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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vin Seo 서승교 Mar 04. 2021

자기 파괴와 배재는 디자인 이노베이션 협업의 출발점

디자인 이노베이션의 협업은 자기 파괴와 배재가 출발점입니다. 


"저는 디자인과 4년 동안 팀 프로젝트는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그런데 정말 힘들었어요."


"다른 유사 과목들에서 협업이 중요하다고 배웠는데요. 학기 중에 이를 경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다른 전공 학생들이랑 협업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았어요. 같이 잘하려고 하다가 나중에는 말이 안 통해서 그냥 신경 안 쓰고 우리끼리 했어요."


지난 학기 수업 피드백에서 디자인과 학생들에게 들은 내용들입니다. 학교뿐이 아니라 현업에서도 유사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테스크에 차출되어 프로젝트를 수행하라고 하는데 사실, 썩 유쾌하진 않았어요. 마케팅 부서 사람들이랑 많이 다투겠다 싶었죠."


"의사들과 개발자가 한 팀이 되어 아웃풋을 내는 디자인 싱킹 프로젝트인데요. 서로 자기가 옳다고 우기기만 해서 도대체 결론이 나질 않아요."


"역시 우리끼리 모여서 서비스 디자인 코크리에션 워크숍을 진행하니 아이디어가 잘 나오는 것 같아요."


디자인 싱킹의 중요한 기본 요소 중의 하나는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협업입니다. 이는 기존의 역할과 전문성에 따라 독립적으로 일하고 일의 결과를 물리적으로 합치던 방식과는 다른 일하는 방식을 의미하는 대요. 언뜻 들으면 쉬워 보이는 이 협업의 과정이 실제 일하는 현장에서는 매우 어려운 과제 중의 하나입니다. 아마도 현업에서 업무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시리라 생각되는 데요. 디자인 싱킹의 일하는 방법이 아닌 기존의 일하는 방식에서도 타 부서와의 협업은 쉽지 않습니다. 각 부서마다 자신들만의 기준과 관점이 있고 특히 타 부서와 협업하는 경우는 리더쉽을 점유하려는 경쟁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과거 흔히 테스크라고 불리는 임시 조직은 그 의도나 목적과 달리 구성원들은 차출되기를 꺼려하는 곳입니다. 그만큼 성과를 내기 어려운 형태라는 것이죠. 


이론적으로는 협업이 그리 어렵지 않고 합리적인 일의 방식으로 소개됩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논리적이고 효율적인 일의 방식이라 가르치죠. 하지만 현업에서 느끼는 협업은 이론과는 상이합니다. 아무래도 이론이 협업을 위한 논리적인 구조에 포인트를 두다 보니 실제 협업이 성과를 내기 위한 비 이론적이고 감성적인 요인들을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배웠다고 하더라도 실제 협업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생각과는 다르게 시너지가 나지 않는 경우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죠.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시너지를 만드는 디자인 이노베이션의 협업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요? 그리고 디자이너와 플래너, 그리고 개발자 등 혁신을 위한 협업을 이끄는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동안의 혁신은 무언가를 새로 만들거나 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특히 일하는 방식의 레거시는 바뀌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 싱킹이 도입되어면서부터는 마이너스 혹은 리빌딩 방식의 파괴적 혁신이 중요하게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시너지를 내는 협업의 방식도 이와 마찬가지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다양한 전문가들을 물리적인 모음은 혁신을 만들어낼 수 없을뿐더러 화학적 결함을 통한 시너지를 창출하지 못하는 사례를 우리는 많이 보아왔습니다. 전문가들의 모음 이전에 필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라고 봅니다. 모든 참가자들의 마음가짐이죠. 그리고 그 핵심에는 두 가지 속성, 즉 자기 파괴와 자기 배재의 태도가 있습니다. 


디자인 싱킹, 서비스 디자인, 인간 중심의 디자인, 사용자 경험 디자인 그 어떤 형태의 디자인이 되었던 사람 혹은 고객의 니즈를 기반으로 창의적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활동들에는 사용자와의 공감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고객과의 공감을 위한 자기 파괴와 배재뿐만 아니라, 팀원들과의 협업에도 이 두 가지 태도가 기본적인 마음가짐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봅니다. 협업에서의 대부분의 갈등은 구성원들이 타 구성원을 존중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자리를 버리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자리를 배재하지 못하기 때문에 고객의 말을 곡해해서 해석하고, 다른 분야 전문가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죠. 


디자인 혁신에서 강조하는 가설 세우지 않기, 홀리스틱 에스노 그래피 등은 모두 자기 파괴와 배재의 방법으로 공감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죠. 협업의 참가자들이 자기를 내려놓을 때 그들은 비로소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눈이 생기고, 모두가 고객 가치 창출이라는 한 방향을 바라보며 시너지를 만들어내기 시작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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