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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노화 Oct 10. 2024

남편, 자기 인생 최악의 딜을 하다.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복수


아버지는 한 달을 4일 남겨 둔 날 아침에 돌아가셨다. 그토록 간절히 한 달만 참으라고 했건만 심신이 피폐해진 노인이 견디기엔 한 달도 너무 길었던 게다. 요양사들의 말로는 일주일 전부터 예후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러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집에서 돌아가시면 여러 가지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고 차라리 요양원에서 돌아가시면 바로 병원으로 이송하기도 쉽고 절차도 까다롭지 않고 낫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요양원에서 붙잡고 있다가 돌아가시기 몇 시간 전에야 심상치 않다는 통보를 했고 가족들이 부랴부랴 달려갔지만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그 한 달 사이에 대체 아버지의 내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 왜 그렇게 갑자기 생을 내려놓으셨던 것일까.


아버지는...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음이 분명했다. 아버지의 인생에 대해 이러저러 평가할 마음은 조금도 없다.

사실 너무 모른다. 길게 대화를 나눠 본 적도 깊게 문제를 의논해 본 적도 없다.

큰 흐름으로 볼 때 아버지는 가족에게 존경받지 못했다.

우리는 답답하고 위태로워 보였지만 아버지가 하는 일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랬어야 했던 거 같다. 그랬으면 재산도 지키고 건강도 챙겨 드리고 좀 더 오래 사실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하지만  알 수 없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빚 문제는 깨끗하게 정리가 되었고 남겨진 가족은 유산을 한 푼도 건지지 못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빚이 빨리 정리된 것이 다행일 지경이었고 다만 나는 아버지에게 바람피우는 사위를 내쫓으라는 유언을 받았을 뿐이었다.

파산과 큰 사위의 불륜으로 아버지는 큰 충격을 받았음이 분명했다. 이제는 엄마한테서 자주 듣는 소리지만 아버지도 그때 속으로는 '내가 큰 딸을 어떻게 키웠는데 감히 네가!' 하셨음이 분명하다. 노여움을 억누르는 표정에서 역력히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졌으나 다른 한편으론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남편의 불륜과 아버지의 병환 문제로 이중고를 겪고 있었기 때문에 한 가지 짐이 덜어진 것이다.

진짜 속내는 아버지가 아니라 남편이 죽기를 바랐었다.

"천벌 받을 거야"

몇몇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는데 단순히 위로의 말이라기보다는 진정으로 그렇게 믿는 것 같았다. 살면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짓이 바람피우는 짓이라고. 100% 후회할 짓이라고...

왜 후회를 하게 될까? 나중에 왜 후회를 하는 걸까?  그만큼 행복할 자신이 있으니까 모든 비난과 위험을 감수하고 처자식까지 다 버리고 선택했을 텐데…

사람들이 "두고 봐 봐. 언젠간 반드시 후회할 거야"라는 말을 건네면 그런 의문이 들었다.

나 같으면 후회하지 않을 거 같은데... 스스로 택했고 그리도 그리던 영원의 사랑을 찾았으니까...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후회할 사람들 같으면 애초에 그런 짓 안 하죠."라고 대답했다.

더 심하게는

"잘못했다고 싹싹 빌며 돌아올 거야. 기다려 봐 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바람이 언제까지 불겠냐며 욕정이 떨어지면 싫증이 날 거고 그 기간이 길어야 2~3년이라는 것이었다.

"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말도 안 돼요. 돌아오다니요. 저한테 한 짓이 있는데요. 절대로 돌아오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내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도 잘못했다고 싹싹 빌고 들어 오면 받아 줄 수밖에 없지 않으냐 그리고 너의 성격상 받아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사실은... 이미 그전에 잘못했다고 싹싹 빌지도 용서해 달라고 무릎을 꿇지도 않았는데 내가 먼저

"덮어 줄 테니까 더 이상 만나지 마"라고 말했었다

남편은 "난 잘못한 거 없어. 내가 뭘 잘못했는데 네가 덮어 주겠다는 거야? 너한테 애정이 일도 없어서 다른 여자를 만난 건데 그게 뭐가 잘못이야?"라며 언성을 높이며 화를 냈다.

이때 남편의 심리는 뭐였을까? 어떤 심리기제가 발동한 것일까?

불륜은 결혼 생활 전체를 부정하고 가정을 파탄 지경에 이르는 하는 불법이면서 잔인하고 저열한 짓인데 그는 그런 개념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어기장을 부렸다.

"널 사랑하지 않아. 그래. 맞아. 내 마음은 딴 곳에 있어."라고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분명히 말했다.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이면 불륜이 면피되고 법적으로도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머릿속이 하얘지며 힘이 쭉 빠져나갔다.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지. 너무 무섭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무시하는 정도가 선을 넘었다.

불륜을 저지르고도 저리 뻔뻔하고 당당할 수 있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궁금했다.

물론 바람피우는 인간들은 기본적으로 뻔뻔하고 염치가 없다고는 하지만.

결국 남편의 저런 저열한 행동은 두 여자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불륜녀에게서

그 여자는 돈이 많든 섹스가 만족스럽든 가정이 파탄 나도 아깝지 않을 만큼 필요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손해 보는 거 질색하고 인간관계가 매우 계산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분명히 손익계산을 했을 것이다. 무작정 내지는 순수하고 영원한 사랑 뭐 이따위로 여자에게 넘어갈 위인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자존심이 세고 창피해서 누구에게도 집안 얘기를 안 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이 살면서 알게 된 바는 결정적일 때 남편의 선택과 판단력은 그야말로 '꽝'이었다.

남편의 불륜사실을 전해 들은 주변 사람들은

"아이고, 네 남편이 그런 사람인 줄 정말 몰랐다."라며 매우 애석해했다.

몰염치와 뻔뻔함으로 경계를 뭉개고 선을 넘은 남편을 더 이상 지켜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들부터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렸다.

남편의 이중생활을 완벽하게 커버해 주고 있던 내가 빗장을 풀자 그를 알고 있던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남편은 느지막이 자기 인생 최악의 딜을 한 것이다.

욕구 분출구인지 영원의 사랑인지 정체 모를 여자에게 자신의 인생 전부를 걸었다.

박수!!

이번에도 남편의 선택과 판단은 형편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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