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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화 세상에서 가장 큰 카라반

아빠 일터 100% 활용하기

by 글둥지

너희 이런 거 해봤어?

“25톤 카라반!”


요즘 연인끼리 혹은 가족끼리도 종종 ‘카라반’ 에서의 캠핑을 즐기는 추세다.

카라반 내에 모든 조리도구와 침실, 화장실까지 다 갖추어져 있으니 정말 편하고 야외에서 하루를 머문다는 색다른 느낌도 있으니 재밌다!

평범한 카라반부터 아기자기 감성 카라반까지 그 중 카라반 계의 끝판 왕을 우린 창조해냈다!

이제는 60대가 되어버린 아빠와 엄마 그리고 30대가 되어버린 나와 동생. 이렇게 넷이서 말이다.


부모님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지만 전업주부인 엄마와 다르게 운수업을 하시는 아빠와는 함께하는 시간을 맞추기가 꽤 어려운 편이다. 그런 아빠와 어떻게 하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해보니


‘내가 아빠 일터로 가볼까?’ 생각했다.

아빠는 25톤 화물차를 운전하며 일하신다. 화물차 칸에 항상 짐을 싣고 다니시는 아빠.

화물차 내부에는 일반 차와 다르게 1인용 작은 냉장고, 밖에서 보이지 않게 가리는 커튼, 그리고 누울 수 있는 1인용 침대도 있어 마치 카라반을 연상케 했다. 그래서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아빠의 화물차 뒤 짐칸에 종종 짐이 비워져있는 날이 있으니…….

그때다! 내가 아빠의 일터를 우리만의 추억여행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나는 아빠 차에서 카라반 캠핑을 하자고 제안했다.

가족들 모두 처음엔 '어떻게?' 라는 표정을 지으며 조금 당황한 듯 보였다.

카라반이라는 단어조차 처음 들어본 아빠는 그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냥 캠핑 의자 갖다놓고 라면 끓어먹는 거에요~!”라는 나의 엄청 단순 집약된 설명에 저항 없이 오케이를 외치셨다. (아빠 매수에 성공~^^)


그렇게 60대와 30대가 함께하는 특이한 카라반 캠핑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높이가 높은 아빠 차에 올라타 운전석, 조수석엔 부모님이 침대칸엔 나와 동생이 앉아 집 근처 아빠가 항상 차를 세우시는 공터로 가서 차를 주차했다.

그런 다음, 아빠는 차의 윙바디 날개를 활짝 열었다. 엄청난 규모의 두 날개가 위로 펼쳐지니 큰 야외무대 하나가 설치된 모양새였다. 그 텅빈 윙바디 안은 어마무시하게 컸다. 그곳에 캠핑의자와 책상을 펴고 간단한 가스버너를 놓고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보글보글! 그리고 싸온 밥이랑 밑반찬, 과일까지 푸짐하게 상차림했다.

엄청난 넓이와 높이의 윙바디 안에서의 카라반 캠핑.

생각했던 것보다 더 규모가 커서 어안이 벙벙하면서도 물씬 캠핑 느낌이 나서 마음이 설레었다.

우리는 라면과 과일 등을 먹으면서 어떻게 이 상황을 연출했는지, 서로가 특이하다고 말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 누가 화물차 짐 칸에서 캠핑 의자를 펴놓고 라면을 먹을 생각을 해볼까?!

나는 그 누구도 쉽게 대여할 수 없는 25톤 화물차를 캠핑장으로 만든 기획자 답게 어깨를 으쓱하며

우린만 할 수 있는 정말 특별한 추억을 쌓은 기분에 몇 일 간은 그 들뜬 기분이 오래도록 머물도록 했다.


그 후, 아빠는 가끔 나한테 이야기 한다.

'딸! 아빠 차로 캠핑 한 번 더?'




<함께 하기 Tip>

서로 시간이 바빠 맞추기 어려운 부모와 나라면?

서로의 ‘일터’를 방문하거나 활용해보면 어떨까?

여기서 중요한 건, 서로의 아이디어를 (아무리 쌩뚱맞더라도) 존중하고 열린 마음으로 참여하는 것!

어느 누가 화물차에서 캠핑을 할 아이디어를 내놓겠는가? 덕분에 추억을 쌓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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