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에 가면 나는 책 속으로 가는 길을 간단히 안내해 주고 양쪽 귀만 활짝 열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준 시간의 기록이다. 책을 쓰려고 보니 이미 세상에는 독서모임에 관한 책이 많았다. 대부분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조리 있게 말하는 법, 좋은 책을 선택하는 법, 사람을 모집하는 법, 모임의 장소를 선택하는 법, 심지어 독서모임으로 수익을 내는 법까지. 나는 그런 방법만 빼면 된다고 생각하며 글을 썼다. 오로지 독서모임에서 만난 사람과 책에 관한 이야기로만 채우려고 노력했다. 지금, 이 프롤로그를 읽는 당신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잘 못 읽는 사람, 한때는 좋아했던 책과 어느새 멀어진 사람, 책만 읽으려면 잠이 쏟아지는 사람 중 하나일 것이다. 적어도 책을 싫어하는 않을 것이다.
다정함이 넘실대는 곳으로수영장에 가면 아픈 언니들이 많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언니들은 각양각색의 통증이나 질병을 호소한다. 다리가 아프다, 허리가 아프다며 엄살이 심한 아이들처럼 울상을 짓는다. 서로가 자기가 더 아픈 데가 많다고 경쟁이라도하듯 한탄을 늘어놓으면 '그래, 그런 마음을 알아라는 표시로 다 같이 고개를 끄덕인다. 언니들 앞에서 나는 아프다는 말을 쉽게 꺼낼 수 없다. 아프다고 말하려면 적어도 허리디스크 수술 두 번, 인공 관절 수술을 하고 재활 정도는 해야 아픈 사람 축에 끼기 때문이다. 배영으로 반환점에 도착하면 꼭 언니들이 자신이 병을 어떻게 이겨내고 지금처럼 수영 실력자가 됐는지 무용담을 펼친다. 가만히 들으면 치유의 기적 같기도 하다. 그런 수다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유독 귀를 종긋하는 때는 반드시 먹어야 하는 영양제에 관해 이야기할 때다. 아픈 데가 많으면 누구나 약 앞에서 팔랑귀가 된다. 달맞이꽃 종자유와 초록입홍합도 언니들에게 설득당해서 먹기 시작했다. 효과를 보고 있다고 과장해서 말했더니 아이고 잘했네, "아이고 잘했네, 잘했어 창찬하며 자기일처럼 기빠했다. 그곳은 정말 풀장의 물만큼이나 다정함이 넘실대는 곳이다. 나는 독서모임을 수영장처럼 다정한 분위기로 만들고 싶다. 책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알게 하고 싶다. 어떤 책을 읽는지, 그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책이 왜 인기가 있는지, 어떤 책은 왜 안 팔리는지, 읽다가 잠이 오면 베개로 쓸 만한 책은 뭔지 그런 수다를 끝없이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