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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Nov 19. 2024

아름다움이 출발점이다


"정신의 눈으로 아름다움을 바라볼 때, 그는 아름다움의 이미지가 아닌 실재를 끌어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가 붙잡고 있는 것은 이미지가 아닌 실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참된 덕을 이끌어내고 키움으로써, 만약 죽을 운명을 가진 인간에게 그것이 허락된다면, 신의 벗이 되어 불멸의 존재가 될 것입니다."(플라톤, [향연] 중에서)


 플라톤의 이 구절은 단순한 시각적 인식을 말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마음의 눈으로 아름다움을 바라본다'는 것은 감각적 경험을 초월하여 진리의 본질을 깨닫는 정신적 과정을 모두 포함하는 말입니다.


 플라톤은 《향연》에서 아름다움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가운데 인간이 궁극적인 진리와 선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아름다움은 단순히 감각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영원하고 변치 않는 이데아의 아름다움을 의미합니다. 플라톤의 '마음의 눈'은 감각적 경험을 넘어선 정신적 깨달음을 뜻합니다. 감각 세계에서의 아름다움은 단지 이데아의 반영이며, 플라톤은 이러한 감각적 아름다움을 단서 삼아 영원하고 완전한 진리로 나아가는 과정을 "영혼의 상승"으로 묘사했습니다.


 《향연》에서 소개된 '사랑의 사다리' 개념은 이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인간은 육체적 아름다움에서 출발해 점차 정신적 아름다움, 제도와 법의 아름다움, 그리고 궁극적으로 지혜와 진리의 아름다움으로 나아갑니다. 마치 사다리를 밟고 하나씩 올라가는 것처럼 단계를 밟아나간다는 의미에서 '사다리'입니다. 이는 단순히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참된 아름다움을 깨닫고 그로부터 선과 덕을 실현하는 여정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아름다움은 종종 외모, 물질적 가치, 혹은 일시적인 즐거움으로 축소됩니다. 광고, 소셜 미디어, 소비주의 문화는 우리가 감각적이고 피상적인 아름다움에만 몰두하도록 만듭니다. 그러나 플라톤의 통찰은 우리가 외적인 아름다움에만 집착하지 않고, 내면의 아름다움과 진리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철학적 통찰을 현대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은 일상에서 시작됩니다. 소셜 미디어에서의 끊임없는 비교와 경쟁에서 벗어나 내면의 성장에 집중하기, 예술 작품이나 자연을 감상할 때 즉각적인 판단을 유보하고 깊이 관찰하기, 타인과의 관계에서 겉모습이 아닌 그 사람의 본질에 집중하기 등이 구체적인 실천이 될 수 있습니다.


 플라톤이 말하는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단순한 관찰이 아닌 깊은 이해와 통찰의 과정입니다. 이는 현대 사회의 피상적인 가치관을 넘어서 진정한 아름다움과 덕을 추구하는 삶의 방향을 제시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철학적 실천을 통해 더 깊은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진정한 행복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결국, 마음의 눈으로 바라본 아름다움은 인간을 보다 고결하게 만들고, 진리와 선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길잡이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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