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독서모임은 내게 많은 것을 주었지만 그중 가장 크게 받은 건 용기였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읽을수 있고 무엇이든 말할 수 있다는 것. 대단한 독서가가 아니라도 책에 관해 말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 내 첫 독서모임은 '서재가 있는 호수'의 뼈대가 되어주었다.
서재가 있는 호수 독서모임은 다른 독서모임과는 약간 다른 면이 있다. 딱 이거다 하는 기준이 없고 상황과 시기, 구성원의 나이와 인원수에 파라 유동적인 편이다. 은전히 개인적인 독서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원들과 의논하고 시행착오가 생기면 그때 그때 개선하면서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낸 결과다. 이런 방법이 좋네. 저런 방법이 좋네하며 떠드는 이야기에 신경 쓰지 않고 최대한 단순하게 그러면서도 즐겁게 하는 것, 처음 시작할 때나 7년이지난 지금이나 나는 그 한가지만 생각한다.
독서모임에서 읽는 책은 난이도가 다양하다. 쉬운 책이든 어려운 책이든 상관없이 읽는 사람이 공감할 만한 내용이 풍부한 책을 고른다. 독서모임이 진행되는 동안 이해력이 넓어지고 세상을 보는 관점에 변화가 오면 이전에는 모르고 넘어갔던 내용이 저절로 이해되는 때가 온다. 예전에 이해했던 내용도 더 깊은 의미를 알게 되는 경험을 한다. 그러니 책이 어렵다고, 책이 낮설다고 초조해할 필요없다.없다. 우리 모임에 몇 번만 참석하면 처음의 초조함은 안도감으로 바뀐다. 운영자인 나의 책 읽기가 느슨하다는 걸 눈치로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나는 더듬거리는 독서를 하다. 책이 주장하는 내용이 강력해도 길을 잃어버린다. 어떤 구절에 감탄하느라 혹은 어떤 일화에 귀 기울이느라 문득문득 결음을 멈춘다. 길을 잃고 헤매다가 말하고 싶었던 내용이 아닌 다른 내용을 말하기도 한다. 그렇게 헤매다 보면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마저도 옛갈린다. 영풍한 곳을 돌아다니고 있으면 독서모임 구성원들이 나를 찾아준다. 여기 있을 줄 알았다며 자기도 거기서 길을 잃었노라고 고백한다. 심지어 그렇게 허술하게 읽는데도 내 허술한 독서 방법이 마음에 든다며 좋아해 준다. 책을 지나치게 진지하게 대하느라 양미간에 주름이 잡히면 이러지 말자며 서로서로 주름을 펴준다. 우리는 책을 사랑하면서 읽고 책을 귀여워하면서 읽는다. 책을 옆구리에낀 아홉 명의 친구와 등그런 원을 그리며 느릿느릿 강강술래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