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금되었습니다.' '입금되었습니다.'
헤드헌터에게 입금된 '돈'은 3개월이 지나기 전까지 가짜 돈이다.
익숙한 석세스에 속아 소중한 돈을 함부로 쓰지 말자.
헤드헌터로 첫 입금이 되었다. 통장엔 두 달 치 월급이 한 번에 찍혔다. 통장을 보여 "아 이제 시작인가. 역시 나도 연봉 1억 헤드헌터가 될 상이구나."와 같은 깜찍한 생각을 했다. 겨우 두 달 치 월급을 한 번에 받은 거 가지고 난 마치 경제적 자유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두 달 동안 통장에 돈이 안 찍힐 수도 있다는 걸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이다.
처음 헤드헌터 일에 매력을 느꼈던 것도 이 부분이었다. 한 명을 회사에 입사시키는 과정은 너무나 멀고 험하지만, 한 번에 또래 직장인 월급보다 많이 받을 수도 있다는 것. 그러면 한 동안은 매일 만 원짜리 식사를 먹어도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지 않을 수 있었다.
영화 '찰리의 초콜릿 공장'이었던가? 달콤한 초콜릿, 껌, 사탕에 속아 모든 유혹에 빠져버린 어린아이들과 비슷하게 나도 한두 번 받은 또래 친구들보다 많이 받은 돈 유혹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통장에 돈이 찍힌 순간 이후 한 동안은 잠시 손에서 일을 떼어내고 여기저기 돈 쓰러 다니기 바빴다.
물론 이때 월세집을 다시 구해야 해서 더 일에 집중할 시간을 줄이기 시작했다. 놀고도 싶고, 집도 구해야 하고 일하지 않을 핑계들만 미친 듯이 만들어냈다. 오늘은 추워서, 내일은 비가 와서 그렇게 출근도 안 하고 집에서 딴짓만 하다가 몇 달이 흘렀다.
통장에 찍혀있던 돈은 빠른 속도로 사라져 갔고, 보이스피싱이라도 당한 줄 알고 내역을 천천히 살펴보니 전부 내가 쓴 돈이 확실했다. 미쳤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익숙한 석세스에 속아 소중한 돈을 펑펑 써버리고 말았다.
월세는 내고 살아? 그러니까 집은 왜 나가.
힘들면 다시 들어와. 들어와서 돈 모아서 나가.
엄마는 매일 전화를 걸어 위와 같이 말했다. 근데 엄마,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구먼. 27년 동안 집에서 살았지만 돈을 못 모았어. 그렇다는 건 결국 집에서 살아도 나갈 돈은 나간다는 것이야. 물론 지금은 원래 안 나갈 돈 + 나갈 돈이 같이 나가지만.
재작년 12월, 추운 겨울에 지금 집으로 이사를 하고 어찌어찌 잘 살고 있다. 브런치에 쓰기 위해 슬픈 이야기를 꺼내 적어보았지만 정말 현실이 우울하기만 한 건 아니다. 헤드헌터에 대한 긍정적인 얘기만 늘어놓기보다는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을 짚어주기 위해 적었던 것이니 꼭 헤드헌터는 돈 못 벌고 우울한 것이구나라고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징징거리긴 했지만, 가끔 사람이 싫어지긴 하지만 그럼에도 좋은 곳을 알리고 훌륭한 인재를 추천해 커리어에 도움을 주는 것이 너무 행복해 오늘도 무너진 멘탈 다시 쌓아 올리며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