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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뷰의 정원 Oct 18. 2023

쉼을 받아들이는 법


매사를 미루는 나는, 역시나 <브런치북 출간 프로젝트> 기한이 임박해서야 글을 엮어본다. 


써놓은 글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엮어보니 읽는 시간이 120분이나 되는 긴 글이 탄생했다. 분량이 너무 많아서 '대학원생'으로서의 삶과 '여자'로서의 삶 중 전자만 목차에 포함시켰다. 그게 '나아가는 감각'이라는 제목에 더 부합하기도 했다. '나아가는 감각'은 어디에서 들었는지 몇 달 전부터 계속 귓가에 맴도는 문구였다. 아인슈타인이 '인생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다. 끊임없이 균형을 잡는 것이다.'라고 말했듯이. 우리에게도 나아가는 감각. 내 몸을 타고 가는 물살을 사뿐히 거슬러 앞으로 향해가는 그 감각이 중요하다. 


얼마 전 들었던 강연에서, "I want people who are excited about what they don't know than they do know."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매일 새로운 논문을 읽으면서 이렇게나 모르는 것이 많고 세상에 이렇게나 똑똑한 사람들이 많다는 말인가, 땅을 치며 좌절을 하지만. 이렇게 모르는 분야를 하나 더 알게 되었음에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 되리라 다짐해본다. 


어차피 인간이 짧은 생 동안 해낼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박식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에서 내가 가진 생각을 날카롭고 유연하게 갈고 닦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되새긴다. 


항상 빚쟁이처럼 데드라인에 쫓기며 일을 하고 살아서, 여전히 나는 쉼을 소중하게 여기는 법을 알지 못한다. 어디 먼 나라에 여행을 갈 때가 아니면, 내게 주말이든 저녁이든 '일하지 않은 시간'은 '뒤쳐진 시간'일 뿐이다. 때때로 하루 종일 넋 놓고 <나는 솔로>를 정주행하는 날도 있지만, 그렇게 하루를 보내면 죄책감이 그득히 딸려온다. 왜 이렇게 '쉼'을 당해야 하는 걸까? 내가 적극적으로 선택해서 쉴 수도 있지 않을까? 이 문제는 아직 풀지 못한 숙제다. 


모든 대학원생들의 숙명이 이런 것일까 생각했는데, 인스타그램을 뒤져보니 2018년의 공무원인 나도 비슷한 고민을 하며 다음에 나오는 그림일기를 그리고 있었다. 내가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나아가는 감각'은 사실은 쳇바퀴를 돌리는 힘인 걸까? 


꾸준히 발을 굴러 앞으로 나아가다가도, 햇살을 즐기기 위해 편안히 배영을 하고 비치체어에 앉아 땀을 식히고 모히토 한 잔을 하는 여유를 온 몸과 마음으로 즐기는 날이 오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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