라는 말처럼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고 관심사를 그쪽에 두고 있으니 관련되는 일이 조금씩 늘어난다. 가끔 그림책 연수를 하게 되기도 하고, 책을 소개하는 활동도 하고 공저도 내게 되었으니 어찌보면 덕업일치를 이루어가는 과정중에 있다고 봐야겠다. 나름 내 길을 잘 가고 있다고 위안을 삼아본다.
한동안 연수나 모임을 하도 많이 참여해서 피로도가 높아졌다. 고정적인 연구회 모임(이것만도 여러 개)만 참여하고 다른 것은 늘리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에 마음을 다잡고 그림책 강의나 줌연수를 또 찾아서 듣고 있는데 좋아하는 작가들의 강연이라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역시나 내공이 깊고 배울 게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자극이 된다. 다시 내 안에서 열정이 솟아오르는 기분이다. 더 배우고 채워서 내 것을 만들어 나가야겠다던 초기의 열심마인드가 살아나는 느낌이랄까.
그리하여 소개해주는 책들 중 내게 없는 책들을 또 여러 권 샀다. 지식 그림책도 사고 읽어보지 못한 클레어 키건의 다른 책도 사고. 질리지도 않게 책을 사면 기분이 좋다. 아마 평생 이러고 살겠구나 싶다. 지인은 책방하고 싶어하는게 내 꿈이니 다 자산이다~ 지금부터 모아둔다~ 그렇게 생각하라고 한다. 그래, 어차피 이 병은 고칠 수 없으니 좋아하는 거 하면서 성공한 덕후가 되어 덕업일치의 삶을 이루고 싶다는 일념으로 계속해야지.
평소 나를 소개할 때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싶어서 노력하는 사람, 그리고 노력해서 이뤄내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내 마음과 똑같은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이럴수가!! 보자마자 주문했다. 다시 잘 보니 워크북 형태라고 써있어서 조금 걱정이 된다. 그런 류의 책을 샀다가 실망한 적이 많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실망할지 모른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큰 기대는 하지 말아야지. 책 한 권에서 마음에 남는 문장 하나, 밑줄 긋고 싶은 글귀들 몇 개 만 있어도 만족한다. 이 책에서 작은 인사이트 몇 개라도 얻을 수 있다면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기다려보겠다.
'책수레'라는 내 별명에 맞게 많이 읽고 글도 잘 쓰는 사람으로, 책이 좋아서 책과 관련된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꾸준히 계속하다보면 나만의 안목과 내공이 생기겠지?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열심히 읽고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