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주를 움직이는 아이

별 한 빛, 모래 한 알 14

by 모카레몬



호주머니 속 왕구슬 하나

굴리면 데구르르 데구르르르


작은 들판 펼쳐지고

나무 한그루 쑥 솟아나지.


햇살이 나뭇가지에 내려앉고

풀잎이 살랑살랑 춤을 춰.


구슬이 땅을 구를 때마다

새싹이 톡!

민들레 꽃씨가 후우후우

구름처럼 둥둥 날아다녀.


구슬을 굴릴 때마다

친구들 웃음소리

바람 타고 풀잎 사이로

스르르르, 스르르르르


내 손끝에서 반짝반짝

작은 우주가 살아 움직이지.





돌이켜보면, 아이들에게서 배운 것이 많습니다.

세상을 덜 만진 손바닥엔 저마다 작은 것들을 하나씩 감싸쥐고 있습니다.

공기돌 한 개, 조약돌 한 개, 조개껍질 하나, 무당벌레 한 마리, 나뭇잎 한 장, 왕구슬 한 개...


작은 구슬 하나에도 세상을 담아내는 그 눈빛과 상상력은, 어른이 잊고 지낸 감각을 일깨워줍니다.

그런 아이들의 시선을 따라가면,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또 하나의 어린 저를 만납니다.

구슬 속의 환한 세계를 바라보며, 아이는 하나의 우주를 보고 살아 숨을 쉰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교사로서 아이들의 상상력의 문을 마주하고

시인으로서 그 문틈으로 스며드는 빛을 붙잡고 싶었습니다.


이 동시는 왕구슬 한 개를 가진 아이들과 그것을 바라 본 어느 날의 기록입니다.

그 날, 제 노트엔 오래도록 잊고 있던 마음속 들판을 다시 만났다고 적혀있습니다.

청년이 되었을 아이들에게 안녕을 전하는 아침입니다.




suno ai 음원 제작



글벗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사진출처> pixabay

keyword
이전 13화공벌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