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SNS 시대의 정념: 타인의 기쁨, 나의 슬픔

2부. 부정적 감정 해체하기

by 정지영

"나와 비슷한 존재이지만, 그것에 대해 우리가 아무런 감정도 갖고 있지 않은 것이 어떤 감정에 영향받는 것을 표상하면, 우리도 그것과 함께 비슷한 감정에 영향받는다. ... 이러한 감정의 모밤이 슬픔에 관계되어 있으면, 그것은 연민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것이 욕망에 관계되어 있으면, 그것을 경쟁심(emulatio)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경쟁심은 우리와 비슷한 다른 사람이 어떤 것을 욕망한다고 표상할 때, 우리 안에 같은 욕망이 생겨나는 것일 뿐이다."

— 스피노자, 『에티카』 제3부 정리 27과 주석


디지털 거울: 끝없는 감정 반사의 세계

매일 아침 스마트폰을 켜는 순간부터 우리는 거대한 감정의 거울 속으로 들어간다.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페이스북의 타임라인, 틱톡의 추천 영상이 만들어내는 것은 단순한 정보의 흐름이 아니다. 그것은 수억 명의 감정이 실시간으로 교차하고 증폭되는 거대한 감정의 생태계다.


스피노자는 이미 이 현상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다. 인간은 '감정의 모방(imitatio affectuum)'을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는 신비로운 현상이 아니라, 심신일원론에 바탕을 둔 필연적 과정이다. 나와 비슷한 신체 구조를 가진 타인의 감정 표현(표정, 몸짓)을 볼 때, 내 신체 역시 미세하게나마 유사한 상태로 변용된다. 그리고 그 신체의 변용에 대한 관념이 바로 유사한 감정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감정의 모방은 본래 공감과 사회적 유대를 형성하는 긍정적인 힘이다. 하지만 SNS는 이 자연스러운 공명 시스템의 균형을 깨뜨리고, 긍정적 공감보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부정적 비교를 훨씬 더 강력하게 증폭시킨다. 그 결과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삶이라는 전형적인 '부적합한 관념'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만족할 수 없는 갈증에 시달리게 된다.



감정 모방의 메커니즘: 욕망은 어떻게 전염되는가

1단계: 유사성 인식과 자동적 공명

감정의 모방은 '유사성'에서 시작된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에게 우리는 더 강하게 반응한다. SNS 알고리즘은 이 원리를 이용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하이라이트 릴'(개인의 일상에서 중요한 부분만 편집해서 담은 영상)을 타임라인에 가득 채운다. 그 결과 우리는 '모든 또래가 나보다 더 행복하다'는 왜곡되고 단편적인 부적합한 관념에 빠진다.


2단계: 경쟁적 욕망(Emulatio)의 탄생

스피노자는 감정의 모방이 '경쟁(emulatio)', 즉 '모방적 욕망'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다른 사람이 어떤 것을 욕망하는 것을 보면, 나도 그것을 욕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욕망 상당수는 내면에서 자발적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욕망을 모방하는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구성된다. SNS는 '좋아요'와 팔로워 수를 통해 타인의 욕망을 가시화하며,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할 기회를 빼앗고 모방적 욕망의 소용돌이 속으로 우리를 밀어 넣는다.


3단계: 비교의 덫과 존재력의 감소

스피노자의 정의에 따르면, 질투(시기)는 "타인의 행운에 슬퍼하는" 감정이다. 친구의 기쁨이 나의 슬픔이 되고, 동료의 성공이 나의 실패감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SNS는 이 비교 기제를 일상화시키며, "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부적합한 관념을 강화한다. 타인의 존재력(코나투스)이 증진되는 것처럼 보일 때, 상대적으로 나의 존재력이 감소하는 듯한 슬픔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정념들: 더 깊은 분석

FOMO: 희망과 공포 사이의 끝없는 동요 FOMO(소외 공포)는 스피노자의 관점에서 '희망'과 '공포' 사이의 끊임없는 '동요(vacillatio)'로 정밀하게 분석된다. '저 모임에 가면 즐거울 것'이라는 희망(미래의 기쁨에 대한 불확실한 기대)과 '가지 않으면 소외될 것'이라는 공포(미래의 슬픔에 대한 불확실한 기대)가 교차하며 우리의 정신을 극도로 불안정하게 만든다. 이는 명확한 원인을 알지 못하는 부적합한 관념에 기반하기에, 우리는 진정한 선택의 자유를 잃고 외부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급급해진다.


