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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Nov 24. 2024

과거를 이해하고 미래를 만드는 현재


"순수한 현재란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과거의 발걸음이며, 우리는 그것을 붙잡을 수 없습니다. 사실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각은 이미 지나가 버린 기억일 뿐입니다."(The pure present is an ungraspable advance of the past devouring the future. In truth, all sensation is already memory.)(앙리 베르그송, [물질과 기억] 중에서)


 이 말은 시간의 흐름과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경험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항상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가 느끼는 현재는 이미 지나간 순간을 다시 생각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즉,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각은 일어난 즉시 뇌에서 처리되어 기억으로 남기 때문에, 우리가 경험하는 '지금'은 실제로 이미 지나간 순간을 다시 느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재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어떻게 이를 이해하고 살아가야 할까요?


 프랑스 철학자 베르그송은 시간을 단순히 시계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시간을 '지속'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물리적 시간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물리적 시간은 각각 독립된 순간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지지만, 베르그송의 '지속'은 과거, 현재, 미래가 서로 얽혀 이어지는 흐름입니다. 이는 우리가 시간 속에서 살아가며 경험하는 감정과 기억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간은 단순히 정적인 나열이 아니라, 우리가 경험하는 생동감 있는 흐름입니다.


 현대 과학도 이러한 생각을 뒷받침합니다. 우리 뇌가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데는 약 0.5초가 걸린다고 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실제로 경험하는 모든 감각이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지연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손가락을 탁자에 두드렸을 때 그 느낌을 즉각적으로 경험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뇌가 이 정보를 처리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이처럼 우리가 느끼는 '현재'도 사실은 이미 지나간 순간입니다.


 현재를 붙잡을 수 없다는 사실이 우리의 삶을 덜 의미 있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가 삶을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현재는 과거의 흔적과 미래의 가능성이 어우러진 깊이 있는 시간입니다.


 특히 바쁜 현대 생활 속에서 일부러라도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명상을 통해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거나, 공원에서 산책하며 주변의 자연을 바라보는 것,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을 줄이고 차분하게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현재를 더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한 점일 뿐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붙잡을 수는 없지만, 그 흐름 속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순수한 현재를 붙잡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우리는 그 흐름 속에서 과거를 이해하고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우리와 함께 끊임없이 흘러가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이 흐름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우리만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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