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한 빛, 모래 한 알 (2)-26
한 달에 한 번
교문 앞에 서 있는
우리 엄마.
엄마는 오늘
별이 뜨기 전에 와요.
나는 달려가
엄마 손을 잡아요.
버스 손잡이 냄새,
차가워요.
비타 500은
엄마가
한 모금 쉬는 날.
수업이 끝나고 교문 앞에 잠깐 섰다.
아이들이 달려 나가는 풍경은 늘 비슷하다.
오늘은 그 뒷모습이 유난히 또렷하다.
작은 어깨들이 제각각의 속도로 높낮이가 달라진다.
교사로서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의 '맑은 말'을 북돋우는 것만이 아니다.
말과 표정 뒤에 숨어 있는 마음의 온도와 손의 여열을 조심히 읽어내는 일도 포함된다.
아이는 잘 지내는 척을 할 때가 있다.
그래서 때론 더 깊게 바라보아야 한다.
교실에서 보는 모습이 아이의 전부가 아니다.
늦게까지 일하고, 돌아와 아이를 씻기고 먹이고 재우는 하루는 생각보다 길 것이다.
부모가 좀 더 노력하면 되는 문제로 정리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모두에게 쉽게 주어지지도 않을뿐더러 지치기 쉬운 노동이기도 하다.
피로가 누적될수록, 집은 휴식의 장소가 아니라 또 하나의 근무지가 된다.
일을 하는 부모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모두 그렇게 사는 것이라고 보편적인 잣대를 들이댄다면 할 말이 없다.
신년마다 교육정책은 새롭게 쏟아진다.
부모가 가정에서 자녀를 충분히 양육하고 돌볼 수 있는 여유가 없다면, 제도는 허울뿐이다.
부모의 늦은 퇴근을 임시로 메우는 일회성 돌봄도 필요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건 '시간을 대신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부모가 함께 있는 시간'이다.
늦게까지 일하는 사회가 아니라, 더 일찍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사회 구조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게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오래 품었다.
(2017. 5. 9. 메모를 수정함.)
*위 동시는 교직 생활 중 지난 일지 메모를 다듬어, 새로운 연재의 첫 작품으로 쓴 동시입니다.
동요는 브런치 작가님 몇 분도 활용하시는 suno ai 프로그램의 음원 제작을 도움받았습니다.
글벗 되어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밝고 활기찬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사진. pixabay.
#부모와 자녀 #교육정책 #양육 #돌봄
https://www.geconomy.co.kr/news/article.html?no=313280