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은 불안정한 감정이다.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시들어버린다. 문제는 이렇게 불러일으켜진 감정들, 전달된 지식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사람들이 쏟아지는 이미지의 양 때문에 무감각해지는 것(이것이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적절한 표현이라면)이 아닙니다. 오히려 수동성이야말로 감정을 무디게 만드는 요인입니다.(Compassion is an unstable emotion. It needs to be translated into action, or it withers. The question is what to do with the feelings that have been aroused, the knowledge that has been communicated. People don't become inured to what they are shown — if that's the right way to describe what happens — because of the quantity of images dumped on them. It is passivity that dulls feeling.)(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 중에서)
수전 손택(Susan Sontag)의 책 『타인의 고통』은 우리가 타인의 고통을 마주할 때 느끼는 연민이 왜 지속되지 못하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지를 탐구합니다. 손택은 연민이 단순히 느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연민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그저 일시적인 감정으로 사라집니다. 연민은 행동으로 이어질 때에만 진정한 의미를 지닐 수 있습니다.
손택은 연민이 강렬하지만 불안정한 감정이라고 설명합니다. 누군가의 고통을 담은 사진이나 이야기를 접하면 처음에는 강한 공감이나 슬픔을 느낄 수 있지만, 그 감정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그저 감정으로 머물고 말 것입니다. 우리는 작은 행동이라도 해야만 연민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쟁이나 자연재해의 피해자를 보여주는 사진을 보았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 사진을 보고 마음이 아팠더라도, 아무런 행동 없이 스크롤을 넘긴다면 그 감정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 감정을 기부, 대화, 혹은 더 깊은 성찰로 연결할 수 있다면, 연민은 단순한 감정을 넘어 우리의 행동을 바꾸는 힘이 됩니다. 손택은 바로 이 점에서 연민이 행동과 연결되지 않으면 결국 그 의미를 잃는다고 경고합니다.
손택은 종종 사람들이 "고통의 이미지가 너무 많아 둔감해졌다"고 말하는데, 이 통념에 반대합니다. 그녀는 우리가 무감각해지는 진짜 이유는 정보의 과잉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수동성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매일 뉴스와 소셜 미디어에서 전 세계의 고통을 실시간으로 접합니다. 처음에는 강한 감정을 느끼지만, 계속해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면 차츰 그 고통이 나와는 상관없는 일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손택에 따르면, 이러한 둔감함은 이미지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그 이미지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타인의 고통』에서 손택은 단순히 "느끼는 것"으로 연민이 끝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감정을 행동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그 행동은 거창하거나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작은 기부, 타인과의 대화, 자신의 역할에 대한 성찰 같은 작은 실천이 모두 포함됩니다. 이미지가 우리에게 주는 질문은 단순합니다. "이 고통을 보고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손택은 우리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면, 연민은 그저 순간적인 감정으로 끝나버린다고 말합니다.
오늘날 손택의 통찰은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는 전 세계의 고통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창구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이런 인터넷 뉴스 피드와 소셜 미디어 알림이 계속해서 쏟아지는 상황은 우리를 압도하거나 마비시키기도 합니다. 손택은 우리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연민을 행동으로 옮기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환경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면, 그 감정을 행동으로 연결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환경 보호를 위해 작은 습관을 바꾸거나, 문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주변에 알리는 것만으로도 연민은 사라지지 않고 지속될 수 있습니다.
수전 손택은 연민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결국 시들어버린다고 말합니다. 행동 없는 연민은 우리를 방관자로 만들고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게 만듭니다. 『타인의 고통』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은 타인의 고통을 보고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질문은 단순히 우리의 감정을 점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삶의 태도를 바꾸고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행동으로 이어지기를 요구합니다.
연민이란 단순히 느끼는 것이 아닙니다. 연민은 행동할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합니다. 우리가 타인의 고통 앞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가 바로 연민을 살아 숨 쉬게 만드는 열쇠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