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인간을 자신의 형상대로 창조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자신의 형상대로 창조했다."
(포이어바흐, 종교의 본질에 대한 강의 중에서)
19세기 독일 철학자 포이어바흐의 이 도발적인 주장은 종교를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습니다. 전통적으로 종교는 절대자가 세상을 지배한다고 봅니다. 성경은 인간이 '신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졌다고 말하며, 이를 통해 인간의 특별한 가치와 신성한 의미를 강조합니다. 이는 인간이 절대자를 이해하고 그와 소통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그러나 포이어바흐는 이를 정반대로 해석합니다. 인간이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신을 만들어냈다는 것입니다. 이는 종교를 부정하거나 얕보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종교가 인간의 가장 깊은 바람과 열망에서 비롯되었음을 드러내려는 것입니다. 종교를 통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으려고 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신학은 인간학이다."란 명제를 주장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신의 모습을 그릴 때 우리의 바람과 두려움, 희망을 담아냅니다. 죽음이 두려워 영원히 사는 신을 그리고, 사랑받고 싶어서 자애로운 신을 만듭니다. 혼란 속에서 질서를 바라기에 공정하게 다스리는 신을 떠올립니다. 이처럼 신은 인간의 부족함을 채우고 싶은 마음이 비친 거울입니다.
그래서 신을 이해하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길이 됩니다. 우리가 신을 자비롭고 정의로운 존재로 그리는 것은, 바로 우리가 그런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신을 향한 믿음은 우리 스스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려는 마음의 표현입니다.
신은 우리가 자신을 더 높은 곳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창입니다. 우리는 신을 통해 우리의 한계를 보고, 그것을 넘어서려 합니다. 신을 알아가는 여정은 결국 우리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이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의 참모습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당신이 마음에 그리는 신의 모습 속에서, 당신의 어떤 모습을 발견하시나요? 그 모습은 당신이 도달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없어 감히 도전하지 못했던 한계일 수 있습니다. 그 한계를 신에게 맡겨버리고 포기한 자기 모습을 변명할 수도 있습니다. 포이어바흐는 이런 비겁한 회피로 인해 종교가 인간을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비판했습니다.
이제 우리 앞에는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신의 모습을 우리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목표를 찾는 기회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지금 서 있는 자리에 주저앉게 만드는 핑계로 만들 것인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