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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은 아직

< 시적 사물 : 만물상 트럭 >

by 모카레몬



추석 앞둔 거리


내 트럭엔 소쿠리와 채반이 빽빽이 매달려 있다

그물눈 사이엔 송편대신

오늘도

빈손의 한숨만 걸려 있구나


객지로 떠난 자식들은 돌아오지 않고

내 고향집 철문은 녹이 슬었다

아파트 골목마다 명절 대신

택배 상자만이 쌓여 고향처럼 돌아간다


나는 기다림을 진열대 위에 올려놓고

웃음을 값없이 걸어둔다

혹여

스쳐 가는 발걸음 하나

소쿠리라도 집어가길 바라며

하루의 바람을 두 손에 꼭 쥔다


헛헛한 한날도 내일의 장터를 준비한다

빈 바구니에도 아침은 스며와

낡은 트럭 위로 빛을 흘려놓고

새 날의 가을볕이 기름때를 훑고 간다


오늘

팔리지 않은 기다림이

내일은 다른 집 마당에라도

저녁연기처럼 피어오르리라


철문에 돋아난 녹마저도

언젠가는

너희들 발자국에 스스로 열리리라




거리를 지나가다 낡은 만물상 트럭을 보았습니다.

손님 하나 없이 도시와 어울리지 않는 그의 만물상 트럭.

빈 소쿠리와 채반들이 고향의 모든 부모님이 자식을 기다리는

마음 같았습니다.

누구 하나 소쿠리라도 사가길 바라는 그는 어쩌면 자식들을

간절히 기다릴지도 모를...

고향집의 문이 활짝 열리길 바랄지도 모를...


그의 트럭은

다가오지도, 끝나지도 않은 명절처럼

거리 위에 고요히 걸려있습니다.


이에 일어나서 아버지께로 돌아가니라 아직도 거리가 먼데 아버지가 그를 보고 측은히 여겨 달려가 목을 안고 입을 맞추니 (누가복음 15:20)


글벗 되어 주셔서,

늘 글심과 시심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분들과 마음도 환한 추석 보내세요^!^


사진. mocale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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