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지영 Nov 17. 2024

진정한 행복의 자리

"근원어 '나-너'에서의 '나'는 근원어 '나-그것'에서의 '나'와 다르다." (마틴 부버, [나와 너] 중에서)

 마틴 부버는 [나와 너]에서 인간관계를 '나-너'와 '나-그것'이라는 두 가지로 나눕니다. 그리고 이 둘을 '근원어(Grundwort)'라고 부릅니다. 근원어는 단순한 말이나 언어가 아닙니다. 근원어는 우리가 타인과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 즉 우리가 존재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나타냅니다. 


 '나-너' 관계는 상대를 독립된 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그 사람만의 고유한 가치를 인정하는 관계입니다. 반면 '나-그것' 관계는 상대를 단지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관계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갑니다. 주변의 친구나 가족 중 한 사람을 떠올려보세요. 그 사람이 다른 이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지, 아니면 무관심하게 대하는지를 생각해 보세요. 이러한 태도가 바로 그 사람의 성격과 정체성을 보여주는 거울이 됩니다.


 '나-너' 관계에서는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집니다.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숨김없이 나누고, 상대방을 깊이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친구에게 진심 어린 위로의 말을 건네며 그의 감정을 공감하고, 함께 해결책을 고민하는 대화가 '진정한 대화'의 한 사례입니다. 친구와 마음을 나누는 깊은 대화처럼, 단순한 정보 교환을 넘어 서로의 마음이 만나는 순간입니다. 이때 상대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가 아닌, 고유한 한 사람으로 다가옵니다. 이런 관계 속에서 '나' 역시 어떤 역할에 갇힌 존재가 아닌, 온전한 한 사람으로 존재하게 됩니다.


 반면 '나-그것' 관계는 상대를 도구로 바라봅니다. 친구나 가족과의 관계에서조차 상대를 자신의 필요를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만 본다면, 이는 '나-그것' 관계입니다. 직장 동료를 단지 업무 처리를 위한 도구로만 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관계에서는 상대의 감정이나 가치는 무시되고, 오직 자신의 이익만이 중요해집니다.

부버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명확합니다. 우리 삶의 질은 얼마나 자주, 얼마나 깊이 '나-너' 관계를 맺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가족과의 저녁 식사 시간에 휴대폰을 내려놓고 서로의 하루를 이야기하는 것, 혹은 동료와 커피를 마시며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작은 순간들이 그러한 '나-너' 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나-너' 관계 속에서 우리는 깊은 교감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삶의 의미를 발견합니다. 하지만 '나-그것' 관계에만 머물면 외로움과 공허함이 찾아옵니다.


 다른 사람을 물건처럼 대하면 우리의 삶도 그만큼 메말라갑니다. 직장 동료와 가족을 자신의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만 생각한다면 이러한 태도는 결국 인간관계의 깊이를 잃고, 고립감을 느끼게 만듭니다. 반대로 한 사람 한 사람을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진심으로 대할 때,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게 변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행복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너' 사이에 있습니다.


이전 04화 모욕에서 벗어나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