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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가비 7시간전

[100-75] 그림책 덕후가 책을 즐기는 방법

 나는 책 덕후다. 어린이 문학을 전공했기도 하지만 그림책은 매우 좋아한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은 컬렉션처럼 사서 모은다. 그중 백희나 작가도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실사를 만들어 찍은 장면으로 그림책을 구성하는 독특한 작업을 하는데 그 디테일함과 실재감이 엄청나다. 


 백희나는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그림책 작가다. 최근 한강의 노벨상으로 나라 전체가 들썩이고 그녀의 소설을 읽어보려는 사람들, 이미 읽었던 사람들의 인증 등 문학의 영향력은 크다. 그림책계의 노벨상같은 상이 몇 가지 있는데 백희나는 2020년 세계 최대 아동문학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해서 우리나라 그림책의 위상을 세계에 알렸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은 ‘삐삐 롱스타킹’을 쓴 스웨덴의 유명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2년 스웨덴 정부가 만든 상이다. 한국 작가로는 백희나가 처음 수상의 기쁨을 안게 되었다. 


 백희나의 그림책 중 '알사탕'이라는 책이 있다. 구슬을 사러 간 주인공 동동이가 구슬인 줄 알고 사온 알록달록한 것들이 알고보니 아주 특별한 사탕이었다. 예를 들자면, 소파 무늬와 똑같은 색의 사탕을 먹으니 소파의 말이 들리고, 키우는 강아지와 같은 무늬의 사탕을 먹으니 강아지와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어서 이 책으로 아이들과 해마다 수업을 한다. 


 그런데 이 책의 후속 버전이라고 해야할까. '알사탕'이후 10년 만에 '알사탕 제조법'이라는 작은 판형의 책이 출간되었다. 엄청난 기대를 안고 출간되자마자 샀는데 처음에는 읽고서 "잉? 이게 뭐야?" 하는 의아함이 들었다. 글씨도 별로 없는데다가 알사탕을 팔았던 문방구 주인 할아버지가 요가 동작을 하는 장면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책의 요지는 비밀 알사탕을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 수련의 일환으로 요가 동작을 하는 것인데 마지막 페이지 내용에 주석이 압권이다. 알려준대로 했는데 만약 어린이가 알사탕 제조에 실패한다면 67세가 되었을 떄 다시 시도해보라니!!! 게다가 여기에 나온 요가 동작을 매일 수련해야 한단다. 세상에나. 

 아마 그 정도로 온 힘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고 수련을 하는 마음가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야 특별함이 생긴다는 메세지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본다. 그림책 덕후인 나는요즘 그림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있는 방법을 발견했다. 책 속의 장면과 내가 일상에서 발견하는 똑같은 장면, 나의 행동이나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찍어 두었다가 매칭해보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서 찾아보니 이런 장면들이 매칭이 되었다. 

 

 

 얼마전에는 '당신을 측정해 드립니다'란 그림책에서 내 모습과 겹쳐지는 장면들이 너무 많아서 사진들을 저장해두고 그림책 연수때 보여드렸더니 반응이 좋았다. 그림책은 여러 번 읽고 그때마다 느껴지는 감상과 마음에 들어오는 부분을 다르게 느끼며 깊게 읽는 것도 좋고, 요즘 내가 하는 것처럼 이렇게 같은 순간을 찾아내며 읽는 것도 또 다른 재미와 감상이 느껴져서 좋다. 


  머리서기 자세는 마음먹고 연습했더니 3일만에 적응해서 생각보다 빨리 터득했는데  위의 두 가지 자세는 아직 택도 없다. 67세가 될 때까지 터득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매일 연습해 봐야지. 성공하게 되면 꼭 비교 사진으로 남기리. 그리고 나서 나의 어떤 간절함이 이루어졌는지도 깨닫게 되기를. 그림책 읽는 어른으로 사는 일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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