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고양이 1이랑 나눈 랩 #눈 추억
“그러니까... 때는 바야흐로 사십 년쯤 전이야.
꽃은 볼 필요도 없으리만치 어여쁘던 그 시절에 기억하는 꽃이 있어.
하교 후 버스에서 집에 가려면 꽤 걸었는데 큰 공터 옆은 코스모스가 가득 피어 있었어.
물론, 내 기억이 조작을 해서 더 많이 핀 걸로 알고 있을 거야.
그랬던 코스모스가 지고 날이 차가워져 목도리와 모자까지 꼼꼼히 챙기며 다니는 추운 겨울이 왔어.
이젠 눈이 좋은 거야.
눈이 언제 올지 기다리고, 친구들과 놀 생각에 목소리 톤은 한 없이 맑고 높았을 거야.
어느 하교 길에 눈이 왔어. 거짓말 보태면 눈덩이만 한 눈송이가 내 앞에 천천히 내렸어.
하늘색과 흰색의 털모자, 털목도리, 털장갑에도 쌓이는 눈이 너무 예뻤어.
혼자 걷는 그 길이 멈춘 세상인 듯, 눈이랑 나만 있는 것 같았지.
참 어리고 뭐든 신나지 않은 게 없을 때지.
요즘엔 꽃은 그 자체로도 얼마나 빛나 보이는지 몰라.
꽃뿐만 아니라 길가의 흔한 잡초도 다 생명의 신비야.
근데 요즘 보고 싶은 하얀 눈을 못 보네.
꽤 눈이 많기로 유명한 서해안인데도 이번 겨울은 슬쩍 내리다 금세 비처럼 변한 정도야.
생각해 보면 하늘에서 내리는 이쁜 쓰레기지, 뭐.
근데 기다려진다.
적당히 내리는 큰 눈송이.
하얀 세상으로 눈부신 아침이 기다려져. “
“내 말도 들어봐, 야옹!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우리가 9층에서 살 때 집사가 거실 창 앞에 긴 의자를 두고 내가 창 밖을 보게 했다냥.
놀이터 앞이라 뛰어노는 쪼끄만 애기들도 보고 큰길로 쌩쌩 달리는 시끄러운 자동차들도 보곤했다냥.
어느 날, 요즘 문 앞에서 집사가 들고 오는 하얀 상자 부스러기 같은 게 하늘에서 자꾸 내리더라냥.
위로 고개 들어 보면 둥실둥실 거리며 저 아래로 내려가기도 하고, 창문으로 들어오려 하고...
움직이는 눈송이들만 보려고 고개를 이리저리, 위로아래로 움직이며 구경하고 있었다냥.
집사가 말해줬다냐옹. 잠 많은 내가 4분도 아닌 40 분을 꼼작 않고 눈구경을 했다고.
태어나 처음 본, 너무 신기한 눈구경이었다, 냐옹.
나도 해마다 보던 눈 많이 보고싶다냥 “
예고편처럼
살짝 보여준
눈구경, 하트로
예술혼
넣으며
바라는,
하아얀
세상의
겨울...
안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