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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17

요 미키 죽은 미키 죽일 미키 살아가는 미키♪

by 앨리쨔 Mar 09. 2025

  대학원에 다니는 필자에게 3월에 찾아온 학기의 시작은 곧 문화생활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뭐가 개봉하는지 마는지 전혀 모르게 살게 된다. 이번엔 억지로 굳게 닫힌 문화 창구를 열어 영화를 보러 다녀올 수 밖에 없었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를, 그것도 SF장르로, 그것도 로버트 패티슨과 함께 했다는데 지금 논문이 문제인가. 어쩔 수 없었다. 죽은 대학원생의 발걸음을 향하게 만든 미키17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감독: 봉준호

주연: 로버트 패티슨, 나오미 애키, 토니 콜렛, 마크 러팔로, 스티븐 연

장르: 영화(137분)

이미지 출처: (https://www.themoviedb.org/movie/696506-mickey-17/images/posters)

정보 출처: 나무위키



황폐해진 인생과 지구를 떠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본 영화는 SF공상과학영화이다. 주인공 미키(배우: 로버트 패티슨)는 황폐해진 인생과 지구를 떠나 우주로 향한다. 마샬(배우: 마크 러팔로)이 진행하는 얼음행성 개척단에 지원하려는데 떠나려는 이들이 구름처럼 몰려있고 유전자적으로 훌륭하거나 친구 티모(배우: 스티븐 연)처럼 기술이 있어야 뽑힐 수 있었다. 할줄 아는 것이 없었던 미키는 뭔지도 잘 모르는 '익스펜더블(expendable)'에 지원한다.

expendable를 번역하자면 '소모품'이다.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으며 다 쓰면 버려도 되는, 소. 모. 품. 미키는 신체를 복사해 끊임없이 프린트되는 실험체가 된다. 사랑하는 연인 나샤(배우: 나오미 애키)와 함께 버티며 미키 1부터 17에 이르기까지 개척을 위한 위험한 일들을 수행하게 되는데.... 어라? 미키18이 프린트 되었는데 미키17이 아직 살아있다고?



볼만한 이유 1: 봉보로봉봉감독이 선사하는 은유의 세계

   언젠가 윤여정 선생님과 봉준호 감독이 함께한 인터뷰에서 자신은 따듯한 이야기는 다루기가 어렵다는 봉준호 감독의 말에 "봉감독이랑 임상수 감독이 사회학과 나와서 그래"라며 윤여정 선생님이 대답하던 것을 본 적이 있다. 그것보다 봉준호 감독 작품들의 특성을 잘 설명하는 말이 없다.  전작들을 보면 각각의 세계 안에 자리한 체계를 모두 극명하게 보여준다. 피라미드 같은 체계 속의 계층 간 갈등과 소용돌이를 물로 뒤덮어 보여주거나 괴물을 하나 던져주거나 또는 유혈이 낭자하게 표현하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인간의 욕망과 잔인함에 압도 당하게 만든다. 본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어떻게 보면 전작들보다 체계를 보여주기가 더 쉬웠던 것 같다(이 부분이 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전작들에 비해 좀 뻔하게 느껴질 만한 구성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재밌으니 보시길....).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으로 향한다는 설정 자체에서 개척단 내의 각각의 역할을 맡은 계층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떤 고통이 따르는지를 보여주며 관객들이 자연스레 현실의 상황과 고통을 비교하며 보게끔 만든다. 이런 것을 추측해가며 보는 재미가 있기에 더 언급하진 않겠다. 봉감독이 말아주는 은유들을 하나씩 캐치하며 보길 바란다.



볼만한 이유 2: 언제나 당당하고 멋진 그녀들

  한국 영화의 양대산맥인 봉준호 감독과 박찬욱 감독의 화면 구성부터 스토리 등의 연출 스타일을 자주 비교하던데 개인적으로 그 중에서도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차이점은 여성 캐릭터에 있다고 생각한다. 박찬욱 감독은 연기하는 배우의 가장 예쁘면서 잔인하며 비릿한 모습을 아름답게 뽑아내는 반면, 봉준호 감독은 억울한 표정으로 위기에도 지지않고 싸우며 이리저리 구르는 먼지 자욱한 모습을 연출한다. 미키17에 나오는 캐릭터들도 그러하다. 먼저 미키의 여자친구인 나샤는 그야말로 여전사, 호쾌한 장군 타입이다. 영화 내내 활약하며 봉감독이 좋아하는 여성 캐릭터의 특성을 톡톡히 보여준다. 또 다른 캐릭터는 토니 콜렛이 연기한 일파이다. 스포가 될까 염려되어 더 설명하진 않겠지만 언제 어디서든 지지않고 밀어붙이는 캐릭터로 나온다. 그 외에도 똘끼(?)가 서린 여성 캐릭터들이 종종 나온다. 사실 남성 감독이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것에 항상 의구심을 가지고 도끼눈으로 분석하려는 버릇이 있는데 본 영화는 그런 깐깐함을 잠재울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했다. 말그대로 볼만했던 캐릭터들이었다.



볼만한 이유 3: 돈 많이 쓴 영화의 맛이란 이런건가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할 때 감독님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돈 걱정 없이 찍어보고 싶다.' 아무래도 미키17은 돈 걱정 없이 찍은 것 같다. 일단 이름만 들어도 필모그래피가 줄줄 외워지는 이들이 출연하는 것은 물론이고 SF영화답게 화려한 CG를 자랑한다. 우주선 내부의 모습부터 얼음행성의 모습까지 화려하다. 봉준호 감독이 걱정없이 찍은 영화라니 당연히 봐야지 않겠는가. 당장 극장으로 달려가라. 아, 영화관마다 많이도 걸려있어서 관객들도 걱정없이 관람은 가능하겠다.



한줄평(★)

  나는 어떤 소모품이 되어 사회에 자리하고 있는가, 혹은 내가 누구를 소모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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