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부정적 감정 해체하기
"우리가 외부의 원인들에 의하여 여러 가지 방식으로 휘둘리며, 맞바람에 요동치는 바다의 파도와 같이 우리에게 앞으로 닥쳐올 일과 운명을 알지 못한 채 동요한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 스피노자, 『에티카』 제3부 정리 59의 주석
스피노자는 욕망을 '의식을 동반한 충동'이라고 정의했다. 우리 안에 존재하는 생명의 근본 충동(코나투스)이, 외부의 어떤 대상을 만나 그 이미지를 상상(imaginatio)함으로써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순간, 구체적인 욕망이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 '상상'의 과정을 누군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설계하고 조종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것은 더 이상 가설이 아니다. 구글, 메타,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우리보다 먼저 아는 것을 넘어, 우리가 원할 것을 만들어낸다. 그들은 스피노자가 꿰뚫어 본 인간 정신의 두 가지 핵심적인 작동 방식, 즉 '상상력의 힘'과 '모방적 본성'을 완벽하게 해킹하여 우리의 욕망을 조작하고 있다.
1단계: 코나투스의 데이터화
모든 개체는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고 완성하려는 근본적 충동(코나투스)을 가지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우리의 모든 클릭, 스크롤, 페이지 체류시간은 이 코나투스의 흔적을 담은 데이터로 수집된다. 알고리즘은 이 데이터를 분석해 우리 자신도 모르는 무의식적 충동의 지도를 그려낸다.
알고리즘의 가장 교묘한 점은 그 작동 원리를 의도적으로 불투명하게(블랙박스처럼) 만든다는 데 있다. 스피노자에게 자유는 원인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적합한 관념)에서 오지만, 알고리즘은 우리에게 원인(왜 이것이 추천되었는가)을 알려주지 않고 결과(흥미로운 영상)만을 제시한다. 이는 우리를 원인 모를 결과에만 반응하는, 즉 '1종의 지식(상상과 억견)'의 상태에 구조적으로 머무르게 만드는 것이며, 이 무지 속에서 우리는 쉽게 조종당하게 된다.
2단계: 상상력의 조종
알고리즘은 우리의 데이터화된 코나투스를 분석한 후, 그 충동을 특정 욕망으로 활성화시킬 가장 효과적인 이미지(상(imago))를 제공한다. 외로움이라는 막연한 충동을 '이 제품을 사면 인기가 많아질 것'이라는 구체적인 상상으로, 지루함이라는 충동을 '이 영상을 보면 짜릿할 것'이라는 상상으로 연결시킨다. 우리의 정신은 이 강력하고 개인화된 상상에 저항하기 어렵다.
3단계: 경쟁(Emulatio)의 시스템화
스피노자는 우리가 어떤 것을 욕망하는 이유는 그것이 본래적으로 좋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욕망하기 때문에 좋다고 판단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 욕망은 종종 타인의 욕망을 모방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것이 '경쟁(emulatio)', 즉 모방적 욕망이다.
알고리즘은 '좋아요' 수, '실시간 트렌드', '가장 많이 본 영상' 등을 통해 타인의 욕망을 실시간으로 시각화하고 증폭시킨다. "많은 사람이 원하는 것이라면 좋은 것이 틀림없다"는 사회적 증거는 우리의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키고,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으로 착각하게 된다.
4단계: 정념의 중독 회로 구축
디지털 환경의 즉각적인 만족(원클릭 주문, 무한 스트리밍)은 스피노자가 말한 '흥분(titillation)' 형태의 기쁨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이는 존재 전체의 힘을 조화롭게 키우는 '쾌활함(hilaritas)'과 달리, 특정 부분만을 자극하여 결국 우리를 더 공허하게 만든다. 특히 예측 불가능한 보상(가끔씩 터지는 '대박' 영상이나 '좋아요' 폭탄)은 우리의 뇌를 도파민의 노예로 만들어, 더 강한 자극을 끊임없이 갈망하는 정념의 중독 회로를 완성한다.
