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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vin Seo 서승교 Dec 13. 2021

디자인 리서치는 검증이 아닌 발견이 목적입니다.

디자인 리서치는 검증이 아닌 발견이 목적입니다. 


여러분은 리서치를 디자인할 때 무엇을 제일 먼저 하시나요? 


회사에 다니시는 분들이라면 회사의 규모와 관계 없이 나의 고객(상사 혹은 고객사)의 요구 사항을 파악하고 이를 구조화해서 정량, 정성 혹은 이 둘의 방법을 혼합하여 리서치를 수행하게 되는 일이 아마도 대부분일 것입니다. 


혹은 학교에서 연구를 하는 교수님들이나 연구원들의 경우도 그리 다를 것 같지는 않은데요. 고객의 요구 대신, 이전의 이론에 근거하거나 자신만의 가설을 먼저 수립하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다양한 조사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입니다. 저 역시도 학교에서 그리고 회사에서 비슷한 패턴의 조사 업무들을 수행하곤 했습니다. 


자 이제 생각해 봅시다. 왜 우리는 관행적으로 이러한 조사 설계를 하고 수행할까요?  


우리가 조사를 통해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것일까요?  


흔히 조사를 한다고 하면 그 목적은 주로 검증과 발견에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검증이나 발견은 필연적으로 객관적이어야 하고 논리적이어야 하죠. 그래야 연구자라면 논문으로 인정 받을 수 있고, 회사원이라면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사를 통한 검증과 발견은 정말 논리적이고 객관적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조사를 정밀하게 수행하여 나온 결과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진리일 수 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 어떤 방법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리서치는 가능성, 잠재력의 크기를 보여주는 지표일 뿐입니다. 그리고 가끔은 그 지표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 통제할 수 있는 모든 변수를 통제하고, 제한된 조건 안에서만 진리에 가까운 결과들을 만들어 내죠. 즉, 현실과는 동떨어진 리서치 결과물이 나오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연구 목적의 리서치의 경우에서는 어차피 제한된 그들만의 소비 목적의 결과이어서 사상누각 이어도 괜찮겠습니다만,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기업에서 이뤄지는 리서치는 그래서는 안될 것입니다. 


대부분 조사의 진짜 목적은 내 주장(가설)을 뒷받침 해주는 타당성을 얻기 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의도하던 그렇지않던 일종의 방향성과  이에 따른 왜곡이 발생할 여지가 있죠.  왜곡된 결과를 근거로 디자인된 제품이나 서비스는 그 많은 노력이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실패하게 됩니다. 굳이 예를 들지 않더라도 생각나는 케이스가 많을 것 같네요.


하지만 다행인 것은 우리가 그동안 소홀히 해왔던 조사의 또다른 목적에는 진실의 발견이 있다는 점입니다. 


진실의 발견을 위한 리서치에서 객관적인지 논리적인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이 두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충분한 사람들의 숫자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죠. 발견을 위한 리서치는 가설 또한 존재할 수 없습니다.  좀 어색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가설을 수립하지 않고 일단 들여다보는 것이 방법이죠.


창의를 요구하는 디자인에서 이뤄지는 리서치는 특히 가설 없이 고객 행동의 특성을 발견하는 것에 포인트를 두어야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디자인이 객관적, 논리적이라는 꼬리표를 다는 순간 디자인의 독창성이 소멸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디자인 리서치를 통해서 발견하려는 대상은 눈에 띄는 행태나 현상이 아닙니다. 그 이면에 있는 행동의 원인(동기)을 발견하기 위한 것이죠. 이를 충분히 발견하지 못한 채 창조된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선택 받지 못하고 도태되어 버리게 됩니다. 


결국, 사람을 행동하게 만드는 것은 도구가 아니라 동기입니다.


현상의 동기를 반영한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가치를 전달합니다. 

<사진#1> 스타벅스에 설치되어 있는 리유저블 컵 반환기의 모습입니다. 리유저블 컵은 2021년 스타벅스의 핫 아이템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요. 반환기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까요?

<사진#2> 동네에 설치되어 있는 재활용 패기물 수거 기기입니다. 패트병이나 캔을 반납하면 포인트로 바꾸어 스마트폰 앱에 넣어주는 방식이죠. 훌륭한 디자인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재활용에 대한 동기를 덤으로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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