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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오 Feb 05. 2020

10화 모두를 위한 축제_2

[우리는 캠핑을 갑니다] 열 번째 이야기

2



둘째 날은 무척 바쁘게 돌아갔다. 왜냐하면 오전 프로그램으로 사전 신청했던 카누 체험을 하기 위해 아침부터 춘천 중도 물레길에 다녀와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카누 타는 프로그램도 한다는데 할까?


캠핑을 앞둔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던진 물음에 고개를 갸웃했다. 황금박쥐에서 그런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었던 걸까? 하긴 바로 앞에 강도 흐르고 수심도 깊지 않으니 카누를 타기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바로 오케이 했는데 웬걸, 캠핑장에서는 다소 떨어진 다른 곳에서 운영하는 별도의 프로그램이었다. 


그 때문에 아침부터 두 개의 장소를 오가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평소에 해보지 못했던 색다른 체험이었기 때문에 부담보다는 기대감이 컸다. 게다가 이번 정캠 참가팀의 대부분이 가족 구성원이었으므로 반나절 시간을 보내기에 아주 적절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되었다. 


알다시피 이번 정캠이 열리는 장소는 그 유명한 '호반의 도시 춘천'이었고, 그곳에는 '물레길'이 유명하니까.


춘천 물레길은 이미 전국적인 유명세를 탄지 오래된 여행상품 브랜드로, 몇 년 전에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했던 우드 카누 체험 프로그램을 말한다. 지상파 방송에서도 여러 번 나왔기 때문에 지금은 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는 데다가, 전국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해 또 다른 물길 사업들을 많이 양산하기도 했다.


현생의 직업 특성상, 여행과 관광 관련 사업이나 프로그램을 많이 알다 보니 춘천 물레길도 진즉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일이 늘 그렇듯 실제로 경험해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 캠핑을 계기로 직접 체험해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항상 사진으로만 바라보던 그것을 말이다. 


만약 그걸 사전에 알았더라면 더욱 신났을 텐데, 바보같이 당일에서야 목적지를 보고 알았다. 그때의 그 멍청한 감각이란....... 그 순간, 날 사로잡은 감정은 어이없음과 우스움이었다. 결국 캠핑이 플러그였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데드(Dead) 플러그가 아닌 말하자면 얼라이브(Alive) 플러그 같은 것 말이다. 

캠핑은 우리가 좁은 방에서 전류를 타고 세상 어디로든 나가게 해 준 탈출로 이자 꽃을 틔워 준 시드(seed)였다.



카누 체험을 예약하신 분들은 @시까지 모여서 출발할게요.



아침부터 김장군님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공지했다. 안타깝게도 이번 캠핑을 주최하고 손수 후원사 분들을 섭외했던 유벤투스님이 갑작스러운 허리 부상으로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김장군님이 프로그램 진행을 거의 도맡아 하고 계셨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이번 정캠에 자원해주신 스태프 분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도 정캠은 축제가 아닌 행사로 끝나지 않았을까?


아침 식사가 늦은 우리는 이미 참석자 대부분이 출발하고 난 뒤에야 출발하게 되었다. 늦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마음은 점점 급해졌다. 우리 때문에 일정이 늦어져서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는 출발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었고, 무리 없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살면서 혹은 일을 하면서 춘천의 호반이 무척 아름답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었다. 그렇지만 고속도로가 뻥뻥 뚫리고 난 뒤로 항상 춘천은 거쳐가는 장소이이거나, 수도권 인접한 곳에만 다녀서 제대로 된 호수의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호수가 그 호수이겠거니 했는데, 실제로 마주한 춘천의 호반은 생각보다 멋진 모습이었다.


대략 20년을 눈 돌리면 산, 숲, 저수지, 바다였던 시골에서 살았고, 오랜 기간 동안 감정 제어에 익숙해있던 터라 무언가를 보거나 들음에 있어 감흥을 별로 보이지 않는 나로서도 눈이 번쩍 트이는 경관이었다.


꽉 차오른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갈대숲이 바람에 흔들리고, 호수 한가운데 자리한 섬엔 곧게 뻗은 나무들이 푸르게 빛났다. 눈동자를 굴려보니 저 멀리 굽이굽이 이어지는 산들이 보였다. 농담을 제대로 조절하여 그린듯한 모습이었다. 다소 세찬 바람 때문에 머리가 사정없이 흩날렸지만 꽤나 감상적인 풍경이었다.