무한 스크롤: 욕망의 완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하여, 우리의 코나투스를 명확한 만족(기쁨)에 도달하지 못하게 하고, '다음에 더 좋은 것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지금 멈추면 무언가 놓칠 것'이라는 공포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동요(vacillatio)' 상태에 가둔다.
추천 알고리즘: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를 추천함으로써, 우리를 '1종의 지식(상상)'의 감옥에 가둔다. 이는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더 넓은 이해(적합한 관념)로 나아갈 기회를 차단하며, 스피노자가 말한 진정한 자유, 즉 '자신의 본성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방해한다.
알림과 푸시: 우리의 주의력을 외부 원인에 종속시킨다. 스피노자에게 정신의 힘은 사유의 집중에서 나오지만, 알림은 우리의 정신을 항상 외부 자극에 '반응 대기'하는 수동적(passio) 상태로 만든다.
디지털 욕망 조작에 대처하려면 우리의 욕망에 대해 이해해야 합니다. 스피노자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스피노자에게 우리의 모든 행동과 감정의 뿌리에는 코나투스(Conatus), 즉 '자신의 존재를 지속하고 확장하려는 근원적인 힘'이 있습니다. '진정한 욕망'은 이 코나투스와 조화를 이루어 우리의 힘을 증진시키는 반면, '조작된 욕망'은 코나투스를 왜곡하고 거슬러 결국 우리의 힘을 약화시킵니다.
조작된 욕망 (급작스럽고 강렬함)
이 욕망은 '외부 원인'이 우리의 신체에 갑작스럽게 미치는 영향, 즉 '정념(passio)'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줍니다. 알고리즘의 자극이나 광고의 이미지가 우리의 감각을 강타할 때, 우리의 정신은 그 원인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부적합한 관념) 수동적으로 반응합니다. 이는 마치 갑자기 들려오는 큰 소음에 놀라는 것과 같아서, 강렬하지만 뿌리가 깊지 않습니다. 그 자극이 사라지면 욕망도 쉽게 사그라들거나 다른 자극으로 옮겨갑니다.
진정한 욕망 (지속성과 일관성)
이 욕망은 우리의 '내적 본성', 즉 코나투스 자체에서 비롯됩니다. 그것은 외부의 우연한 자극이 아니라, 우리 존재의 근본적인 지향점을 반영합니다. 지식을 추구하는 욕망, 건강해지려는 욕망, 타인과 깊이 연결되려는 욕망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안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냅니다. 이는 자신의 본성에 대한 '적합한 관념'에 가까워질수록 더 선명하고 일관된 모습을 보입니다.
조작된 욕망 (타인 지향적)
이는 스피노자가 말한 '경쟁(emulatio)', 즉 모방적 욕망의 완벽한 사례입니다. 우리는 타인이 욕망하는 것을 볼 때, 그 욕망을 모방하여 자신의 것으로 착각합니다. 이때 욕망의 근원은 '나의 필요'가 아니라 '타인의 시선'입니다. 이러한 욕망의 추구는 필연적으로 타인과의 비교를 낳고, 나의 가치를 외부에 의존하게 만들어 우리를 정념의 노예로 만듭니다.
진정한 욕망 (성장 지향성)
이 욕망의 유일한 목표는 '코나투스의 증진', 즉 나의 활동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이는 타인과의 비교가 아닌,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내가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러한 욕망의 실현은 스피노자가 말한 진정한 '기쁨(laetitia)', 즉 나의 완전성이 더 큰 상태로 나아가는 과정 그 자체입니다.
