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 외국계 화학회사 기술영업으로 2년째 재직중인 문과생이다.
현재 회사는 노르웨이계 회사인데, 이직 전에는 오스트리아 화학회사에서 영업관리로 근무했다.
스타트업 총괄팀장 --> 오스트리아계 화학회사 영업관리 --> 현 노르웨이계 화학회사 기술영업
어떻게 화학과는 전혀 접점이 없고, 지식도 전무한 문과생이 화학회사 기술영업과 영업관리로 근무할 수 있었을까?? 또, 학사경고는 3번 받아서 3.1/4.5라는 학점으로 취업이 가능했을까??
외국계 회사 취업할 때 느낀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단연, "직무경험"이다.
직무경험 이전에 직무경험을 뒷받침할만한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대부분 바로 투입가능한 인력을 찾는 외국계회사에서 화려한 스펙과 자격증은 고용주들에게 크게 매력적이진 않다.
본래 개인사업을 하고 싶었다. 시스템을 알아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중국에서 물건을 수입해서 SNS 온라인마케팅으로 B2C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에 인턴으로 들어갔다. (당시 학고때문에 학점이 2.x 였는데, 학점은 묻지도 않고 포부만 물어본 당시 대표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당시 스타트업에서 대표님과 두명이서 일했는데, 맡았던 업무는 다음과 같다.
(월매출은 3천만원이었다)
1. 중국 구매처에서 직접 물건 수입.
2. UNIPASS (관세청 인터넷통관포털)을 활용한 통관절차 진행.
3. 포워딩 업체 및 3PL(3자 물류회사)를 통해 택배시스템 구축.
4. 택배 부자재 구매 및 포장.
5. Facebook & Instagram 광고집행.
6. Facebook & Instagram 광고촬영. 콘티작성.
7. Wadiz 신규 PJT 진행.
8. 인플루언서 물색 후 프로모션 진행.
신생기업에서 막무가내로 시스템도 구축하고, 각종 광고도 집행하고 하다보니 소기업 사장처럼 모든 프로세스를 잘하진 못해도 한번씩 해보면서 어떻게 기업이 돌아가는지 다양한 직무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오스트리아 화확회사의 영업관리 직무에 관심있냐는 Linkedin 메시지를 받았을 때, 스타트업 직무경험을 잘 버무리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당시공고는 출산휴가 대체근무자를 구하는 공고였고, 작든 크든 기회는 잡고보자는 생각에 덜컥 지원했다. 이미 영업관리가 잘 되고 있던 기업이고, 경력자를 구하는 공고였으나, 수입물류처리에도 상당한 업무비중이 있던 위치였다. 맨 마지막에 3:1로 면접을 봤는데, 대부분 경력자들은 영업관리에 포커싱 되어 있었고, 직접 통관이나 물류시스템을 구축해본 경험이 없었다고 했고, 비록 소기업이었지만 관련 직무경험을 자신있게 포장해 해당직무에 합격을 했다. 당시 면접관이었던 호주인 대표는 다양한 경험이 있는 경력자보다 해당직무에 내가 더 fit해서 뽑았다고 했다.
이후 현 회사로 이직할 때 역시, 영업관리 실무경험과 스타트업 실무자로써 직접 시스템을 구축했던 경험을 크게 봐주셨다. 그래서 각양각색의 고객들을 만나며 여러가지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 뽑힐 수 있었다.
외국계 회사 영업관리, 기술영업으로 뽑히면서 각종 자격증 및 영어에 대해서 물어본 면접관은 없었다. 면접관들은 하나같이 바로 직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고, 해당 기대와 질문을 충족시킨 직무경험이 합격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국내에 지분의 전부 혹은 일부를 투자하여 설립한 외국계회사는 해외본사, 즉 외국인이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다. 국내소재 외국계기업 대부분은 본사가 영업을 위해 설립한 지사가 절대적으로 많은데, 근본적인 목적은 매출확보다. 예를 들어, 이전에 다녔던 오스트리아계 기업에서는 본사에서 지사의 사무실 비용, 인건비를 지불했다. 당장 지사인 한국에서 매출이 없다면, 본사는 한국지사에 지속적으로 비용만 투입할 뿐, 이익이 전혀 없게 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지사가 존속할 이유가 없어지고, 지사에 속한 인력이 불필요한 인원이 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사가 대부분인 외국계 회사에서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오늘 뽑아서 내일 당장이라도 매출을 만드는 데 기여할 인력이 필요하다. 경력직이 선호받는 이유이다.
따라서 외국계 회사의 기술영업 직무는 스펙이 아무리 화려해도, 자격증이 아무리 많아도, 내일 당장 필드로 나가서 고객을 만나지 못하는 지원자는 의미가 없다. 신입을 뽑아 시간과 자본을 투자해서 회사의 고급인력으로 성장시킬 여유가 없다. 설령 있더라도, 똑같은 1~2천만원을 투자한다면, 오히려 인맥이 형성된 경력직이 효율이 좋기 때문에 신입을 뽑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서 신입임에도 불구하고, 인턴이나 다양한 대외활동을 통한 직무경험 혹은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수반된다면 경력자 대비 가성비가 높다고 판단할 수 있고, 가성비 측면을 적극 강조한다면 충분히 외국계회사에서는 자격증, 영어와 같은 절대스펙을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