"보통은 이곳 선착장에서 바로 카누를 타지만, 오늘은 바람이 세서 섬 안쪽으로 이동해 타도록 할게요."


그렇지 않아도 호수의 파도가 거세다고 생각했었는데, 관계자분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바람이 거센 곳에서 타다간 백 퍼센트 전복될 터였다. 뒤집어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나도 모르게 몸서리가 쳐졌다. 또다시 물 공포증이 도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겁먹으면 분명 아들도 겁을 먹을 테니 겉으로는 태연한 척을 해야 했다.


다 같이 구명조끼를 껴입고 노를 하나씩 집어 드는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침착하려고 했으나 노를 잡은 손이 축축해지는 것 같았다. 나의 내적 상황이 어떻든 참여자들은 자연스럽게 그룹을 나누어 차례대로 보트를 타고 호수 가운데 있는 섬 안쪽으로 이동했다. 


이동한 곳은 두 개의 섬이 마주 보고 있어 마치 작은 강처럼 호수가 흐르는 공간이었다. 덕분에 유속이 빠르지 않고 바람의 영향도 덜 받아서 우리 같은 초보자들이 체험하기엔 좋은 장소인 것 같았다.


"자. 잘 들어보세요. 하나도 어렵지 않습니다. 노는 이렇게 잡고......."


간이로 만들어진 선착장 위에 모든 참가자들이 내리자 관계자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나름 생존(?)이 걸려있는 상황이었으므로 열심히 집중해서 들었다. 설명은 딱 한번 해줬고 일단 알아는 들었는데, 이게 해본 것과 해보지 않은 것은 정말 달랐다. 머리로는 대충 이해는 됐지만 몸은 절대 이해하지 못한 상황이랄까? 나만 그런 걸까 싶어 사람들을 쳐다봤는데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하거나 추가 설명을 요구하는 사람이 없었다. 


아무런 질문이 없자 곧바로 하나, 둘 카누에 몸을 태우고 선착장에서 떠밀렸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래 보였다. 그런데 참 황당한 건 그러거나 말거나 사람들은 곧바로 자유롭게 섬과 섬 사이를 누비기 시작했다. 겉보기엔 무척 평화로워 보였다. 그리고 무척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에 생각보다 쉬운가 보다고 생각하는 사이 우리 차례가 되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자가 앞에 타야 하는 법칙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앞에서 노를 잡고 앉았고, 그 뒤에 아들과 남편이 차례대로 앉았다. 아들은 이미 겁을 먹은 상태인 것인지 말이 없었다. 캠핑장이었다면 아마 주절주절 까불거리고 있었을 텐데, 출렁이는 나무배에 앉아 있으려니 겁나기도 하겠지. 이럴 때 보면 정말 영락없이 내가 낳은 아들이었다.  


마음의 준비라고 할 시간도 없이 배는 떠밀렸고 우리는 호수 위를 떠돌기 시작했다. 나름 자세를 잡고 노를 저어보는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사진으로만 봤을 때에는 카누잉을 매우 정적인 스포츠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해보니 정반대였다. 노를 젓는다는 것은 꽤나 팔의 근력을 요하는 작업이었고, 정확하게 물을 밀어내듯이 노를 저어야 앞으로 나아갔다. 


그건 쉽게 말하자면 이런 느낌이다.


"(웃으며) 노를 젓자. 힘차게~."가 원래 상상했던 카누잉의 모습이라면, 실제 해본 카누잉은 "(인상 팍!) 노!!!! 르...ㄹ 저!!!!ㅅ자.....!! 힘!! 차.....ㄱ(말할 기운도 없어 끝을 흐린다.)" 이런 느낌이랄까.


물론 팔에 근력 좀 있으시거나 스포츠에 남다른 재능이 있으신 분이라면, 분명 웃으면서 "노를 젓자. 힘차게~."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처럼 팔에 근력이 없고, 저질 체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백 퍼센트 장담한다. 나와 같은 충격에 빠질 거라고.


난생처음 타본 카누는 생각보다 어려웠고, 긴장되었지만 경험하고 나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스포츠였다. 비록 제대로 조종을 하지 못해 섬 밖으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보트로 구조 당해보고, 방향 바꾸기를 잘못해서 섬으로 카누를 박을 뻔했지만 말이다. 물론 시간이 종료되었다는 알림이 오히려 반가웠으며, 뭍으로 올라오자마자 안도감이 들었던걸 보면, 앞으로 당분간은 또 경험할 생각이 들지는 않을 것 같았다.







