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가게를 하자고 얘기를 내뱉고 난 후부터, 그럼 무슨 가게를 하지? 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집에서 음식하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손님들에게 대접할 음식을 만드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터였다. 다만 계속 음식만 하는 식당 위주로는 운영하고 싶지 않았고, 예전에 일했던 캐쥬얼 바와 같이 아늑한 공간을 만들고 싶어 바(Bar)나 펍(Pub) 쪽으로 의견이 기울었다.
서울에서 동생이 요리주점을 하고 있으니 거기에 있는 메뉴들과 요새 유행하는 하이볼을 조합하면 어때?
아내의 친동생이 서울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 예전부터 우스갯소리로 혹시나 가게를 하고 싶으면 편하게 얘기하라고 했다더라. 더군다나 3년동안 가게를 운영하면서 좋은 리뷰를 받은 보장된 메뉴들이라면 충분히 해볼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길로 휴가를 내고 와이프와 서울로 올라가 와이프의 남동생(처남)과 작당모의를 시작했다.
만나자마자 대뜸 시작된 가게 얘기에 당황할법도 했지만 흔쾌히 메뉴를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 솔직히 너무 흔쾌히 메뉴를 주겠다고 해서 고마운 한편 깜짝 놀랐다. 그리고 새삼스레 문득, 이래서 누가 뭐래도 가족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까치산에 위치한 가게에서 함께 일하며 배웠다.
그리고 속성으로 시작된 메뉴 교육. 휴가와 주말을 포함해 3일 동안 가게에서 같이 일하면서 식자재구매 및 보관으로 시작해 재료손질, 플레이팅, 레시피까지 쉴틈없이 배우고 또 배웠다. 그래도 나름 요리를 매일했고 좋아했던지라 기본적인 칼질이나 재료손질, 재료 간의 조화와 간맞추기는 자신이 있었고, 레시피도 익숙해지고 나니 금새 비슷하게 요리를 만들어냈다. 물론 손이 많이 가는 일부 요리는 100% 익히지 못해 레시피만 받고, 추후 손에 익으면 적용하리라 다짐했다.
집으로 돌아와 가게에서 배웠던 레시피대로 재료를 시켜 여러번 만들어봤다. 회사에서 퇴근하고 나서, 주말에 틈만나면 연습을 했다. 막상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해보려니 처음엔 실패가 무척이나 많았다. ml와 g을 헷갈려 비율이 틀어지는 바람에 엉뚱한 맛이 나오기도 하고, 고기가 설익기도 하고, 파스타 면이 불어터지기도 했다. 하지만 몇번의 실패를 거듭하고 나니 어떤 부분에서 실수를 했는지 점차 알게 되었고, 요리할 때 지켜야할 순서나 습관들이 정형화되어 점차 요리들이 완전한 형태를 갖춰나갔다.
위 메뉴들을 후다닥 배워왔다. (좌) 스지수육 (우) 된장나베와 파스타
다만, 가게를 시작하기 전까지 100% 손에 익어야 했기 때문에 상가를 계약하고 주방을 만들고 나면 요리동선과 플레이팅은 다시 손봐야 할 터였다. 이 때가 23년 1월에 퇴사를 결심하고 1달 후니까 2월 중순 즈음이었다. 1월 한달동안은 가게 자리를 확정하기 위해 보러다녔는데 다음 글에서 다루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