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한 마리가 심하게 배가 고프고 목이 말라서 쓰러질 듯 비틀거리며 걷고 있습니다. 그러다 눈앞에 건초더미와 물통을 발견합니다. 오른쪽에는 건초더미가, 왼쪽에는 물통이 있습니다. 당나귀는 어느 쪽으로 갈지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이 당나귀는 굉장히 이성적인 당나귀라서, 작은 한 걸음도 여기저기 따져보고 충분히 생각한 후에야 움직입니다. 하지만 이 당나귀는 지금 배고픔과 목마름이 정확히 같은 상태였습니다. 결국 어디로 가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다 굶어 죽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14세기 프랑스 철학자 장 뷔리당의 이름을 딴 '뷔리당의 당나귀 역설'입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우스쾅스러운 이야기지만 철학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 중요한 문제를 제시합니다.
이 이야기는 이성만으로는 모든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우리 삶은 너무나 복잡해서, 이성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이런 순간에 필요한 것이 바로 자유의지입니다.
자유의지가 없다면 : 계속 고민만 하다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중요한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여러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계속 망설이기만 한다면 결국 좋은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성적으로 모든 것을 계산해봐도 모든 선택이 비슷해 보인다면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자유의지가 있다면 : 우리는 직감이나 감정을 따라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와 두 가지 장소 중 어디에 갈지 결정해야 할 때 직관적으로 고르는 것처럼요. 이런 직감은 우리가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때로는 이성적으로 분석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자유의지는 복잡한 상황에서도 우리가 빠르고 자신 있게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자유의지는 단순히 감정에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이성과 결합되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는 '선택의 패러독스'라는 연구를 통해, 너무 많은 선택지가 오히려 결정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사람들을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눴습니다.
극대화자 (Maximizers): 항상 최고의 선택을 하려고 모든 옵션을 하나하나 비교하고 분석합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많은 스트레스와 후회를 낳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취업을 앞둔 학생이 여러 회사의 제안을 끝없이 비교하다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족자 (Satisficers): 만족자들은 '충분히 좋은' 선택에 만족합니다. 선택을 한 후에는 더 나은 옵션을 찾지 않고, 선택한 것에 만족합니다. 예를 들어, 쇼핑할 때 가격이 충분히 괜찮다면 바로 구매하고, 더 나은 가격을 찾아 돌아다니지 않습니다. 이렇게 하면 스트레스도 줄이고, 더 행복하게 선택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슈워츠는 극대화자가 보통 더 많은 스트레스와 후회를 경험한다고 설명하지만, 두 유형 모두 각자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두 가지 유형의 장점을 균형 있게 활용하는 것입니다. 필요할 때는 신중하게 고민하고, 또 어느 순간에는 과감하게 결정을 내리는 것이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뷔리당의 당나귀 역설은 인공지능의 윤리적 문제와도 깊이 연결됩니다. 예를 들어, 자율 주행차가 교차로에서 좌회전할지 우회전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떤 기준으로 결정을 내려야 할까요? 자율 주행차는 인간처럼 자유의지를 가지지 못하며, 도덕적 가치나 직관을 고려할 수 없습니다. 오직 프로그래밍된 알고리즘과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결정은 객관적일 수 있지만,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그 한계를 드러냅니다.
또한, 인공지능 시스템이 의료와 같은 중요한 분야에서 사용될 때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료 인공지능이 환자의 생사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어떻게 윤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은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치료 방법을 제안할 수 있지만, 인간의 감정적 요소나 환자의 삶의 질 같은 것을 완전히 이해하고 고려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인공지능은 인간과 같은 수준의 윤리적 판단을 내릴 수 없는 명확한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결국, 인공지능은 빠르고 정확한 계산과 분석을 통해 우리 생활을 크게 개선할 수 있지만,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결정에서는 여전히 인간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인간의 직관과 감정, 도덕적 기준은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것이 인공지능과 인간이 협력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뷔리당의 당나귀 역설'은 이성만으로는 모든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우리 삶은 이성과 자유의지, 그리고 직관이 조화를 이루어야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공지능의 발전은 많은 이점을 제공하지만, 윤리적 판단과 도덕적 결정에서는 여전히 인간의 역할이 필수적입니다. 인간의 자유의지와 도덕적 기준이 결합되어야 비로소 복잡한 상황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