캠핑장으로 돌아와 보니 자릴 비운 사이 더 많은 참가자분들이 도착해 있었다. 우리처럼 2박이 아닌 1박만 하는 팀들이었다. 그 외에도 당일 프로그램만 참여하는 회원도 있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똑같은 모양의 차들이 속속 들어왔다.


누군가는 익숙한 얼굴이었고, 누군가는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다. 약간은 들뜬 분위기의 캠핑장을 가로질러 우리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무척 허기가 진 상태였다. 아침에 급히 떠나느라고 아들만 대충 밥을 먹인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허겁지겁 점심 준비를 해서 배를 채웠다. 어느 정도 배가 차니 시원한 마실 것이 먹고 싶어 졌다.


“맥주 가져다줄까?”


“응!”


남편의 말에 반색하면서 대답했더니,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중앙에 위치한 이번 캠핑 공식 이벤트 존(?)에 다녀왔다. 그곳에 이번 협찬사 중 하나인 독일 맥주 가펠쾰시의 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평소에 잘 몰랐던 브랜드였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맛이 좋았다. 아마도 좋은 장소에서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리라.



사진 이벤트에 참석하실 분은 이쪽으로 오셔서 사진 출력하세요.



스태프분들의 안내에 우리는 부랴부랴 어제오늘 찍은 사진 중에 출품할 사진을 골랐다. 이번 사진 이벤트에는 신형 고프로가 걸려있었다. 되면 엄청난 당첨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못해도 몇 달치 행운을 몰빵한 결과 정도이지 않을까?


만약 이게 된다면 무척 기분 좋겠지만 아마 안될 거라는 건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우리에게 그런 행운 버프 따위는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참가에 의의를 두면서 사진을 내고 나니 플리마켓 준비가 슬슬 마쳐지고 있었다.


이번 행사에 플리마켓도 있다는 얘기는 사전에 남편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켓에 내보일만한 상품도 없거니와 어떤 물품들이 나올지 몰랐기 때문에 구매 계획도 없었다. 그런데 캠핑장 곳곳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더니, 순식간에 캠핑장이 마치 장터처럼 북적거리자 이상하게도 하나둘 물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먼저 상품을 고른 것은 바로 아들이었다. 아들은 고아웃님이 내놓은 상품 중 미니 자동차를 보자마자 말했다.



엄마! 이거!



아들은 플리마켓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고, 아직 준비가 덜 된 셀러가 있어 동시에 시작하기 위해 대기 중인 것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자동차를 보자마자 집어 가고 싶어 안달했다. 


반은 재미로 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엄청 고가의 물품이 있거나 하진 않았다. 아들이 고른 장난감도 500원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다른 고민에 빠져들었다. 현금을 가져왔는지 헷갈렸기 때문이었다. 요즘처럼 전자결제시스템이 다양화된 시대에서 화폐라는 것은 무척 불편한 존재가 되었기에 지갑에서도 찾아보기 매우 어려운 존재가 되었다.


다행히도 여분의 현금이 지갑 안에 있었다. 대부분의 캠핑 매점은 현금으로 운영한다는 것을 알고 난 뒤부터는 지갑에 항상 현금을 넣어두었기 때문이었다. 얼른 돈을 가지고 오니 플리마켓이 시작되었다. 이미 시작 전부터 셀러 앞에 줄 서 있었던 우리는 시작과 동시에 아들이 원했던 자동차 장난감을 살 수 있었다.


그것을 사고 난 뒤, 아들의 표정은 세상 행복을 다 가진 표정이었다. 조그마한 장난감 하나에 뭐 그리 행복할까 싶으면서도 아들의 웃음에 우리도 헤벌쭉해진다. 뒤늦게 이 글을 쓰면서 돌이켜보니 우리에게는 의미 있는 소비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작은 장난감 하나로 세명이 행복한 효과를 얻었으니 말이다.

 







예상보다 다양한 상품들이 모였고, 그중에는 이벤트 형식의 뽑기 셀러도 있어서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그렇게 플리마켓은 성황리에 끝이 났다. 그리고 그 사이에 캠핑장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원래대로라면 지금 우리들과 함께 캠핑을 같이 즐기면서 행사를 이끌어나갔을 유벤투스님이었다. 허리 부상으로 당분간 장거리 이동은 어렵다고 들었었는데, 친구의 도움을 얻어 차를 타고 온 것이었다. 다들 걱정 반 반가움 반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정작 본인은 이곳에 온 것이 무척 기쁜 듯했다.


