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래 왔듯이, 연초가 되면 많은 기업과 기관 그리고 학자들은 인류의 미래 모습에 대해 예측한 결과들을 내어놓습니다. 대부분의 예측들은 5년 혹은 10년 단우로 각 산업의 리더 기업들, 기술에 권위 있는 학자들과 인프라를 구축하는 정부 기관들에서 발표되며 사람들은 그 모습에 열광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제안하는 미래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들 관점에서도 신기하게 느껴지기 때문이죠. 그리고 매해 다양한 트렌드 전망 서적과 기사들도 이 시기에 맞춰서 출간되는데요. 사람들은 이를 보고 흥미로워합니다. 오늘은 이것들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하는데요. 먼저 기업들의 미래 생활상 전망에 대한 자료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기업이나 기술분야에서 내놓는 미래 생활 전망들에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1. 아전인수식 미래 생활 전망
미래 생활을 전망하고 이에 대응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라고 이야기는 하고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그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그들의 역량에 따라 개발할 것을 염두에 두고, 그 제품과 서비스가 잘 이용되는 고객의 미래 생활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대분입니다. 그리고 그 시나리오들은 사실 고객들의 현재 행태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거나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힘든 것들이 많죠. 기술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측면을 살리는 방향으로 고객들의 행태 변화를 예측하기는 합니다만, 고객의 미래 행태 변화 측면만을 본다면 사실 납득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이들이 자기 산업이나 기술 중심으로 미래 생활을 전망하는 이유는 결국 산업 간, 기업 간 경쟁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서로가 그 분야의 표준이 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표준이 되면 그만큼 사업적인 성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2. 고객 행위의 Trade-off 생략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아니 사람들이 새로운 생활방식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금전적, 심리적, 물리적 대가를 지불하게 됩니다. 사실 금전적 대가는 사람들의 신제품이나 서비스 수용에서 큰 장벽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심리적, 물리적 장애가 사람들에게는 신제품이나 서비스 수용에 있어서 방해물로 작동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새로운 생활방식을 수용하기에 앞서 "신제품과 서비스의 이용이 어렵지는 않을지?", "이용하기 위해서 많은 준비 과정이나 종료 과정이 있지는 않을지?" 등에 대해 파악하려고 합니다. 그것도 매우 직관적인 방법으로 말이죠. 다시 말해 감이 작동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은 고객들의 구매 비용에 포함되어 계산됩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신기술 제품과 서비스는 본격적인 이용의 전과 후는 잘라버리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가장 효용이 큰 부분만을 강조해서 선전합니다. 실상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도 있음에도 말이죠.
3. 실현 시점 예측의 실패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실제의 시점 예측은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이유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술 발전과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의 구현이 따라야 하기 때문이죠.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할 수 있지만 인프라의 구현은 그들이 컨트롤할 수 없는 문제이죠. 그리고 모든 사업적, 인프라적 요인이 갖춰졌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수용하지 않으면 그들이 그리는 미래 모습은 그들이 원하는 시점에 구현될 수 없습니다. 어쩌면 기업이나 기관에서 말하는 시점은 그들의 목표라고 해석하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미래 전망자료들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국은 현재 고객의 생활 모습에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행태를 살피고 변화 방향을 예측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고객의 미래 생활 모습이 기술과 제품 발전의 방향과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죠. 고객을 자세하게 들여다 보고 충분히 깊게 이해하는 만큼 위의 세 가지 오류의 크기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트렌드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트렌드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트렌드의 속성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하는데요. 트렌드는 유행이나 흐름을 의미하는 말 입니다만, 트렌드 리포트들이나 전망 자료들은 사람들의 생활 모습 가운데 눈에 띄는 것들만을 보여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이를 조작적으로 정의하여 "ㅇㅇ 트렌드" , " ㅇㅇ 족" 같은 다양한 정의를 내리기도 합니다. 이러한 내용들이 사람들의 흥미를 잡아끄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실제 이게 유행인가?라는 측면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트렌드 자료나 전망 이용의 오류를 생각해 보면 다음고 같습니다.
1. 사람들의 구분 짓기 속성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집단에 속하기를 바랍니다. 반면에 차별적으로 보이기도 원하죠. 이는 사람들의 성장 과정에서 상당히 자연스럽게 전개되는 양상인데요. 주로 젊은 세대일수록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는 특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ㅇㅇ 족"이라고 정의되는 새로운 트렌드를 보이는 집단이 트렌드로 소개되더라도 그 사람들은 모든 생활 모습이나 행태가 다른 사람들과 완전히 구분되어지지는 않습니다. 부분적인 특성의 공통점을 가지고 묶인 경우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활 특성은 그들의 세대적 혹은 상황적으로 발생한 대처 양식이기 때문에 그 행위의 수명이 길지 않을 수도 있죠. 게다가, 사람들은 자기와 다른 행태나 생활양식을 가진 사람들을 규정하고 싶어 하는 속성도 가지고 있는데요. 나 외의 사람들을 "ㅇㅇ 세대"라고 정의해서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 시작은 아마도 "요즘 애들은..." 일 것 같네요.
2. 뒤처지지 않으려 함
앞에서 말한 사람들의 소속감에 대한 욕구는 집단에 대한 비교로 발전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각 집단을 비교하고 가장 최신의 집단에 속하고자 하죠. 따라서 트렌드 자료나 전망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따라 하려고 합니다만, 그것이 실제로 그 사람들을 설명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가끔 실제는 자기와 맞지 않은 생활양식이라도 맞다고 여기고 따라 하는 모습까지 만들어 냅니다.
3. 모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재미있는 점은 트렌드 서적들에 나와있는 키워드들을 가지고 "그럼 이게 나를 설명하기에 충분한가? "라고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주저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입니다. 그럼 트렌드에 소개된 사람들은 어느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일까요?
트렌드에 대한 제대로 된 이용의 방법으로 제가 제안드리는 것은 트렌드를 시그널로 이용하라는 것입니다. 트렌드는 특정한 상황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대안이 표출된 것이며, 이는 특정한 상황이 변하거나 더 나은 대안이 나오면 사라지는 아주 짧은 수명의 특성을 갖습니다. 따라서 트렌드 자체에 대한 이해보다는 "왜 저런 트렌드가 나왔을까?"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합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결국 고객의 선택을 받게 되는 일이니까요.
<사진#1> 테이크 아웃 전문 커피점에 설치되어 있는 주문용 키오스크의 모습입니다. 특징적인 것은 이곳의 키오스크는 주방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다는 점인데요. 많은 고객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궁금했던 부분인 주방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어떤 가치가 있을까요? 고객들의 어떤 Pain이 해결되었을까요?
<사진#2> 한 공원의 트랙입니다. 반으로 나누어 한쪽은 달리거나 빠르게 걷는 용으로, 다른 한쪽은 천천히 걷는 용으로 구분해 놓았습니다. 일반적인 트랙들에 비해 이 트랙은 어떤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나요? 어떤 pain을 해결해 주고 있나요?
<사진#3> 골목에 설치된 쓰레기 무단 투기 방지용 경보 장치입니다. 사람들의 움직임을 센싱 해서 경보 방송도 하고 촬영도 하는 기기로 보이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레기가 버려져 있네요. 이 기기가 해결해 주고 있지 못한 고객의 Pain은 무엇일까요? 어떻게 해야 사람들의 행위가 바뀔 수 있을까요?
+ 혁신도 미래도 고객을 들여다보면 길이 보입니다.
++ 이해시키지 말고 느껴지게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