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세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아빠의 이야기입니다.
투자를 위한 첫걸음은 일정 수준의 종잣돈 마련이고 종잣돈을 모으기 위해서 절약은 필수불가결하다.
상속이나 증여로 손쉽게 부자가 되는 사람들도 있고 천운으로 복권에 당첨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극소수를 제외하고 절약 없이 부자가 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국어사전에서 절약은 '함부로 쓰지 아니하고 꼭 필요한 데에만 써서 아낌'으로 정의되어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는 하나도 없지만 깊게 생각해 보면 곧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함부로 쓴다는 기준은 무엇이고 꼭 필요한 것은 어떻게 구별해야 할까? 더 나아가
욕구를 억누르며 무조건 돈을 안 쓰는 것이 지속가능한가? 부모, 형제, 친구들에게 인색한 사람이 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미래의 부를 위해 오늘의 행복을 희생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걸까? 이런 등등의 생각을 하다 보면 다 집어치우고 그냥 되는대로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된다.
이런 다양한 질문에 확신이 없다면 부자가 되기 위한 첫걸음부터 스텝이 꼬이게 된다.
절약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욕구에 대한 절제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수반하게 되고 이 스트레스를 견뎌내지 못하면 지속할 수 없다. 그래서 절약에 대한 나만의 확고한 정의가 필요하다.
나는 절약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스크루지영감이 주인공인 '크리스마스 캐럴'이라는 소설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맹목적인 절약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결국 절약이라는 것은 선택의 문제다. 어디에서 아끼고 어디에 쓸 것이냐라는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이 절약인 것이다. 선택의 기로에서 옳은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진짜 내가 원하는 것(돈을 쓸곳)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20세기 프랑스의 저명한 정신분석학자인 자크 라캉은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라고 말했다. 나 스스로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결국 다수가 만들어낸 거짓 욕망에 눈이 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광고가 대중에 먹히는 메커니즘이다. 타인의 욕망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나 스스로에 질문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이다.
나의 경험을 말하자면 나는 지금과는 달리 과거에는 해외여행을 종종 했었다. 그냥 남들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니 나 역시 가야만 된다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나는 짧은 해외여행을 전혀 즐기지 못한다는 걸 말이다.(긴 여행은 해보지 않아서 아직은 모르겠다) 짧은 휴가를 위해 비행기를 예약하는 것도 인천공항을 가는 것도 너무 귀찮았다. 휴양지에 가서는 기회비용을 생각해 가능한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항상 녹초가 됐고 시간에 쫓겨 제대로 쉬지 못했다. 해외여행에 전혀 설렘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그 이후로 해외여행을 가지 않았다. 자동차도 그랬다. 차를 새로 구입하고 나면 문콕이라도 당할까 차를 한적한 곳에 주차해야 했고 노심초사했다. 세차도 자주 해야 한다는 압박을 나 스스로에게 했다. 그 차가 헌 차가 되어서야 깨달았다. 헌 차가 나에게 굉장한 편안함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물론 사람마다 각자 추구하는 바가 다 다를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나에게 값어치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도 내가 좋지 않으면 그저 그런 것일 뿐이다.
나는 너희들이 부자가 되는 것도 바라지만
더더욱 바라는 것은 자신을 위한 가치 있는 소비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
내 삶을 제대로 살아내기도 바쁜 인생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