그렇게 비어 있던 자리가 채워지고 나니 출출한 오후 시간을 맛있게 채워줄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캠핑요리로 유명한 파파홍님의 꼬치구이가 맛있게 구워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파파홍은 캠핑요리 전문업체로 캠퍼들이라면 한 번씩은 들어보거나 먹어본 적이 있는 유명한 곳이었다. 우리도 개인적으로 꼬치를 주문해서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꺼내서 소스를 발라 구워 먹기만 하게끔 포장되어 왔던 것이 기억난다. 그런데 그걸 직접 사장님이 구워준다니 호사가 따로 없었다. 사실 자고로 고기는 남이 구워줘야 제일 맛있다. 거기에 직접 메뉴를 개발한 사장님이 구워주시니 더할 말이 있을까?

 







꼬치구이와 맥주를 먹고 나니 슬슬 메인이벤트 행사로 이어졌다. 지난 이야기에서 언급했듯이 이번 정캠에는 공식 후원사들이 있었고, 그 업체에서 홍보용으로 제공한 상품이 있었다. 물론 상품은 수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 상품을 타갈 사람을 겨루기를 통해 뽑는 이번 정캠 메인 프로그램이었다. 아마도 짐작컨데 이 자리에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던 행사가 아닐까?


메인이벤트 장소에 마련된 자리로 모두 자리를 함께 했다. 좀 전의 플리마켓에서도 느끼긴 했지만 정말 사람이 많았다. 캠핑을 하는 팀과 오늘 메인 행사 시에만 당일로 참석하는 사람들까지 무척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때문에 이렇게 많은 인원들이 모여 앉을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있을까 싶었는데, 다행히도 이번 후원사 중 한 곳인 헬리녹스라는 캠핑용품 업체에서 물품 지원을 해줬다고 한다. 덕분에 우리 모두는 여유 있게 무대 앞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모두 자리에 앉자 곧바로 행사는 시작되었다. 행사 진행은 물론 김장군님이었다.


프로그램은 다양한 것들이 이뤄졌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어렵지 않은 내용들이었다. 참가자는 선착순으로 무대에 올라오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했다. 모두가 참여하기엔 시간적으로 어렵기 때문이었다. 우리 가족은 운 좋게도 무대 바로 앞에 자리해 있었기 때문에 이 모든 프로그램들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다만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하루 종일 노느라 피곤했던 아들이 내 품에서 잠이 들어버리는 바람에 참여보다는 방청만 할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맥주 빨리 마시기 대회
헬리녹스 의자 빨리 폈다가 다시 접고 앉기
팩(텐트용) 빨리 박기
래쉬(LASH) 선글라스 뽑기


캠핑이기에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뤄지고 많은 사람들이 상품을 받았다. 남편도 몇 개의 프로그램에 참가했지만 아쉽게도 상품의 운은 없었다. 그래도 그 순간 하나하나들이 무척 신선했고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메인 프로그램들이 끝나고 난 뒤에는 모든 참가자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나누었다.


어느새 날은 저물고 캠핑장에는 금색 불빛이 일렁였다. 저녁 불을 피우고 음식이 익어가는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여유와 웃음이 가득했다. 바로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즐기고 있었다. 마치 축제처럼 말이다.


저녁을 먹고 난 뒤에도 모두들 자리에 앉아 술 한잔 기울이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옆을 돌아보니 이번 캠핑에서 만난 제이님이 피곤함에 졸고 있는데도 꿋꿋이 화롯가에 앉아 있었다. 제이님의 피앙새인 와인여신님이 말하길 다른 데 가서는 이러지 않는다고 했다. 유독 이 모임에서는 꼭 이렇게 앉아 있는다고. 그 말에서 이 모임에 대한 그분의 애정이 한껏 느껴졌다.   


우리들의 누군가가 시작했고, 누군가가 지원했으며, 누군가가 함께 채웠다. 그리고 그건 모두를 위한 축제가 되었다. 함께 만들어가고 채워나간 축제. 그렇게 축제는 밤이 깊어가도록 이어졌다.








캠핑의 끝은 항상 아쉬웠다. 보낸 시간이 즐거웠을수록 그 아쉬움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다음이 또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에 우리들의 축제는 아직 끝이 아니기도 했다. 영원한 것은 없기도 하지만 다음 세대가 있기에 영원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우리가 똑같은 차종의 오너가 아니더라도, 그다음의 오너들이 이런 이야기들을 이어갈 수 있다면, 그렇다면 무척 의미 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도 정캠의 시즌이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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