좋아요 중독: 외부 원인에 예속된 코나투스 '좋아요'를 받을 때의 쾌감은 나의 존재력이 증진되는 '기쁨'을 일시적으로 시뮬레이션한다. 문제는 이것이 전적으로 '외부 원인'에 의존하는 '수동적 기쁨(정념)'이라는 점이다. 나의 코나투스, 즉 존재를 지속하려는 힘의 근원이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불확실한 반응에 예속되는 것이다. 자신의 가치를 타인의 반응으로 측정하는 부적합한 관념이 굳어지면, 내면의 평정에서 오는 '능동적 기쁨'을 느끼는 능력은 점점 퇴화한다.


역설적 외로움과 디지털 소외 스피노자에게 진정한 기쁨과 능력의 증진은 타인과의 실질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SNS가 제공하는 '연결'은 피상적인 경우가 많다. 우리는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지만, 정작 나의 존재력을 진정으로 증진시켜주는 깊이 있는 관계는 부재한다. 초연결(hyper-connectivity) 상태에서 오히려 나의 사회적 코나투스가 약화되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고립감과 공허함은 존재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 즉 '슬픔'이다.



디지털 정념으로부터의 해방

1. 감정 모방의 의식화와 부적합한 관념의 해체

첫 단계는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정말 내 것일까, 아니면 타인의 편집된 행복을 모방한 것에 불과한가?"라고 질문하는 것이다. 이 질문을 통해 자동적 감정 반응의 고리를 끊고, 그 배후에 있는 '부적합한 관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2. 진정한 욕망의 발견과 능동적 정서의 추구

타인의 욕망을 모방하는 대신 "나는 정말 무엇을 원하는가?"를 성찰해야 한다. 이는 자신의 고유한 본성(코나투스)에서 비롯되는 '능동적 정서'를 추구하는 과정이다. 타인의 인정을 통해 얻는 수동적 기쁨이 아닌, 나의 능력이 실제로 증진될 때 얻는 능동적 기쁨에 집중하는 것이다.


3. 디지털 미니멀리즘: 코나투스를 지키는 지혜

스피노자적 관점에서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기술 사용을 줄이는 금욕주의가 아니다. 그것은 나의 코나투스(존재하려는 힘)를 약화시키는 외부 원인들의 영향을 의식적으로 차단하고, 나를 강하게 만드는 능동적 활동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 지혜로운 실천이다. 비교 심리를 자극하는 계정을 언팔로우하고, SNS 사용 전후의 감정 상태를 점검하며, 의도적으로 오프라인 활동에 집중하는 것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4. 진정한 연결의 추구: 자유인의 공동체를 향하여

스피노자가 꿈꾼 이상적인 공동체는 서로의 능력을 증진시키는 '자유인의 공동체'다. 디지털 정념에서 벗어나려면 피상적인 연결을 넘어, 오프라인에서 서로의 성장을 진심으로 지지하고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깊이 있는 관계를 의도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타인의 기쁨을 나의 슬픔이 아니라, 함께 나눌 수 있는 공동의 기쁨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SNS 시대의 정념은 개인적 문제를 넘어선 사회적 현상이다. 하지만 스피노자의 지혜는 여전히 유효하다. 감정의 원인을 이해하고, 부적합한 관념을 적합한 관념으로 전환시키며, 진정한 본성에 따라 살아가는 것. 이것이 디지털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감정 자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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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교사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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