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이번엔 지원이 어려울 거 같습니다.
제안 주셔서 감사합니다.
거절하지만, 감사하단 소리를 들었다.
나는 매일 거절받고 감사하단 소리를 듣는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온갖 채용 포털 사이트를 켠다. 구글 크롬에 창이 5~6개가 쌓인다. 찾는 포지션에 맞춰 직무, 경력 등을 체크한 뒤 사람을 검색을 누른다. 적합한 사람들이 촤르르 보인다. 하나하나 신중히 살펴보며 맞는 사람은 저장, 조금 다르다 싶으면 X를 눌러 창을 끈다. 그리고 저장해 둔 사람들에게 한 분 한 분 정성껏 메시지를 적어 제안을 보낸다.
잠시 후, '김OO님이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알림이 온다. 두근거리던 심장이 차갑게 식어버리고 우울한 감정은 땅을 기다 못해 땅속으로 추락해버리고 만다. 1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제안을 보내도 수락은 20명이 안 될 때도 많다. 마음은 아프지만 멈출 수 없기에 위에 적은 일을 다시 반복한다.
매번 반복되는 일이면 익숙해 질만도 한데 거절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매번 당할 때마다 가슴이 저릿하고 한숨이 푹푹 쉬어지며 우울한 감정은 순식간에 나를 뒤덮는다. 시급도 없고, 월급도 없는 상황에서 거절만 받다 하루가 끝나는 날이면 그렇게 슬플 수가 없다.
그러나 웃기게도 저 '감사합니다'라는 말에 일을 멈추지 못하고 계속하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거절하지만 감사합니다. 병 주고 약주겠다는 말이지만 그 말이 나를 여기에 붙잡아 두게 만든다. 하루를 끝내는 밤에 일기장을 펼쳐놓고 하루를 정리하다 보면 꼭 적는 말이 있다.
오늘도 감사하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나는 감사한 존재다. 잊지 말자.
처음 이 일을 시작한 서치펌에서 교육을 받을 때, 우리 일은 누구보다 감사하다는 말을 듣는 직업이라 들었다. 그 말이 정말 맞았다. 거절당하지만, 감사하다는 말을 들었고 좋은 곳으로 추천, 이직 성공을 시켜드리면 더 깊은 감사함을 전해받았다.
나 역시도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부모님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정리한 이력서를 남에게 보여준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가. 그래서 한 분 한 분 소중히 생각하려는 것이다. 함부로 할 수가 없다. 나 역시도 내 이력서를 달라고 하면 잠시 주춤하거나, 머뭇거릴 것이 분명하기에.
헤드헌터를 하면서 구직자의 입장이 되기도, 채용담당자의 입장이 되기도 한다. 나 역시 지금 당장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하면 서류 탈락의 슬픔을 마주할 것이 뻔하다. 그리고 누군가 나의 팀원으로 이력서를 제출하면 마음 아프지만 죄송하다며, 이번에는 함께 하지 못할 거 같다는 말을 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다. 감정이 충분히 상할 수 있기에, 최대한 조심하려고 한다. 존중하려고 한다. 감사하다는 말을 받는 사람처럼 그 감사함을 아는 사람으로 일하려고 노력한다.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언젠가 이러한 진심이 통해 폭죽이 터지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거절하지만 감사합니다'를 받았다. 씁쓸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으니 다시 사람을 찾는다. 진심을 알아줄 사람을 찾아 다시 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