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영업. 멋진 수트를 차려입고 외국투자자들이나 바이어 앞에서 발표를 하고, 몇십억 프로젝트를 따서 돌아오는 모습을 꿈꾸지 않는가?
마찬가지로, 기술영업. 전문용어를 섞어가며 바이어와 미팅을 하고, 프로젝트 성사에 악수를 나누며 의기양양에게 회사로 복귀하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가?
현업에 종사하다보면, 기술영업은 본질적으로 '인간관계' 형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직무에 가깝다. 물론 산업군, 제품군, 기업규모, 업무절차, 외자규모 등에 따라서 그 모습은 다양하겠지만 본질적으로 회사 매출에 기여하기 위해, 판매를 일으키기 위해 상대방(고객)을 설득해야 하는 직무임에는 틀림없다. 백이면 백, 신규 고객을 매일같이 창출하기도 어렵고,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재 고객을 유지하는 일도 벅차다. 그렇지만 내가 수주하는 금액이 회사를 지탱하고, 각 부서가 동작할 수 있도록 혈액공급을 시작하는 중추적인 역할이기도 하다.
기름을 주입해야 달리기 시작하는 자동차처럼... 수주를 해야 각 부서가 동작하기 시작한다!
현재 나는 외국계 화학제품회사(연매출 2,000억 이상)에서 3년 차 대리로 근무하고 있다. 물론, '3년 차가 벌써부터 무슨 영업을 논하냐!', '관계형성도 제대로 안되지 않았냐!'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기술영업 직무로 2번째 직장을 시작하면서 시작하자마자 단독으로 대형발주처들을 상대했고, 현재까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나를 보고 주문을 주는 고객들을 보면서 문득문득 영업에 보람을 느끼는 중이다.
[영업을 시작한 계기]
개인적으로 처음부터 기술영업을 하려고 하진 않았다. 맨 처음 언급한 '해외영업' 직무의 환상처럼, 멋진 수트를 차려입고 해외바이어들을 상대할 것만 같은 해외영업을 하고 싶었다. 해외영업을 지원했던 시기와 아이가 태어나는 시기가 겹쳐, 일분일초라도 빨리 일을 시작해야 했고 외국계회사에서 영업관리로 첫 일을 시작했다. 막상 영업관리를 하다 보니 직접 주문을 받지 않고, 영업사원들이 주문을 주는 대로 시행하는 역할을 했다. 주문이 들어오면 재고를 확인하고, 재고가 없으면 재고를 수입하고, 물류창고를 운영해 고객에게 제품을 배송하고. 수주가 마무리되고, 고객에게 제품을 전달하기까지 전 과정을 관리했지만 주도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주도적으로 고객을 상대하고, 내가 수주한 프로젝트로 회사가 운영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스스로 회사가 굴러가는 펌프질을 시작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영업직을 지원했고 현재는 크고 작은 다양한 발주처들을 직접 상대하고, 고객 요구사항을 만족하기 위해 각 부서 담당자들을 모아 회의를 소집하고 주도적으로 일하고 있다. 이에 따른 스트레스나 업무환경이 영업관리로 근무할 때와는 180도 다르지만 각 직무마다의 색다른 매력이 있음은 결코 부정할 수 없다.
기술영업. 굉장히 전문적이고, 만나는 고객들도 복잡한 수식가 설계도면을 두고, 이해하지 못할 말들을 주고받을 것만 같았다. 만나는 고객들의 성향도 천차만별이고, 마찬가지로 영업의 모습도 천차만별이다. 그렇지만 결국 매출을 일으키기 위해 매출을 만들어줄 수 있는 고객을 상대하고, 그 고객을 설득해나가는 게 영업이다. 즉, 고객에게 신뢰를 얻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기술영업은 그중에서 기술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부분의 비중이 높을 뿐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득의 3요소, Ethos(신뢰), Pathos(감정), Logos(논리), 그는 Ethos(신뢰를)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다.
결국 기술영업도, 큰 범주에서 영업의 다양한 모습 중 하나다.
다양한 기술영업 공고에서 화려한 Background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결국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그에 걸맞은 지식과 태도가 필요함을 명시해놓고 있을 뿐이다. 서류합격을 해서 면접에 갈 수 있을 정도로 기본을 갖췄다면, 신뢰감을 주는 태도와 나를 포장해서 상대방을 어떻게 잘 설득시키는지를 드러낼 수만 있으면 된다.
다음 글부터는 기술영업을 하면서 몸소 체험한 현실적인 모습을 전하고, 기술영업의 한계나 주의할 점, 실제 업무에서 필요한 테크닉 등, 기술영업을 처음 바라보는 분들이 궁금해할 만한 사항들을 낱낱이, 세밀하게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글의 마지막에서는 외국계 기술영업에 지원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이력서나 커버레터(Cover letter) 작성, 면접 노하우에 대해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모든 영업에는 각자만의 답이 있지만, 그 영업을 시작함에 앞서 영업을 시도해보고자 하는 분들에게 좋은 정보가 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