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day.
사람은 누구나 지구의 가장 먼 곳을 연결하는 법칙을 알지 못하고서는 자신의 구두끈을 맬 수 없다.
자기신뢰철학/ 영웅이란 무엇인가. 랄프왈도 에머슨. 동서문화사. 2015.
처음 사진을 찍을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너무 가까이서 찍은 첫 컷이 무엇인지 도통 알 수 없다.
가까이 찍으면 오히려 분명해질 줄 알았는데, 형태도 빛도 흩어져 있다.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더 알기 위해, 더 분석적으로 다가가는 삶의 태도가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가까이 들여다보고, 더 캐묻고, 더 파헤친다.
그럴수록 더 모호해지고 해석되지 않는 때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전체는 보이지 않는다.
하루가 어떤 모양인지, 이 시기가 내 삶에서 어떤 자리에 놓여 있는지 알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가끔은 한 발짝 물러나는 연습이 필요하다.
무심코 찍은 사진 하나가 연속되는 사진을 찍게 만들었다.
조각나 있던 것들이 조금씩 이어졌다.
'컵'과 '휴지'가 새롭게 발견된 것은 아니다.
다만 사진을 찍는 위치가 달라졌을 뿐이다.
일상에서도 이런 순간이 있다.
채우기보다 비우고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이해와 해석은 파헤침의 결과가 아니라 거리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가끔 하루를 온전히 바라보기보다 조각조각 뜯어볼 때가 있다.
오늘 특별한 것 하나, 아쉬움이 남는 것 하나에 매달리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하루가 점점 작아지고, 삶의 전체는 보이지 않는 것이 일쑤다.
물러나야 한다.
멀리서 하루를 보고, 삶을 큰 숲으로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물러선다고 뒷걸음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자리를 찾는 일에 가깝다.
컵은 컵으로, 휴지는 휴지로, 하루는 하루로 놓아두는 것이다.
그렇게 있는 그대로 보면 사물은 제 기능을 다하고, 삶은 자기 속도를 회복한다.
한 발짝 물러난 자리에서 보이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오늘 하루도, 지금 지나가는 이 시기도 완벽하지 않지만 고유한 모양과 빛깔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오늘이 위대한 삶 속의 퍼즐 한 조각이라면 어찌하겠는가...
하루는 신이 우리 손에 조심히 쥐여준 하나뿐인 조각이어서
다른 어떤 날로도 메워지지 않는다.
어쩌면 '오늘'이 삶 전체를 완성하는 결정적 조각일지 모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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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 (시편90:12)
글벗 되어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귀한 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사진. by mocalemon.
대문사진.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