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한 방식이며, 이를 통해 타인을 더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것과 단순히 그 일에 몰두하는 것은 다르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To love one's work is a way of loving oneself, and leaves one freer to love other people. But beware the difference between loving one's work and being merely engrossed in it.)(수전 손택, [Death Kit] 중에서)
수전 손택의 소설 『Death Kit』(1967)은 현대인의 노동과 자아실현의 관계를 예리하게 포착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노동이 개인의 정체성과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현대 사회의 딜레마를 제시합니다.
이 책에서 주인공 디디의 직업은 단순한 설정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지닙니다. 현미경 제조 회사의 광고 담당자인 디디의 직업은 현대 사회의 모순을 상징합니다. 그는 세상을 더 잘 보게 하는 도구를 판매하지만, 실제로는 겉으로 드러난 이미지만을 다루며 살아갑니다. 이는 진정한 이해보다는 표면적인 것에 집중해야 하는 현대인의 직업적 현실을 보여줍니다. "나는 사람들이 세상을 더 잘 볼 수 있게 돕는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실제로는 그저 이미지만 만들어내고 있었던 거야." 디디의 이 독백은 현대 노동이 지닌 본질적 소외를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이 책의 중심 사건은 기차 터널에서 일어납니다. 기차가 터널에서 철로에 있는 장애물 때문에 멈추고, 디디는 장애물을 치우던 작업자와 말다툼 끝에 그의 머리를 가격합니다. 하지만 이 행위가 너무 환각적이어서 디디는 실제로 살해했는지 아니면 상상 속 일인지 확신하지 못합니다. 현실과 환각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디디는 자아에 혼란을 겪고,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깊은 실존적 위기에 빠지며, 이는 현대인의 분열된 정체성을 상징합니다.
"매일 아침 사무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기계적으로 느껴진다." 디디의 이 고백은 현대 사회에서 노동이 인간의 본질적 활동에서 소외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디디는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존재로 전락합니다. 그는 점점 내면과 분리되어,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의문을 가지지 못하게 됩니다. 생계를 위한 맹목적 몰두는 스스로를 정체성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사회적 인정이나 승진, 임금 인상은 거짓된 자아를 형성하게 합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지는 못합니다.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지 못한다는 것은 자기 생각과 감정, 욕망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을 모르면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습니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자유롭게 사랑할 능력을 상실한 사람입니다. 노동에 지나치게 몰두하면서 진정한 자아와 감정적 유대감을 잃게 됩니다.
하루 종일 직장에서 일하고 집에 와서 지쳐 다른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떠올려 보세요. 이는 단지 생계를 위해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되면 그 사람은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감정적으로 멀어지게 됩니다. 심지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배우자와 대화를 나눌 때에도 마음 한켠에는 항상 일이 머물러 있어서, 진정으로 사랑을 느끼고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또한, 사회적 인정과 같은 외적 보상에 의존하게 되면서 진정한 자아 발견은 어려워집니다. 예를 들어 승진이나 보너스는 잠시 기쁨을 줄 수 있지만, 그런 보상이 진정한 만족이나 행복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면서 친구나 가족과의 시간을 희생하게 되면 감정적으로 멀어지게 됩니다. 중요한 가족 모임이나 친구의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집에서도 일 생각에 빠져 상대방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은 인간관계의 소외를 초래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수전 손택은 일과 사랑의 균형이 깨진 현대인의 실존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단지 노동에만 몰두할 때, 타인과의 진정한 관계 형성이 어려워지며, 이는 궁극적으로 인간성의 상실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수전 손택의 『Death Kit』은 단순한 심리소설이나 사회비평을 넘어섭니다. 이는 현대인의 노동과 존재 방식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 탐구입니다. "당신은 자신의 일을 진정으로 사랑합니까, 아니면 그저 몰두하고 있습니까?" 이 질문은 현대 사회에서 더욱 절실합니다. 기술 발전과 효율성 추구 속에서, 우리는 노동을 통한 자아실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