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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딘이 Jun 15. 2024

20년만에 아이돌 팬클럽에 가입하다

30대의 플레이브 1기 공식 팬클럽 '플리' 가입기

최근에 플레이브(Plave)가 팬클럽 1기를 추가로 모집했다. 지난 1월에 한 차례 모집한 이후에 팬덤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추가 모집을 받게 된 것이다. 첫 모집 기간에 이미 가입했던 초창기 회원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그래도 1기 추가 모집은 예정대로 재개됐다. 늦은 입덕을 후회하고 있던 나도 추가 모집 기간에 알림을 맞춰두고 1기에 가입에 성공했다. 성공했다는 말을 쓰는 것이 맞나 싶기도 할 정도로, 팬클럽의 가입 방법은 굉장히 순조로웠다. 티켓팅을 하는 것처럼 가입할 수 있는 팬의 수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라서, 모집 당일 오후 2시에 '위버스'라는 앱에 들어가서 멤버십 구매를 누르고 결제하면 끝이었다. 팬클럽만 살 수 있는 멤버십 키트도 같이 구매했다.


어쩌다보니 20년 만에 아이돌 팬클럽에 다시 가입하게 됐다


이렇게 아이돌 팬클럽에 가입해본 게 장장 20년 만이다. 중학생 때 좋아했던 아이돌 그룹의 팬클럽에 딱 한 번 가입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가입 절차는 지금에 비해 꽤 복잡했다. 직접 은행에 가서 무통장 입금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인터넷이 있기는 했지만 보급이 활발하지 않았고 느렸기 때문에 당시 인터넷에서 무언가를 결제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던 시대였다. 입금해야 하는 계좌번호가 적힌 쪽지를 들고 은행에 직접 찾아가 입금하고 종이 영수증을 받아왔던 기억이 난다. 당시 가입비는 2~3만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중학생인 나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액이었기에 모으고 모은 용돈으로 딱 한 번 가입해보는 것에 그쳐야했다. 영수증은 팬클럽 굿즈가 오기 전까지는 공식 팬클럽이라는 인증(?) 같은 역할을 해줬다. 팬클럽에 가입한 후에는 공식 팬미팅에도 다녀오고, 팬클럽에게만 증정하는 굿즈도 택배로 받았었다. 


적지 않은 금액을 내고 가입한만큼 나름대로 굿즈가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멤버들의 사진이 담겨 있는 잡지 두께의 책에, 그룹의 상징색을 나타내는 바람을 넣어 부풀릴 수 있는 비닐 응원봉이랑 우비도 왔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불이 들어오는 그런 응원봉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룹의 색을 나타내는 풍선이 대표적이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발급 받아 불어서 흔들면 됐다. 내가 좋아하던 팀의 경우에는 풍선이 아닌 막대기가 공식 응원봉이었다. 야구 경기장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비닐 막대기보다 조금 더 탄탄한 재질로 여러 번에 걸쳐 쓸 수 있는 길다란 막대봉 2개.


팬미팅에도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물론 자리는 선착순이었다. 당시에는 티케팅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좋은 자리를 얻으려면 무조건 밤새서 줄 서서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전날 밤부터, 또는 며칠 전부터 공연장 앞에 가서 줄 서는 팬들이 꽤나 많았다. 이제 갓 중학생이 됐던 나는 차마 밤샘은 할 수 없었고, 당일 아침 일찍 출발해 꼭대기 층인 3층 석에 앉에 관람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는 밤새 줄을 있을 정도의 자유를 가진 고등학생, 대학생 언니들이 부러웠다. 그들은 그렇게 밤샘을 하면서 맺어진 전우애(?) 같은 것도 있는 듯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그걸 주제로 밤새 수다를 떨면서 생기는 끈끈한 어떤 것이 있는 듯 보였다. 나도 오빠들에 관해서라면 밤새서 이야기할 수도 있는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요즘 아이돌 팬클럽과 옛날 아이돌 팬클럽이 달라진 점



다시 2024년으로 돌아와, 현재의 아이돌 팬클럽에 가입하게 되면서 깨닫게 된건 예나 지금이나 멤버십 비용은 큰 차이가 없다는 거였다. 20년 전에도 2만원 정도였는데, 지금도 플레이브 공식 팬클럽은 2만원이면 가입 가능했다. 그러면 혹자는 굉장히 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엄밀히 따지고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멤버십 가입은 말 그대로 '가입비'일 뿐이다. 과거에는 팬클럽에 가입하는 것만으로도 콘서트와 흡사한 공연 형식의 팬미팅과 굿즈 등이 자동으로 주어졌다면 지금은 팬클럽 굿즈는 따로 돈을 내고 사야한다. 팬클럽에 가입하면, 팬클럽 굿즈를 구매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셈이다. 


플레이브의 경우 그 굿즈가 바로 '멤버십 키트'다. 팬클럽에 가입한 사람만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2만 5천원이다. 첫 번째 모집때 가입한 사람들이 받은 키트를 살펴보니, 멤버들의 포토카드와 아스테룸어 배우기 책, 실물카드 등이 구성품이었다. 비용 대비 나쁘지 않은 구성. 물론 과거 팬클럽 시절처럼 여기에 응원봉은 들어있지 않았다. 콘서트나 음악방송에서 흔들 수 있는 응원봉은 또 따로 구매해야한다.


무료 팬미팅 공연은 없는 대신에 팬클럽에게는 콘서트 선예매와 티켓 할인이라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선예매는 아이돌이 콘서트를 열 때, 팬클럽 회원들을 대상으로 절반 이상의 좌석을 미리 확보해두고 회원들끼리 먼저 공연 예매를 할 수 있도록 열어두는 것이다. 좌석이 한정된 탓에 팬클럽에 가입한 회원들끼리도 티켓팅을 하려면 경쟁이 무척이나 치열하겠지만 말이다. 


플레이브는 지난 4월 콘서트를 열 때 5천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한 나머지 대다수의 팬들이 티켓을 구매하는데 실패했다. 그 때문에 가을에 앵콜 콘서트를 다시 열 예정이다. 그렇다. 내가 사실 멤버십에 가입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선예매에서 어떻게든 한 좌석이라도 확보해서 그들의 공연을 실시간으로 보는 것. 물론 온라인 관람도 열려있지만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과는 분위기가 천지차이일 것으로 예상한다.


플레이브와 나는 이제 공식적인 사이가 되었다


그렇게 팬클럽에 가입하고 나니 새삼 누군가를 위해 돈을 쓴다는 것, 특히 연예인을 위해서 돈을 쓰는 것이 굉장히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CD가 아니면 음악을 듣기 어려웠던 시대를 지나 지금은 휴대폰에서 너무나 쉽게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인지 좋아하는 가수를 위해 무언가를 산다는 행위를 해본 지가 오래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동안은 누군가의 노래를 좋아하면서도 그들의 팬이라고 말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그냥 가끔 그 음악을 좋아할 뿐이지 거기서 더 나아간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었다. 이번에 플레이브의 음반들을 구매하고, 이렇게 또 팬클럽에 가입하게 되니 새삼 진짜 플레이브와 내가 공식적인 사이가 된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누가 관심사가 뭐냐고 물어봐도, 연예인 중에 누구를 좋아하냐고 물어봐도 이제 고민없이 당당하게 플레이브의 팬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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