조작된 욕망 (즉시성을 요구함)
이 욕망은 '상상(imaginatio)', 즉 스피노자가 말한 '1종의 지식'에 기반합니다. 원인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 결과의 이미지만을 좇기 때문에, 그 쾌락을 즉시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지금 사지 않으면 놓칠 것 같다'는 공포와 '이것을 가지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희망 사이를 오가는 '동요(vacillatio)' 상태에 빠지기 쉽습니다. 이 조급함은 우리가 수동적 정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진정한 욕망 (내적 동기에서 비롯됨)
이 욕망은 '이성(ratio)', 즉 '2종의 지식'에 가깝습니다. 이 욕망이 왜 나에게 이로운지, 그것이 나의 코나투스를 어떻게 증진시키는지에 대한 '적합한 관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급해하지 않습니다. 목표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있기에, 우리는 외부의 방해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는 '능동적(actio)'인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조작된 욕망 (만족 후 공허함)
이 욕망이 주는 쾌감은 스피노자가 말한 '흥분(titillation)'에 해당합니다. 이는 우리 존재의 '일부분'만을 자극하는 국소적인 기쁨입니다. 예를 들어, 쇼핑 중독은 소유욕이라는 한 부분만을 자극합니다. 그 순간에는 강렬한 쾌감을 느끼지만, 우리의 다른 부분들(지성, 관계, 건강 등)은 방치되었기에, 쾌감이 사라진 후에는 더 큰 공허함과 함께 존재 전체의 힘은 오히려 감소하는 '슬픔'을 느끼게 됩니다.
진정한 욕망 (과정 자체에서도 만족감을 줌)
이 욕망이 주는 기쁨은 '쾌활함(hilaritas)'에 가깝습니다. 이는 우리 신체와 정신의 모든 부분이 조화롭게 활성화되어, 존재 전체의 힘이 증진될 때 느끼는 기쁨입니다. 지식을 얻는 과정,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과정, 진실한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은 그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의 매 순간이 나의 코나투스를 증진시키므로, 우리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만족감으로 채워줍니다.
조작된 욕망에 대한 최고의 해독제는 스피노자가 말한 '관념에 대한 관념', 즉 메타인지다. '내가 왜 이것을 욕망하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욕망의 형성 과정을 한 단계 위에서 조망하는 '이성(2종의 지식)'의 힘을 사용하는 것이다. 다음의 실천법들은 모두 이 메타인지를 훈련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이다.
알고리즘 투명화: 조작의 메커니즘 이해하기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부적합한 관념'을 '적합한 관념'으로 바꾸는 첫걸음이다. 유튜브 시청 기록, 구글 검색 기록 등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추천 콘텐츠가 어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지 의식적으로 분석한다.
의도적 불편함: 마찰력 늘리기 조작된 욕망의 힘은 '쉬움'에 있다. 의도적으로 불편함을 만들어 '상상'이 즉각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다. 앱 사용 시간 제한, 24시간 기다리기 쇼핑 규칙, 소셜미디어 알림 끄기 등이 효과적이다.
욕망 일시정지: 관찰자 되기 강한 욕망이 일어났을 때 즉시 행동하지 말고 잠시 멈춰서 관찰한다. "이 욕망은 어디서 왔을까?" 질문하고, 5분 후에도 같은 강도로 원하는지 확인한다.
진정한 욕망 발굴: 내적 나침반 복구하기 조작된 욕망의 노이즈 속에서 진정한 자신의 욕망(코나투스)을 찾아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디지털 디톡스, 자연 속에서 시간 보내기, 타인의 평가와 무관하게 나만을 위한 시간을 만드는 것 등이 도움이 된다.
능동적 선택: 알고리즘에 맞서는 큐레이션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과거의 패턴에서 벗어나, 의도적으로 낯선 영역을 탐색한다. 이는 우리를 '지식의 1종'에 가두려는 알고리즘에 맞서, 스스로 '지식의 2종(이성)'을 확장하려는 능동적인 시도다.
디지털 기술 자체가 악은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 기술에 수동적으로 종속되는 것이다. 스피노자가 말한 진정한 자유는 기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동 원리를 명확히 이해하고 기술과 능동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기술이 나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기술을 사용하는 관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진정한 자유는 완전한 단절이 아니라 현명한 사용에 있다. 조작된 욕망과 진정한 욕망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 외부의 자극에 즉시 반응하지 않는 여유, 그리고 자신만의 가치관에 따라 선택하는 용기. 이것이 바로 스피노자가 꿈꾸었던 감정의 자유가 디지털 시대에 구현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