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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니츠 : 시계

by 정지영

철학자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는 세상을 거대한 정밀한 시계에 비유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세상을 하나의 기계처럼 이해하려는 시각이 널리 퍼져 있었죠. 라이프니츠는 이 기계론적 관점에서 우주가 마치 시계처럼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간다고 보았습니다. 시계의 부품들이 각자 맡은 역할을 하면서도 하나로 완벽히 맞아 돌아가는 것처럼, 세상도 보이지 않는 ‘조화의 법칙’으로 움직인다고 설명한 겁니다.



모나드: 세상의 작은 톱니바퀴

라이프니츠는 세상이 무엇으로 구성되었는지 좀 더 깊이 생각했습니다. 그는 세상 모든 것이 모나드라고 불리는 작은 단위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봤죠. 이 모나드는 우주의 기본 단위로, 무언가로 나뉘거나 깨질 수 없고, 아주 독립적입니다. 각각의 모나드는 마치 자기만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세상 속 작은 우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우리가 보는 시계 속 톱니바퀴들은 서로 직접적으로 밀거나 당기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죠. 마치 각자가 자기 역할에 따라 돌고 있는 듯하지만, 큰 틀에서는 모두 정확히 맞물려 돌아갑니다. 모나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신이 설계한 큰 계획 속에서 다른 모나드들과 조화를 이루는 거예요.


사전 설정된 조화: 미리 맞춰진 시계 같은 세상

라이프니츠는 이런 시스템을 예정조화((pre-established harmony)라는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이 개념은 우주의 서로 다른 실체들이 근본적으로 독립적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처럼 보이는지를 설명합니다.


시계의 시침과 분침을 생각해 보세요. 시침은 분침을 밀거나 당기지 않죠. 하지만 시계가 설계된 구조 덕분에 두 바늘은 결국 정확하게 시간을 가리킵니다. 마찬가지로, 모나드들도 서로 물리적 영향을 주지 않지만 큰 그림 속에서 하나의 큰 조화를 이루도록 미리 맞춰져 있습니다. 라이프니츠는 세상이 이처럼 정교하게 설계되었다고 본 겁니다.



인간의 자유 의지는 어디에 있을까?

그렇다면 이 정해진 세상 속에서 인간의 자유 의지는 어떻게 설명될까요? 라이프니츠는 인간도 하나의 모나드로서 독립적인 판단과 행동을 한다고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오늘 아침에 무엇을 먹을지, 어디에 갈지 스스로 선택하는 것처럼요. 그러나 이 모든 선택도 결국은 세상의 큰 그림 속에서 자신의 위치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자유롭게 움직이지만, 결국은 조화 속에서 그 선택들이 서로 맞물리는 셈이죠.


팀 프로젝트를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이 맡은 역할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지만, 프로젝트 전체를 위해서는 팀원들과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자료를 정리하기로 했다고 해볼게요. 여러분은 자료의 구성과 표현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자료는 다른 팀원이 만든 발표 자료나 슬라이드와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각자가 독립적으로 일하지만, 팀 전체의 목표라는 큰 그림 속에서는 서로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셈입니다.


라이프니츠는 우리 삶도 이와 같다고 보았습니다. 우리는 각자 독립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할 자유가 있지만, 결국은 서로 맞물려 하나의 조화로운 큰 그림을 이루게 되는 것이죠.



조화 속에 존재하는 우리의 삶

라이프니츠의 시계 비유는 세상과 인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줍니다. 우리의 삶이 각자 독립적으로 굴러가면서도, 하나의 큰 그림 속에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세요. 오늘 하루 내린 선택들이 나만의 결정이지만, 동시에 그 선택이 모여 더 큰 조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마치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시계 속 톱니바퀴처럼 이 조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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