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해서 말하자면 '인간의 대지를 읽기 전까지는 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후 본격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나에 대해,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사는 재미를 느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사는 게 재미없고 지겹기까지 했던 이유는 내가 어떻게 살아야 즐거운지를 몰랐기 때문이었다. 사실 요즘도 가끔 남들이 재밌다는 유튜브 채널을 찾아보곤 한다. 하지만 꾸준한 구독자는 되지 못한다. 매번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면서 역시 중요한 건 남이 아니라 나였어. 내 취향은 유튜브가 아닌가 봐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로또 1등에 당첨되거나 부모가 유산을 물려주거나 일류대를 나와 대기업에 근무하면 행복하겠지만 그 행복이 평생 가는 걸 보지 못했다. 외부에서 찾은 행복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하지만 내면에서 행복을 찾으면 궁극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찾은 행복감은 지속적이고 도망가지도 않으며, 누가 홍쳐 갈수도 없고 사라질까 봐 두려위할 필요도 없다. 심지어 사방이 조용한 시간에 자기 안에 있는 행복을 꺼내 소처럼 되새김질도 할 수 있다. 나를 알면 한 방에 얻게 되는 행복이다. 그러니까 나를 알기 위해서는 어쩌라는 건데? 하고 물을 사람들에게 대답하자면 자신과 일치하는 책을 만나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 책은 운이 중으면 당장이라도 만날 수 있다. 내 이야기 같은 책, 내 사고를 확 변화시키는책. 망치로 한대 맞은 것 같은 책, 그런 책은 바로 알 수 있다. 이거다! 이거였어! 나 책 좋아했네, 하는 느낌. . 그 순간에 느끼는 전율을 혼자만 아는 건 죄악이다. 좋은 건 같이, 여러 사람과 느껴야 한다. 나만 뭘 아는 사람으로 혼자만 재밌게 살려 했는데 뭘 좀 아는 자가 되어보니 누군가에게 이 재미를 전하고 싶었다. 단순히 지식을 소유하는 게 아니라, 공통된 책을 읽고 만나 나의 상처와 실패를 이야기 하며 타인의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싶었다. 이것이 내가 7년째 독서모임을 하는 이유다. 변덕스러운 면이 있어서 그런가. 사람들이 책을 좀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도 한편으로는 읽기 홍보대사도 아닌데 남들이 책을 읽거나 말거나 무슨 상관인가 싶다. 나 혼자 읽고 나 혼자 재미를 보면 좋지,뭐, 독서모임을 이끄는 사람으로 할 말은 아니겠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가 있다. 나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제일 무섭다. 이런 사람들의 성장을 지켜본 적이 있는데 정말 후덜덜하다. 몇 달 만에 중등 과정에서 대학원 과경으로 뛰어넘는 것처럼 일취월장하는 괴물도 여럿 봤다. 책이 그래서 대단한 거고 책 읽는 사람들은 그래서 무서운거다. 그런 사람을 자주 마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왜냐고? 부러우니까. 그래서 독서모임은 한 달에한 번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