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한 빛, 모래 한 알 14
호주머니 속 왕구슬 하나
굴리면 데구르르 데구르르르
작은 들판 펼쳐지고
나무 한그루 쑥 솟아나지.
햇살이 나뭇가지에 내려앉고
풀잎이 살랑살랑 춤을 춰.
구슬이 땅을 구를 때마다
새싹이 톡!
민들레 꽃씨가 후우후우
구름처럼 둥둥 날아다녀.
구슬을 굴릴 때마다
친구들 웃음소리
바람 타고 풀잎 사이로
스르르르, 스르르르르
내 손끝에서 반짝반짝
작은 우주가 살아 움직이지.
돌이켜보면, 아이들에게서 배운 것이 많습니다.
세상을 덜 만진 손바닥엔 저마다 작은 것들을 하나씩 감싸쥐고 있습니다.
공기돌 한 개, 조약돌 한 개, 조개껍질 하나, 무당벌레 한 마리, 나뭇잎 한 장, 왕구슬 한 개...
작은 구슬 하나에도 세상을 담아내는 그 눈빛과 상상력은, 어른이 잊고 지낸 감각을 일깨워줍니다.
그런 아이들의 시선을 따라가면,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또 하나의 어린 저를 만납니다.
구슬 속의 환한 세계를 바라보며, 아이는 하나의 우주를 보고 살아 숨을 쉰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교사로서 아이들의 상상력의 문을 마주하고
시인으로서 그 문틈으로 스며드는 빛을 붙잡고 싶었습니다.
이 동시는 왕구슬 한 개를 가진 아이들과 그것을 바라 본 어느 날의 기록입니다.
그 날, 제 노트엔 오래도록 잊고 있던 마음속 들판을 다시 만났다고 적혀있습니다.
청년이 되었을 아이들에게 안녕을 전하는 아침입니다.
suno ai 음원 제작
글벗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사진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