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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르 Nov 17. 2019

10_책읽을 때 이런건 어떡하나요

1. 속독이 안되서 읽는 속도가 너무 느려요.

: 예전에는 속독학원이 있을 만큼 속독이 강조되었습니다만 저는 속독에 그다지 찬성하지 않습니다. 특히 문학의 경우는 더더욱 반대하구요. 속독은 빠른 것이 좋다는 이 사회의 고정관념이 만든 하나의 허상입니다. 프랑스 영화 <아무르>는 큰 사건없이 잔잔한 전개로 진행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무척 좋아했는데요. 만약 이 영화를 2배속으로 봤다면 그 감흥이 크게 줄어들었을 겁니다. 느린 속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빠른 속도로 읽기 보다는 인물의 내면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속도에 대한 집착에서만 벗어나도 책을 훨씬 자주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한편 비문학의 경우는 속독이 경우에 따라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총균쇠를 읽고 사피엔스를 읽으면, 사피엔스를 읽고 호모데우스를 읽으면 읽기에 가속도가 붙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선행지식이 쌓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처음 비문학을 읽을 때는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습니다. 비문학은 정보전달이 목적인지라 밀도가 빽빽하니까요. 속도에 집착을 하면 비문학 읽기는 재미가 없어집니다. 하지만 한 페이지를 읽더라도 이미 그 안에 많은 양의 정보가 있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똑똑해지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읽길 추천합니다. (그리고 너무 재미있으면 아무리 속도가 느려도 절대적으로 읽는 시간이 늘어나서 빠르게 읽는 것보다 더 많이 읽게 됩니다^^)


2. 무엇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 제가 처음에 책을 읽을 때도 그랬고 주변에서 많이 물어보았던 질문입니다. 음, 저의 경우는 한달 동안 4장르 읽기를 추천합니다. 과학, 철학, 예술, 문화, 경제 등 각 분야에서 좀 만만해보이는 녀석으로 일주일에 한 권씩 읽어보는 겁니다. 시간이 넉넉하면 한 달을 더 짧게 잡아도 좋습니다. 그렇게 3사이클 정도를 돌면 아마 좀 더 손이 가는 분야가 생길겁니다. 만약 생기지 않는다면 조금 더 사이클을 돌아보세요. 생각보다 ‘좋은 책’을 만나지 못해서 그 분야의 재미를 모르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저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는 책을 읽고 과학에 매료되었습니다. 과학책을 이렇게 재밌게도 쓸 수 있구나, 싶었어요. 여러분도 그런 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베스트셀러인 지식교양서 중에는 이런 책이 많습니다. 요즘은 팟빵이나 유튜버에서 책을 해설해주는 곳도 많으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3. 책을 편식하게 됩니다.

: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현상입니다. 좋아하는 음식을 더 자주먹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저는 인문서적을 정치,경제서보다 좋아합니다. 당연히 편식을 하구요. 음, 물론 가장 이상적인 답변은 골고루 책을 읽는 것입니다. 사각지대를 없애는 거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꼭 그렇게 해야하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기본적인 경제,정치 지식이 있으면 조금 더 양질의 삶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애초에 저는 책을 읽는 행위가 반드시 삶의 질을 높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독서란 어쩌면 더 근사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자본주의의 암묵적인 압박에 대한 우아한 반항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4.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기억이 안납니다.

: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인간의 단기기억이 짧은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지금 저는 사피엔스의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지만 만약 제가 읽는 동안 그저 책장만 넘겼다면 지금 제 머리에 남아있는 것은 거의 없을 겁니다. 누구라도 읽는 동안 메모하지 않으면 특히 비문학의 경우 큰 그림을 보는 것이 어렵습니다. 책이 두꺼울수록 전체 메세지를 한 눈에 보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끄적거리거나 메모를 해 두어야 합니다. 그냥 책장만 넘기면서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잊어버린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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