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울증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우울증에 걸리는 것은 의지가 약한 것이다."
"우울증을 극복하려면 강하게 마음을 먹어야 한다."
"성격이 약해서 우울증에 걸린 것 같다."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간혹 듣는 이야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편견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이런 이야기를 접할 때 답답함을 느끼곤 합니다.
오늘은 우울감과 우울증의 차이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우울감은 누구나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입니다.
우울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것은 거짓일 것입니다.
누구나 어떤 문제가 발생하거나 실패를 경험할 때 우울감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우울증에서의 우울감은 일상적인 우울감과 질적인 면과 양적인 면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우울감을 호소하면 굳게 마음먹고 극복하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결코 도움이 되는 말이 아닙니다.
우울증은 의지가 부족하거나 약한 성격에서 오는 걸까요?
성격을 분류하고 우울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을 때 특정 성격에서 우울증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결과를 보이진 않았습니다.
성격장애 수준의 심한 성격문제에서는 유의한 결과를 보였지만, 의존적인 성향, 회피적인 성향에서 우울증이 더 발현된다는 것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강한 성격에서도 우울증 발생이 많습니다.
자존심이 강한 성격(자기애성 성격)이나,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성격(강박증적 성격) 등은 비교적 강한 성격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오히려 우울하거나 공황증상을 겪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약한 성격에서 우울증이 발현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질환입니다.
우울감과 우울증은 질적인 면에서, 그리고 양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우울증에서의 우울감의 정도
우울한 것은 마음먹기에 따라 다른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분명히 맞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우울증에서처럼 심한 우울감을 호소할 때는 잘못된 이야기입니다.
일반적인 우울감에서의 기분이 주변의 환경에 의하여 바뀔 수 있는 것이라면, 우울증에서의 우울감은 주변 환경에 의하여 잘 변화하지 않습니다.
기쁜 일이 있어도 크게 기쁘지 않고 저하된 기분의 호전이 쉽지가 않습니다.
만사가 재미가 없고 힘들다고 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독하게 마음먹으라는 말은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
우울증에서의 우울감은 일상 활동, 대인관계, 직업활동에 제약을 초래합니다.
일반적인 우울감은 그럭저럭 참고 일을 하거나 일상 활동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울증에서의 우울감에서는 의욕이 없고, 집중이 되지 않아 직장 일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주변과 어울려도 재미가 없으니 대인관계를 피하고 평상시와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우울증에서 우울감의 기간
일반적인 우울감이 단기간 지속된다면 우울증은 장기간 지속됩니다.
교과서적인 진단으로는 하루의 대부분 동안 지속되는 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 우울증에서의 우울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대학의 은사님은 우울감이 하루 동안 추운 날씨라면 우울증은 겨울이라고 했습니다.
하루 정도 춥고 덥고 하면 괜찮지만, 며칠 동안 계속되면 그것이 기후가 되는 것입니다.
오늘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우울감과 우울증에서의 우울감의 차이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정리하면, 우울증에서 우울감은 쉽게 호전되지 않고 장기간 지속됩니다.
단순히 마음먹기에 따라 좋아지지 않는 질환입니다.
그래서 치료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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