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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니 Jul 30. 2024

헤드헌터는 프리랜서라 좋겠다고요?

프리랜서라서 출퇴근 안 정해져 있어!
언제든 시간 뺄 수 있어~
너무 여유를 부렸다.
프리랜서로 산다는 건
시간 관리를 잘해야 한다라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헤드헌터는 기본적으로 프리랜서다. 물론 서치펌의 형태에 따라 정규직, 계약직이 있기도 하지만 내가 속한 서치펌은 고정급여가 없는, 성과급만 있는 프리랜서가 기본 형태다. 이러한 형태가 처음 여유가 있었을 땐 너무 좋았다. 돈도 있고 시간이 있는 상황. 얼마나 최고의 조합인가. 근데 그때 더 시간 관리를 했어야 했다. 지금 와서 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흘려보낸 시간들을 주워 담지 못하는 상황이 매우 속상하다. 





"하루만 시간 뺄 수 있어? 엄마랑 놀러 가자."


그래, 앞으로 엄마랑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 텐데.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때 보내야지! 


"내일 놀러 갈까? 영화 볼까? 데이트하자!"


사랑이 펄펄 끓어오를 때, 하루라도 못 보면 입에 가시가 돋는 거 같을 때 매일 만나 데이트를 즐겼다. 


"나 프리랜서라 시간 여유롭게 쓸 수 있어! 너 편한 시간에 만나자!"


프리랜서라면, 더더욱 시간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시간이 돈이었고, 나는 돈을 펑펑 날려 거지가 되었다. 



프리랜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그런지 직장에만 들어가면 하루하루가 따분하고 지루했다. 처음엔 '새로운 일'에 흥미를 가지고 열정 넘치게 일했지만 그건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금방 시들해졌고, 괜히 회사에 대한 불평불만만 늘어갔다.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시기가 지나면 몸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나는 안정적인 수입과 위치를 원했지만, 내 몸은 이미 프리랜서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에디터로 들어간 정규직 회사를 뛰쳐나와 헤드헌터로 서치펌에 입사했다. 프리랜서라 너무 행복했다. 폭우가 내리는 날이면 출근하지 않아도 됐고, 늦잠을 잔 날엔 점심시간이 지난 후에 출근해도 누가 뭐라 하지 않았다. 오로지 나의 책임이었다. 그냥 오늘은 일 덜 하는 날, 못하는 날, 쉬는 날... 그게 하루 이틀 한 달... 쌓아져 갔다. 


헤드헌터에게 시간은 금이었다. 내가 늦잠을 자고, 자체적으로 일을 쉬는 동안 동료 헤드헌터들은 꾸준히 일했다. 매일 본인의 루틴을 지켰고, 성과도 꾸준히 보여줬다. 그에 반면 나는 내가 저지른 행동에 불안감만 만들었다. 내가 한 행동에 대한 대가는 무서웠다. 


나만 뒤처지는 느낌, 오랜만에 회사에 나가면 동료들끼리는 이미 내가 모르는 정보를 주고받았고, 괜히 나오지도 않으면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된 느낌이 들었다. 박힌 돌이지만, 미운털 박힌 돌이 된 느낌.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성과가 없으면 돈도 못 벌면서 "쟤는 뭐 먹고사는 거지 도대체?"라는 소리를 누군가는 했을 것이 분명했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무엇으로 지금까지 살아 있는지 궁금하다. 세상에 죽으란 법은 없는지 죽을만하면 한 번씩 살라고 세상 쪽으로 신이 나의 등을 툭 밀었다. 약한 멘탈이 문제였고, 게으른 몸뚱이가 문제였다. 아니다. 그냥 내가 간절하지 않았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이 일을 너무 얕잡아 봤고, 너무 가볍게 여긴 거다. 내가 너무 자만했고, 내가 정신을 못 차렸던 거다. 그래놓고 세상 탓, 사람 탓,... 그리고 사람들 보면서 괜히 부러워하고 시샘하기만 했던 거다. 


내가 참 못난 사람이었던 거다. 




지금은 웬만하면 주 4일에서 5일, 오전 10시까지 회사로 출근하고 있다. 오전과 오후 집중 근무 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엔 딴짓은 피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렇게 일하다 보니 그래도 어느 정도 성과가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라고 시간을 함부로 쓰지 말자. 프리랜서는 프리하지 않고, 시간이 곧 돈이라는 걸 잊지 말자. 내가 엉덩이 붙이고 있는 시간만큼 돈으로 보답받을 거라고 생각하자. 


하지만 가끔 현타가 오는 건 어쩔 수 없다. 하루 종일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일해도 시급도 0원... 월급도 0원... 다시 돌아간다면 나는 이 일을 선택할까? 그땐 좀 더 신중하게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차라리 직무를 바꾸더라도 회사에 들어가거나, 아니면 차라리 방송에서 죽자고 버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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